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못하는 제주도의회, 존재 이유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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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못하는 제주도의회, 존재 이유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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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의회에 비판 쏟아지는 이유
'불가' 결정 뒤집고, '절차 무시'에도...졸속적 심사로 통과
논란 이슈마다 무기력한 심사...대의기관 역할 포기했나

임기 1년을 남겨 놓은 제11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요즘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도민사회 논란이 되고 있는 의안 처리과정에서 ‘역주행’을 연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임시회에서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설립 관련 도유지 매각 동의안이 그랬고, 지난 9일 폐회한 제395회 임시회에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처리할 때도 그랬다.

각 사업의 타당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의기관의 역할론을 짚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도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라면, 최소 도민의 입장에서 물어볼 것은 물어보고, 따질 것은 따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감시와 견제, 그것이 대의기관의 본연의 역할이 아닌가.

그러나 요즘 도의회의 행보는 참으로 가관이다. 매우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대의기관이 맞는지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가위성통합센터 도유지 매각과,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동의안 처리의 문제는 그동안 도의회가 제시해 온 원칙과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점이다. 

의안 처리과정에서 '도민'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점 또한 공통점이다. 두 의안 처리 과정에서 ‘도민’은 철저히 배제됐다. 도정과 도의회, 그리고 사업자 내지 정부기관, 소위 '그들만의 협의'만 존재할 뿐이다.  

제대로 된 공청회나 설명회 한번 없이 추진되고 있지만,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하지도 않았다. 절차적 문제가 확인됐지만,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도 없었다.
 
이것이 도의회가 자기모순에 빠진 이중성의 실체라 할 수 있다. 원칙과 기준 없이, 의안 심의 때마다 한번은 이런 논리, 다른 한번은 저런 논리를 내세우고, 이 잣대, 저 잣대를 들이미는 일관성 상실의 극치를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일관성이 없고, 질서도 없다.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 국가위성센터 그 후, 그 어떤 입장발표도 없었다
 
국가위성센터 도유지 매각 동의안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이 사업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하나는 국가위성센터 사업의 실체와 관련한 의문이고, 다른 하나는 추진과정의 절차적 문제였다. 

전자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보안시설'로 분류되는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철저히 비밀리에 추진되면서 불거진 의혹이다. 사실 도유지 매각안이 도의회에 제출될 시점에도 이 사업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다. 무엇보다 추진과정이 정의롭지 못했다. 제대로 된 주민의견 수렴도 없었고, 공청회 등의 절차는 물론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도 없었다. 센터가 들어서는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차례 설명회를 했다고 하지만, '밀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월말 황급히 한 차례 마련한 것이 전부다.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지역주민들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정보원 소유인 국유지에서는 이미 연구동과 위성영상실, 운영실 건축물 공사가 한창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도민을 철저히 기만하고 무시한 것이자, 명백한 절차적 정당성 상실이다.

그럼에도 도의회는 제 역할을 방기했다. 사업 실체와 관련한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지도 않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에 제동을 걸지도 않았다. 해당 기관의 의견과 도정의 입장만 듣고, 묻지마 식으로 통과를 시키는 '역주행'을 도발했다. 
 
설령 이 사업의 타당성과 기대효과를 높이 평가해 통과시켰다 하더라도, 이는 말이 안된다. 절차적 문제만큼이라도 바로 잡았어야 했다. 부동의는 아니더라도 최소 몇차례 '심사 보류'라는 패널티를 통해 강력한 경고를 했어야 했다.  

지난 전반기 의회에서 시설공단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상임위 차원에서 수없이 심사보류를 하며 숙고한 끝에 부결을 시켰던 그 패기는 다 어디로 갔는가.

이 사업이 정말 필요하고, 제주도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도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만의 논의'로 의결한 것은 도민 무시가 아닐 수 없다. 

도의회의 동의로 40만㎡ 도유지 매각이 이뤄졌으나, 현재까지 이 사업에 대한 그 어떤 공식적 발표도 없었다. 그 흔한 보도자료 한 장 없다. 도의회는 정부기관과 도정으로부터 고마움의 인사를 받겠지만, 도민은 여전히 무시 당하고 있는 것이다. 
 
◇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용인해서는 안되는 이유

제주시내 도시 숲 한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내용의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관련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도 그렇다.

아이러니한 것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의 심의 과정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민사회단체에서 강력한 반발이 이어져 오면서, 공개된 이슈였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환경도시위원회의 심사는 무기력함 그 자체였다. 

통과를 시켜주려고 작정하고 심의에 임했는지, 사업 추진의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보완적 내용의 '친절한 질문'만 쏟아냈을 뿐,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공개적 규명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번 민간특례사업은 문제 투성이었다. 제동을 걸고자 했다면, 그 사유도 차고 넘쳤다. 

첫째, 절차적 민주성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이들 사업은 행정기관인 제주시와 민간사업자가 공동 시행자다. 때문에 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도 사실상 '셀프 승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 모순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더 엄격한 자체 점검을 통해 신중을 기하기 보다는 '속전속결' 방식을 택했다. 

이번에 도의회 관문을 가볍게 통과하면서, 올해 1월 사업자 지정에서부터 실시계획 인가 고시까지의 모든 인.허가 절차가 단 6개월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그야말로 일사천리, 속전속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민 의견'은 배제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돈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한번 없었다.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급해도 주민의견 수렴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 절차이다. 행정기관이 선택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도시숲에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은 응당 시민들에게 물어봐야 할 중대사안이다. 그럼에도 제주시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집합행사가 금지되고 있는 상황을 틈 타, 공청회 등의 절차도 없이 사업을 강행한 것은 시민들의 의견 개진 권리를 박탈하는 독선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또한 두 도시공원 사업에 투자되는 재정규모가 1조 2000억원대에 이르는데도, 최소한 민간 업자의 자본조달 능력도 검증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는 오라관광단지 등 다른 개발사업에 적용했던 것과도 다른 '잣대'이다. 

