안녕, 스무 살.
드디어 내 나이 스물다섯을 맞이했다. 아니, 맞이해버렸다는 것이 좀 더 솔직한 표현일까.
스물다섯이라는 나이가 결코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살씩 나이가 쌓여 가는 게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고, 가끔씩은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 말이다.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확실하게 만들어 줄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아직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패기 넘치던 내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연속적인 시험 낙방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한숨만 늘어갈 뿐이다.
이제야 내 앞에 놓은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고 험준한지를 조금씩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세상은 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내가 노력한 양에 비례하는 성과를 준다는 것을.
그러니 비겁하게 자기 합리화라는 방패에 숨을 수도 없으며 다른 사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도 하고 싶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결과가 뒤따르는 것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드라마 결말보다 더 뻔하고 당연한 것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물릴 정도로 고배를 마시다보니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나의 모자란 근성과 나태함을 반성하게 되고 과거에 대한 집착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시간의 강물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내가 건너왔던 길만을 바라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쉽게 건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맨발로 뛰어들었는데 이게 웬걸. 건너면 건널수록 예상외로 빠른 속도로 굽이쳐 흐르는 강물의 속도에 적잖이 당황한 것이다. 넋을 놓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음에도 난 멀뚱히 서서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아마 나와 비슷한 또래들은 한 번 정도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싶다.
어떻게 해서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흐르는 시간을 막고자 팔을 뻗지만 시간은 그런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팔에 닿는 순간 어느새 틈 사이로 새어나가 버린다. 또 다시 팔을 뻗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연스레 조급함이 밀려오고 다음이 두려워지는 것이다.
내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돼버린 건지. 분명 처음 강을 건너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과 의욕이 넘쳤고, 분명 처음 팔을 뻗었을 때만해도 뜻 모를 희망이 있었는데 말이다. 시간의 앞에서는 난 참 별거 아닌 존재였고 반대로 시간은 그냥 무시하기에는 내가 잃을 것이 많은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어젯밤, 우연히 라디오에서 ‘안녕, 스무 살’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어느 날 회사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다, 퇴근길 사람 많은 지하철 안에서도 언제나 혼자 꿈을 꾸는 여전히 나는 스무 살이라고 말한다. 노랫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충격이란. 시간을 형태화한 나이는 내가 꿈꾸는 미래의 충분조건일지는 몰라도 결코 필요조건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고 그 강은 점점 더 빠르게 흐르고 있다. 이제는 물 위로 떠다니고 있는 나뭇가지라도 주워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앞으로 나아감이 최선의 방안이다. 아무리 발걸음을 옮기는 게 힘들고, 끝이 보이지 않는 걸음의 시작일지라도 언제나 두려움일랑 꿀꺽 삼키고 꿈을 좇는 스무 살의 당당함으로 전진할 수 있다.
드디어 다섯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한다. 1년 전에는 네 번째 스무 살이었고, 다시 1년 뒤에는 여섯 번째 스무 살이다. 처음 맞이했던 스무 살과는 다른 농익은 다음의 스무 살이 기대된다.
<고소미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4학년>
*고소미 대학생기자의 첫 인사 글입니다. 앞으로 대학가 소식과 다양한 내용의 기사로 독자여러분에게 다가설 예정입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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