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장 두둔 일관...면세점 이익 도민환원 요구는 외면
기획재정부가 서울과 제주에 각 1개씩 대기업 시내면세점 특허를 신규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제주도 민심이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산업이 초토화되면서 지역경제가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도, 오히려 지역상권을 악화시킬 수 있는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벌써 민심은 들끓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정부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제주도민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도민과 소상공인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이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대정부 투쟁도 불사할 것이란 천명도 이어졌다.
이러한 도민사회 저항은 사실 예견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보세판매점 관련 제도와 관련해서는 언제나 대기업 중심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신규 허용도 오로지 '대기업을 위한' 결정에 다름없다. 친서민적과는 거리가 멀다. 파탄 위기에 처한 지역상권은 안중에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 제주도에 신규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해야 하는지, 그 이유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 최악 상황에서 신규 특허 카드를 꺼낸 배경이 의아스럽다.
제주도는 지난 2월 무비자 입국제도의 일시 중단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지난해와 비교해 98% 감소한, 사실상 '전멸' 상황이다.
이로인해 제주공항 국제선 출국 면세점은 물론 시내 면세점도 '개점휴업' 상태다. 제주관광공사의 시내면세점은 영업부진으로 사업을 포기하고 면허까지 반납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왜 신규 면세점 특허를 허용하는 것일까. 기재부는 지난 10일 열린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에서 특허 신규 허용을 의결한 이유를 '포스트 코로나' 대비 차원으로 설명했다.
현재 코로나19로 면세점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나, 이번 특허결정 이후 특허공고 절차 및 사업 준비기간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코로나19 이후의 시장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신규 특허 부여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신규 면세점 허용조건이 되는 4곳 중 부산과 경기도는 코로나19로 영업환경 악화를 이유로 신규 특허를 부여하지 않기로 하면서도, 제주도를 포함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영업환경 악화는 제주도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같은 조건의 부산과 경기도는 제외하며, 제주도에는 허용하는 기재부의 진의는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시민단체와 소상공인단체 등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합리적이지 못한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다.
둘째, '누구를 위한 면세점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면세점 추가 허용은 제주도민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면세점 신규 허용에 대해서는 소상공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서도 부정적 입장을 표해 왔다. 면세점의 추가 입점은 지역상권, 특히 골목상권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재부의 신규 허용 결정은 오직 대기업만을 위한 것으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기재부는 제주지역의 경우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향후 2년간 지역 토산품.특산품에 대한 판매 제한을 하는 것을 특허 부여의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역상권을 배려한 것이 아니다.
진정 지역경제 활력화와 골목상권을 생각했다면, 추가 허용을 하지 않는 것이 답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재부는 외국인면세점 제도에 관해서는 언제나 '대기업' 편이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제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외국인면세점 관광진흥기금 부과 특례'에 대한 정부의 완강한 거부 입장이다. 제주도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이 특례 신설을 요청했다.
면세점 이익의 지역사회 환원 차원으로 제시된 이 제도개선안은 외국인면세점에 대해 총매출액의 1% 이내 범위를 기금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 이후 제주지역 면세점 매출 규모는 1조 7000억원(2017년 기준) 수준으로 파악됐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사업종인 카지노의 경우 매출의 10%를 관광진흥기금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 차원에서도 면세점에 대한 관광진흥기금 부과는 설득력이 높았다.
그러나 정부가 '불수용' 결정을 내리면서 입법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면세점 추가 '허용' 결정에서도 그랬고, 제주도의회 동의를 거쳐 제출된 면세점 관광진흥기금 부과 제도개선 특례에 대한 반영여부 결정에서도 그랬다. '대기업을 위한' 논리는 존재하되, 지역사회 및 도민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고 배척돼 온 것이다.
면세점 신규 허용결정 철회를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주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에 제출한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안을 통해 '면세점 관광진흥기금 부과 특례' 신설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신규 허용 철회'와 '특별법 특례 신설'이란 면세점 관련 2대 이슈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응답할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