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일반재판 재심, 첫 '무죄' 선고...70년 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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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일반재판 재심, 첫 '무죄' 선고...70년 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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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억울한 옥살이' 김두황 할아버지에 '무죄' 선고
4.3당시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모진 고초...72년만에 명예회복
7일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김두황 할아버지(92)가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한 웃음으로 만세를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7일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김두황 할아버지(92)가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한 웃음으로 만세를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72년 전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4.3 일반재판 피해자에 대한 재심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7일 오전 201호 법정에서 열린 김두황 할아버지(92)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전제, "그러나 검사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가 없고 무죄를 구형했다"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번 재심대상 판결은 해방 직후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찾지 못한 때 극심한 이념 대립으로 벌어진 제주4․3사건의 소용돌이에서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청년인 피고인을 상대로 그가 반정부활동을 했다는 명목을 갖다 붙여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라며 "그로 인해 한 개인의 존엄은 희생됐고 삶은 피폐해졌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92세에 이른 피고인은 그동안 하소연 한번 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자신의 탓이거나 운명으로 여기며 오늘에 이르렀을 것인데, 그 과정에서 쌓인 응어리의 크기가 얼마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오늘 판결 선고가 피고인에게 여생 동안 응어리를 푸는 작은 출발점이기를 바란다"며 김 할아버지에 대해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일반재판에 의해 투옥됐던 피해자가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불법군사재판에 의해 피해를 입은 4.3수형인에 대해서는 첫 무죄 선고가 이뤄졌는데, 이날 재심 선고는 일반재판 수형인이어서 주목됐다.

일반재판 수형인인 김두황 할아버지는 스무살 때인 1948년 11월 16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소재 집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번 재심재판 과정에서는 김 할아버지가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구타와 폭행이 이뤄졌고 심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그를 취조하던 경찰은 총을 겨눠 죽인다면서 협박을 받았던 사실 등이 확인됐다.

그해 11월 30일쯤 일반재판이 열렸으나 판사는 질문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진술할 기회도 주지 않고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는 목포형무소로 이송돼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의 판결문에는 '1948년 9월 25일 오후 8시45분께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면 난산리에서 김두홍의 집에서 김관삼 등 6명과 무허가 집회를 열고 폭도에게 식량을 주기로 결의됐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번 재심청구 심리과정에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내용에 비춰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김 할아버지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법원 선고가 끝나자 김 할아버지는 법원 정문 앞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4.3 유족 등도 자리를 함께 하며 김 할아버지를 위로했다.

이번 재판을 지원한 양동윤 4.3도민연대와 임재성 변호인 등은 법원의 무죄 선고를 높이 평가하며 4.3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한편, 4.3당시 영문도 모른채 군.경으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최소한의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계엄 군사재판의 '초사법적 처형'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도민 4.3수형인은 약 253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상부명령에 따라 집단처형(총살) 됐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4.3특별법 개정을 통해 일괄적 재심 및 명예회복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불법군법회의를 통해 옥살이를 한 수형인 18명에 대해 전원 무죄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재심을 통해 무죄(공소기각 판결 포함)를 선고받은 수형인은 19명에 이른다.

조만간 불법군사재판에 의한 피해자 7명에 대한 선고도 할 예정인데, 검찰은 이들에 대해서도 '무죄'를 구형하면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큰 상황이다.

한편, 김두황 할아버지와 함께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4.3생존수형인 7명 역시 이날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재판부는 추가 검토 등을 위해 오는 21일로 선고를 연기했다.<헤드라인제주>

제주4.3 일반재판 재심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김두황 할아버지와 딸 김연자씨가 포옹을 하며 기쁜 마음을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헤드라인제주
제주4.3 일반재판 재심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김두황 할아버지와 딸 김연자씨가 포옹을 하며 기쁜 마음을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헤드라인제주
제주4.3 일반재판 재심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김두황 할아버지가 재판이 끝난 후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4.3 일반재판 재심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김두황 할아버지가 재판이 끝난 후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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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네 2020-12-07 22:52:49 | 59.***.***.23
72년동안의 손해배상 0.00000000000000001퍼센트도 못할거면서 1000000조원줘도 1프로도 손해배상 못한다 저건 평생을 누명쓰고 살았는데 근데 이제서야 풀린것도 법조인 문제 존나크다 72년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