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사업자금 투자하고, 수익 배당금 지급도 개발이익 공유화로"
환경단체 반발..."공공적 원칙 후퇴...도의회, 조례안 심의 보류하라"
"도민 전체에 내야 할 공적기금인데...개인배당은 특혜이자 편법"

제주특별자치도가 풍력발전사업에서 주민의 사업자금 투자를 ‘개발이익 공유화’의 한 방식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금 투자와 개발이익 공유화는 성격이 엄연히 다른데도 주민의 투자 참여를 개발이익 공유화의 한 방식으로 추가하는 것은 사실상 민간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이번 조례 개정이 ‘풍력자원 공유화 원칙의 후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현재 진행 중인 제454회 제1차 정례회 회기 중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을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35조 ‘풍력발전사업의 이익 공유’ 조항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풍력발전사업의 이익 공유 제도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이 조항은 ‘발전사업을 하려는 자에게 공적 자원인 바람을 이용한 개발이익을 제주자치도에 환원하도록 하기 위하여 주민참여 계획을 포함한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을 제출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제주도에 환원하는 방안을 담은 이익 공유화 계획을 제출할 때 주민참여 계획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제주도의 풍력발전 개발이익 공유 방식은 풍력개발 이익의 일부를 기부금 형태로 출연하는 방식이다. 개발사업자는 당기순이익의 17.5% 또는 이에 상당하는 매출액의 7% 수준을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에 따라 출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업자는 기존의 기부금 출연 방식뿐 아니라 ‘주민참여 계획’을 통해서도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주민참여 방식은 위성곤 제주도지사가 최근 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밝힌 ‘주민이 자금을 투자하고 투자액에 따라 수익을 배당받는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주민이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투자액에 따라 수익을 배당받는 방식도 개발이익 공유의 한 형태로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업자의 개발이익 공유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지사는 최근 추자도 해상풍력발전사업과 관련해 사업자가 현행 개발이익 공유화 제도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고 설명하면서, 이익 공유화 방식을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제주도가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반영하려는 주민참여형 풍력발전 모델은 주민이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투자액에 따라 수익을 배당받는 구조로, 위 지사가 앞서 설명한 방식과 사실상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조례 개정이 특정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며 신중한 판단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주민의 자금 투자를 개발이익 공유화로 인정할 경우 공적 자원인 풍력자원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기존의 ‘풍력자원 공유화’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도민 전체에 내야 할 공적기금인데...개인배당은 특혜이자 편법"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0일 성명을 내고 "지난 10여 년간 유지해온 풍력자원 공유화의 공공적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며 도의회에 관련 조례 개정안 심사를 보류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번 조례 개정안이 대규모 추자해상풍력 발전사업과 관련해 제주도가 개발이익 공유 방식을 변경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제주도는 추자해상풍력 발전사업이 현재 방식의 이익공유금 부담 때문에 사업자가 포기했다고 판단하고 이처럼 주민참여에 따라 배당하는 구조로 이익공유 방식을 변경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조례 개정이 특정 민간사업자을 위한 특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최근 풍력개발 과정에서 주민상생·이익공유 방안으로 주민 참여형 모델이 제시되고 있음은 맞다"며 "그러나 제주도의 개발이익 공유 방식의 변경이 최근의 이익공유 다양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추자해상풍력을 포함한 대규모 풍력발전 사업자의 이익공유금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풍력자원 공유화 원칙의 후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제주도의 계획대로 조례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풍력개발 사업자는 주민참여에 의한 배당금 지급을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으로 내놓을 것이고, 제주도는 이를 수용할 의사가 분명해 보인다"며 "결국 도민 전체에 내야 할 공적 기금 납부 의무를 회피하거나 감면받는 구실을 주는 것으로 대규모 추자해상풍력 사업자에게 이익공유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편법 조항인 셈이다"고 꼬집었다.
◇ "주민참여는 도민 전체를 위한 영역...해외에서도 주민지분 우선제도 페지"
이 단체는 "‘주민참여’는 지역 상생 노력 차원에서 이행해야 할 영역이지 도민 전체를 위한 공적 기금 환원을 대체하거나 갈음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며 투자에 참여여하는 주민들에게 이익배당금을 지급하는 것과 공유화는 별개의 차원임을 강조했다.
특히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의 목적은 공공자원인 풍력자원에 따른 개발이익을 지역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사업 활성화 등에 기여하는데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주민 참여형 투자·배당 방식으로 대체할 경우, 소수 자본가 및 투자자 중심의 특정 계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되어 도민 전체에 돌아가야 할 공적 환원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이는 주민참여를 핑계로 민간 사업자의 기금 부담을 줄여주는 명백한 특혜이자 편법에 불과하다"며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러한 개인 배당 방식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덴마크는 소수 고액 투자자 편중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2020년 '주민 지분소유 우선제도'를 전격 폐지했고, 영국은 매년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 기금으로 제공하여 지역개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공적 환원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점을 제시했다.
이 단체는 "이처럼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조차 투자한 사람만 혜택을 받는 개인 배당형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주민 전체가 누릴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보완하는 추세는, 지난 10년간 제주가 유지해온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체계가 가장 형평성 있고 안정적인 공공재 관리 모델임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의회는 사업자 편법 특혜를 방지하고 도민 전체의 공공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보완책이 마련될 때까지 본 조례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즉각 보류하고 전면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또 "바람은 특정 집단의 투자 수단이 아니라 제주도민 모두의 공유자산이다"며 "사업 유치를위해 10여 년간 쌓아온 공공적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에 제주도는 현재 추진 중인 풍력개발 이익공유 방식의 변경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