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과정 숱한 의혹 분출...도의회도 '묻지마 통과' 한통속
도시 숲 한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제주 오등봉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최근 전국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 사업이 경관심의 단계에서 다시 제동이 걸렸다.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위원회는 지난 22일 심의에서 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비공원시설(아파트)에 대해 심사하고, 재검토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위원회는 △하천에서의 이격에 대한 시뮬레이션 검토 △근경 등 조망상황 변화의 조망점을 신중히 찾을 것 △스카이라인을 고려한 디자인 검토 △내부 시설물 디자인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또 △수목 규격 상향 조정 및 녹지면적을 40% 가까이 확보할 것 △도로와 단지 내 녹지 폭.인도폭 등 포함한 단면도 제출 △절성토 최소화 등을 제시했다.
이번 경관위의 재검토 의결은 단순한 '보완' 요구의 차원이기는 하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국토부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란이 불거지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시행하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12.4%인 9만 5426㎡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도시숲 한 복판에 1400세대가 넘는 대단위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면 학교 및 도로 신설, 새로운 주거지에 따른 추가적 인프라 확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난개발 논란이 분출되고 있다.
더욱이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돈 상황 속에서 이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데다, 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도 제주시와 민간개발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사실상 '셀프 승인'으로 이뤄졌다.
당초 '불수용'을 결정했다가 번복한 문제가 드러난데 이어, 지난해에는 제주도와 행정시, 민간업자가 한통속으로 작당해 인.허가 절차를 밟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제주도가 지난해 3월 환경영향평가심의 부서 관계관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도시계획위원회 및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의 인.허가 절차를 단 1회에 통과시키거나 약식으로 밟는 것으로 사전 모의한 사실이 회의결과 문건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할 도정이 도시계획위원회나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한낱 요식적 절차에 다름 없도록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시민들을 속이고 농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동의안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그대로 통과시켜줌으로써 '한통속' 의혹을 자초했다.
특히 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압도적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도 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돼 있으나, 이 사업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문제제기도 하지 않은채 묻지마 식으로 그대로 통과시켰다. 도정의 잘못을 눈 감아주며 면죄부를 줬을 뿐만 아니라, 도시숲을 파괴하는 난개발에 물꼬를 터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