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의 제주감귤 이야기] 백계의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과 진정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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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의 제주감귤 이야기] 백계의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과 진정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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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단절하고 지식을 생산할 수 있어야 감귤산업의 미래가 있다"

감귤 가격의 저공비행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몇 년간 명절 대목 시세가 괜찮아 이번에도 좋아지리라 예상했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였다. 그렇다. 모든 평가는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브랜드 감귤은 시장에서 최종 결정을 하지만 생산지 유통센터에서 결정하기도 한다. 생산자가 결정하기 위해서는 타 과일이 갖춰진 어떤 장점보다도 좀 더 나아진 것이 있어야 자기의 권리를 주장할 수가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추세에 걸맞게 많은 품종들이 재배 되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게 있다. 그 품종이 특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요구되고 있는 지 관찰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이다. 내 자신의 농업인상이 어느 시대에 위치에 있는 지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후진국인가, 중진진국 수준인가를. 내가 감귤에 대해 얼마나 공부를 했으며, 배운 것 중에서 과연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를 알고나 있는지.

내가 생산한 감귤 지식이 높고 높아. 스스로 감귤 농사를 지을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기후환경의 변화가 오더라도 능히 현재 품종은 물론, 새로운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나만의 실력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지를 한 번 더 되새겨 보고, 내일을 설계할 수 가 있는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바로 그 시대에 맞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됨에도 그런 적이 없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인격수양 프로그램이 없어 그렇게 나아지려고 시도한 적도 없다. 그리고 새로운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도 없었다. 모든 것을 베끼고 그것을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그 품종에 알맞은 지식을 터득해야한다고는 하지만 말로서 그치고, 감귤농사에 종사한 경력이 전부인데도 경험이 곧 지식인양 자랑으로 여기는 제주 감귤의 현 주소가 참으로 부끄럽다. 그 시대에 새로운 품종이 육성되면 이에 걸맞게 새로운 농업인으로 품격이 높아지려고 해야 하고 변화하려고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인간은 멸종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스스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을 포함하여 어떤 종도 변화에 실패한 것들은 지금 남아 있지 않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종도 남아 있는 것은 죄다 변화의 명수들이다. 변화가 핵심이다. 그런데 어떤 것은 변화를 감행하여 살아남고, 어떤 것은 변화에 실패하여 사라지는가. 그 자세한 작동원리야 밝힐 수 없지만, 익숙한 상태를 고집하느라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할 수 있다.

변화하여 진보하는 일을 우리는 진화라고 한다. 결국 진화의 실패는 변화의 실패다. 진화는 미래를 향해 변화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반드시 지금 현재의 실존적 상황을 자극제로 삼아 과거와의 투쟁을 감행하여 과격한 각성을 도출해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반성이다. 변화를 통과하여 미래를 향해 탄력을 받아 튀어 나가려면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반성은 과거와 벌이는 전면적인 투쟁이다. 반성이라는 점화장치를 통해 생물학적 진화뿐만 아니라 정치적 진화도 실현된다.

인격적인 성숙을 위해 증자가 매일 세 가지 질문으로 스스로 반성하는 삶을 살았던 것(吾日三省吾身)을 강조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반성으로만 발전이 약속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고대의 하(夏)나라 때, 제후인 유호씨(柳扈氏)가 반란을 일으켜 쳐들어 왔다. 하나라의 우임금은 그의 아들 백계(佰啓)를 파견했는데, 백계는 전투에서 패하고 말았다. 부하들은 분을 참지 못하고 반격하자고 주장하였는데, 백계가 진정시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럴 필요 없다. 우리 군사가 그들 보다 많고, 진지도 더 큰데, 우리가 졌다. 이것은 분명히 내 덕이 그만 못하고, 군사를 움직이는 기술이 그만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내 잘못을 고쳐나가겠다. 이때부터 백계는 매일 일찍 일어나 근무하고, 차와 음식마저도 거칠고 간단하게 섭취했으며, 능력위주로 사람을 쓰고, 덕이 높은 사람을 받들었다. 이렇게 하면서 1년을 보내자 유호씨가 스스로 와서 투항했다.

아무리 불행한 일도 그것이 이미 펼쳐져 버린 상태라면, 그것은 바로 중립적인 객관물로 바뀐다. 그것은 이제부터 다루어지기를 기다리는 맥없는 대상일 뿐이다. 잘 다루면 오히려 더 큰 행복으로 바뀔 수도 있고, 잘 다루지 못하면 가속도가 붙어 더 큰 불행으로 귀결될 뿐이다. 잘 다루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고, 잘못 다루면 늪이다. 대학입시 낙방도 그렇고, 낙선도 그렇고, 회사의 부도도 그헣고, 이별도 그렇고, 질병도 그렇고, 바닥이 없는 가난도 그렇다. 당연히 전투에서의 패배도 그렇다.

백계는 불과 1년 만에 싸우지도 않고 유호씨의 항복을 받아냈다. 백계가 발전하여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계는 어떻게 강해질 수 있었는가.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진실한 반성을 했기 때문이다. 반성은 삶을 전혀 다르게 만든다. 스스로 와신 상담의 시간을 갖게 한다. 반성은 삶을 전혀 다르게 만든다. 스스로의 와신상담의 시간을 갖게 한다. 백계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반성을 증명하며 스스로를 단련했다.

제주감귤은 어떠한가 하면, 어떤 품종이 좋다고 하면 빚을 내서라도 면적을 확대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 가를 눈여겨보고, 그대로 복사하고, 열심히 땀방울이 흐른다. 나만의 땀방울이 아니라는 것조차도 모른다. 그게 앞선 사람들이 흘렸던 땀방울인지도 모르고, 무엇을 위해 흘리는 땀방울인지도 모르면서 최선을 다했다고들 한다. 그래서 그 결과가 좋게 되리라 예상한다. 나의 영혼이 스며든 땀방울을 흘리려고 인격을 함양하고,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무엇인지, 참지식과 참기술이 무엇이냐를 알 적에야 비로소 바라는 바가 실현 될 것이다.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헤드라인제주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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