이처럼 손쉽고, 속전속결식으로 진행되는 인.허가 절차는 일반 개발사업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도시공원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는 민간업체의 경우 행정 권력의 비호 속에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둘째, 도시숲의 환경생태계를 파괴하는 난개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오등봉공원 개발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분출되고 있다.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시행하는 이 사업은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12.4%인 9만 5426㎡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도시숲 한 복판에 대단위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도시숲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난개발 논란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체 도시공원 면적 중 70%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30% 범위 내에서 아파트를 짓는 것이기 때문에 난개발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는 제주시의 환경보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면 학교 및 도로 신설, 새로운 주거지에 따른 추가적 인프라 확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30%를 개발하고, 나머지 70%를 보전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실제 이번 도의회에서 동의안이 통과되면서 학교 신설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셋째, 더욱 놀라운 것은 제주시 당국 또한 이미 5년 전 내부적으로 난개발을 우려해 민간특례사업은 '불가' 하다는 결정을 내렸었다는 점이다. 

최근 환경단체에 의해 공개된 행정문서의 내용을 보면, 제주시는 지난 2016년 9월 관계부서 의견을 묻고 종합 검토한 결과 '불수용'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서에서는 민간특례사업이 추진되면 공원의 본질적 기능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주택 및 상업지역을 개발할 경우 전체적인 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대규모 교통량 유발에 따른 교통혼잡 가중, 지역주민 반대가 있는 점 등을 불수용의 핵심 사유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이 사실을 철저히 숨긴채 2019년부터 돌연 개발 당위성을 설파하며 주민의견 수렴도 없이 사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현재의 아파트단지 개발규모는 당시보다 갑절 가까이 확장됐는데도, "난개발은 아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시민들을 기만하고 속이는 행위다. 
 
넷째, 이번 민간특례사업과 관련해 제주도와 행정시, 민간업자가 한 통속으로 작당해 인.허가 절차를 밟아온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인.허가 절차'를 행정당국 스스로 무력화시키며 행정의 신뢰성을 저버린 일이다.

지난해 3월 열렸던 제주도 회의 결과 자료를 보면, 당시 도시공원 개발사업 부서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관련 부서 관계관, 심지어 건설업자까지 회의에 참여토록 한 후 환경영향평가에서부터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인.허가 절차는 단 1회에 통과시키거나 약식으로 밟는 것으로 사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계획위원회는 물론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도정의 직접적 개입 하에 한낱 요식적 절차의 '통과 의례'로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의도 단 1회로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 마디로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과 관련한 행정 인.허가 절차는 철저히 '짜고치는 각본'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도정 농단'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도의회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와 여론은 철저히 외면했다. 
환경도시위원회의 심사는 무기력하고 졸속이었다.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을 비롯해 도시숲 난개발, '불수용' 결정을 뒤집고 사업을 추진한 문제, 인.허가 절차를 무력화한 문제 등이 터져 나왔지만, 의안 심사에서는 이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묻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부 의원은 언론 대담을 통해 도정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기도 했다. 제주시가 문서를 통해 5년 전 '불수용'을 하게 된 이유로 '공원의 본질적 기능 상실 우려' 등을 제시했음에도, 해당 도의원은 "도시공원기본계획에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어이 상실이다. 
 
이번 민간특례사업 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도의회 내부 일각에서는 도시공원 일몰제 기한 도래 및 제주도 재정상황을 감안한 불가피한 결단이었다는 해명하고 있다. 

지방재정 여력을 감안할 때 지방채 발행을 할 여력이 없어 민간특례사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일몰제로 도시공원에서 풀리면 난개발이 될 것인데, 민간특례사업을 함으로써 도시공원의 70%를 보존하게 됐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자신들의 실책을 덮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다. 설령 그 주장이 진심이라면, 처음부터 앞장서서 '질서 있는 논의'를 진행했어야 했다. 또한 의안 심의에서는 제기된 논란과 의혹만큼은 정확히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의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도의회의 모습은 한낱 제주도정의 '협력자'였다. "도정의 하급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혹평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민이 대의기관으로서 견제와 감시 역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도민은 안중에도 없다. 후반기 도의회의 '도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의정’이 참으로 무색하게 다가온다.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는 의원은 도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제11대 도의회 남은 1년, 시민사회는 도의회에 그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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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도시위원회 2021-06-15 14:39:46 | 223.***.***.155
환도위 소속 의원, 소속정당, 지역구도 표기 해주시지...

위대하신의원님 2021-06-15 10:17:00 | 211.***.***.28
언제 이 단체가 시민을 위해 일한 적이 있던가요?? 그냥 자기 권력유지하고 아첨하는 사람들한테 접대받고자 의원질(?)하시는 분들입니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더 가관이죠

도민 2021-06-15 09:54:20 | 112.***.***.41
무능 그 자체…. 부끄럽지도 않은지.

존재이유 없음 2021-06-15 09:31:49 | 112.***.***.181
한 정당 사람 잔뜩 뽑아줘봐야 달라진거 하나 없다는 거 이제라도 깨달게 했으니 천만 다행이다. 다시는 두번 실수 하지 않기를...

정치효능감 2021-06-15 09:14:50 | 175.***.***.88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나보다 못한 이들로부터 지배당하게 된다는데

제 생각 2021-06-15 07:11:15 | 175.***.***.190
이 모든 사달이 함량 미달 도의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옥석을 가려내어야 한다. 정당 깃발만 꽂우면 뽑아쥬는 일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