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수형인 재심 '무죄' 선고에 환호..."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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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수형인 재심 '무죄' 선고에 환호..."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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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생존수형인들에 대해 전원 '무죄'가 선고되자,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재심을 청구했던 4.3수형인들과 가족, 유족들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생존수형인들에 대해 전원 '무죄'가 선고되자,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재심을 청구했던 4.3수형인들과 가족, 유족들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72년 전 제주 4.3 당시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불법 군법회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3생존수형인들에 대해 전원 '무죄'가 선고되자, 재심을 청구했던 4.3수형인들과 가족, 유족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에 재심청구인으로 출석한 장병식(90. 서울) 할아버지 등 3명과 건강 악화로 참석하지 못한 송순희(95. 인천시), 김정추(89. 부산시) 할머니의 가족, 고(故) 변연옥(향년 91세. 경기도 안양) 할머니와 고 송석진(향년 94세. 일본 도쿄) 할아버지의 유족 등은 21일 오전 4.3수형인 재심 선고공판이 끝나자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큰 목소리로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이들 앞에는 '4.3군법회의 무죄구형! 무죄 판결!', '제주지방검찰청 만세, 제주지방법원 만세, 민주주의 만세, 국민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펼쳐졌다.

고(故) 변연옥 할머니의 딸 이소향씨. ⓒ헤드라인제주
고(故) 변연옥 할머니의 딸 이소향씨. ⓒ헤드라인제주

고 변연옥 할머니의 딸 이소향씨는 "어머니로 인해 4.3에 대해 조금 전혀 몰랐던 상태에서 알아보며 빨간색의 동백꽃의 꽃말이 사랑 외의 기다림이라는 꽃말도 있다는 걸 알았다"며 "지금 어머니는 기다림의 끝을 보지는 못했지만 희생자, 특히 생존자분들은 기다림의 연속이었고 기다림의 인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70여년 간의 인생이 너무 고생 많았고, 평소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나는 죄가 없다'라고 하신 말씀의 결말을 오늘 이렇게 보게 됐다고 어머니에게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비록 어머니는 오늘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제가 대신 어머니의 생각을 이어받아 열심히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울먹였다.

재심청구인인 장병식 할아버지는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감사히 생각한다"고 밝혔다.

4.3생존수형인 장병식 할아버지. ⓒ헤드라인제주
4.3생존수형인 장병식 할아버지. ⓒ헤드라인제주
송순희 할머니의 딸 강영선씨. ⓒ헤드라인제주
송순희 할머니의 딸 강영선씨. ⓒ헤드라인제주

송순희 할머니의 딸 강영선씨는 "만 72년만에 무죄를 받았다. 72년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과거사지만 그 아픔을 겪은 본인과 가족들에게는 현재진행형이었다"며 "어머니가 감옥에서 아이를 잃고 추워진 인생 속에서 살았을 아픔을 이 자리에서 다시 엄마의 심정으로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무죄 판결을 받으시고 남은 생을 홀가분하게 사시게 돼서 정말 너무 감사하다"며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재심 재판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이 판결 너무도 환영하고, 생존자들의 권리회복 절차가 이제야 비로소 맞춰졌다"며 "조금 더 빨리 절차가 이뤄졌다면 더 많은 분들이 생전에 자신의 권리회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지금이나마 이 절차가 진행돼 이분들이 자신의 살아생전에 명예회복, 권리회복이 이뤄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이날 오전 4.3생존수형인 김묘생 할머니(92. 서귀포시 성산읍)를 비롯해 김영숙(90. 제주시), 김정추, 송순희 할머니와 장병식 할아버지, 그리고 지난 3월과 7월 타계한 고 변연옥 할머니와 고 송석진 할아버지 등 7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에 대한 무죄 선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묘생 할머니는 18살때인 1949년  표선면 가시리 마을 인근 동굴에 숨어있다가 잡혀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전주형무소로 끌려가 옥살이를 했다.

김영숙 할머니도 18살 때인 1948년 제주시 영평리에 부모님과 살다가 소개령으로 집이 불타면서 살 곳이 없어 제주시 남문통으로 내려왔다가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한 후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다.

김정추 할머니는 17살때인 1948년 서귀포시 하효 집에 있다가 동네 노인단장에게 끌려간 후 서귀포경찰서로 잡혀갔다. 조사과정에서 동네에서 해녀모집을 하면서 명단에 손도장을 찍은 것이 이유였다. 

고 변연옥 할머니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출신으로, 19살때 산에서 겨울을 나면서 장티푸스에 걸렸고, 봄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합류에 산에서 내려갔다가 경찰에 붙잡혀 전기고문을 받고 전무형무소로 수감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 송석진 할아버지는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출신으로, 22살때인 1948년 이유도 모른채 관덕정 쪽 경찰서로 끌려가 구금됐다가 목포형무소로 이송돼 수감됐다. 그는 배에 태우니 그때서야 형무소에 끌려간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순희 할머니는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출신으로, 23살때인 1948년 겨울 딸을 업고 시어머니와 산에 피신해 있다가 토벌대에 잡혀 끌려간 후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누명이 씌워진채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다. 

장병식 할아버지는 제주시 이도동 한짓골 출신으로, 1948년 집에 가던 중 서북청년단에 의해 끌려가 쇠파이프 등으로 구타를 당하고, 죄명도 모른채 인천형무소로 이송돼 수감됐다. 
 
이러한 '억울한 옥살이' 내용은 검찰도 인정, 지난 결심공판에서 모두에게 '무죄'를 구형한 바 있다. <헤드라인제주>

4.3생존수형인들에 대해 전원 '무죄'가 선고되자,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김묘생 할머니와 딸 정순애씨가 기뻐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생존수형인들에 대해 전원 '무죄'가 선고되자,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김묘생 할머니와 딸 정순애씨가 기뻐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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