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공약, 제주형 없는 제주형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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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공약, 제주형 없는 제주형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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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훈의 말말복지] 오영훈 지사 공약에서 반복되는 '제주형', 그 의미는?

우리나라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지방자치의 역사는 길지 않다. 지방자치는 해방 이후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과 1952년 시작된 지방선거로 새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정변에 의해 지방의회가 강제해산되며 중단되었다. 그 후 삼십 년이 지난 1991년에 지방의회가 부활했으며 1995년 총선을 치르며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지방자치의 의미는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행정에서 벗어나 자치단체마다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함을 우선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한 주민의 의사와 권리 보장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의 권력 분산이 이뤄져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기도 한다. 특히 지역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지역의 가치와 특성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체계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점은 지난해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 사항에도 들여다볼 수 있다. 실제 당선된 광역자치단체장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제주의 오영훈 도지사도 15개 분야에서 총 102개의 사업과 10대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 이 모든 공약은 지방자치를 중심으로 실현됨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 공약에는 눈여겨볼 점이 있다. 공약 명에 ‘제주형’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02개의 공약 중 10개에서 ‘제주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고, 10개의 핵심 공약 중 무려 4개(제주형 행정 체제 도입, 제주형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도입, 제주형 청년 보장제 도입, 제주형 생애주기별 통합 돌봄 체제 구축)가 포함되어 있다. 대구나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지역의 단체장 공약에서는 지역명의 용어가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경기도의 295개 공약과 부산의 108개 공약에서는 각각 4개의 공약에만 지역 명을 쓰고 있는 것과도 비교할 때 두드러진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명칭을 정할 때 의미를 두지 않고 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의 이름을 작명할 때는 미래의 행복과 건강을 소망하고, 사물의 경우에는 사물의 쓰임새를 담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책 명을 결정할 때는 어떤가? 일반적으로 정해진 원칙은 없지만, 정책 명을 정할 때는 간결하면서 핵심 내용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 사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불필요한 용어는 빼고, 핵심되는 내용은 최대한 반영하되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정책 명을 정할 때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오영훈 도지사의 공약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제주형’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단순히 지방자치 분권 시대이기 때문에 제주의 특성 및 인구 사회학적 요인을 반영한다는 의미라면 왠지 불편해진다. 정책이라는 것은 원래 당연히 그러한 요인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굳이 정책 명에 지역 명을 포함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제주 도민, 제주 섬만의 문화와 가치를 정책에 포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볼 수 있을까? 다른 지역과 비슷한 정책이지만 일부러 제주형이라고 보기 좋게 포장을 하기 위한 것일까? 사실 필자의 느낌은 각 정책의 핵심 내용을 충분히 표현할 자신이 없어 ‘제주형’ 이라는 모호한 언어로 메우려 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제주도는 오랜 세월 동안 섬이라는 환경에서 독특한 전통과 미래 세대까지 계승되고 보존해야 하는 고유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제주의 향토 음식은 식재료가 풍부하지 못한 척박한 환경에서 된장 하나로 맛을 내는 간결함의 지혜를 담고 있다. 제주의 상군 해녀는 얕은 바닷가에서는 해산물을 채취하지 않아 하군 해녀들의 활동 공간을 뺏지 않는 공생의 미덕을 담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제주의 역사는 보편적 복지로도 선별적 복지로도 설명할 수 없는 함께 나누고 이겨내는 삶의 방식을 담고 있다.

필자가 제주도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전통적으로 제주만이 지켜왔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형은 ‘제주다움’의 연속성을 지키는 일이되어야 한다. 올해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2주년이 되는 해이다. 제주형 지방자치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오영훈 도정에서 기획하고 있는 ‘제주형’이라는 공약이 진정 제주의 특성을 살린 공약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제주다움’, 즉 ‘제주의 가치를 담은 정책은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도민들이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가’ 그것만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이다. 혹 그게 아니라면, ‘제주형’ 정책이 아닌, ‘민선 8기 형’ 정책으로 변경하는 것을 제안한다. <김진훈 / 복지in연구소 소장>

 

김진훈 / 복지in연구소 소장 ⓒ헤드라인제주
김진훈 / 복지in연구소 소장 ⓒ헤드라인제주

<김진훈의 '말말복지' 코너는>...

말말복지는 말이하는 복지, 말로하는 복지를 의미하며, 말을 통해 제주의 복지를 알리고, 정책을 만들어가는 복지사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가치실현을 위해 15년간 도내외 대학에서 사회복지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복지in연구소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복지in연구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진훈 복지in연구소 소장
사회복지전공 석사 / 직업재활전공 박사 / 사단법인 복지인광장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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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23-02-23 09:25:22 | 175.***.***.190
제주형ㅇ 걍 샂다붙잊 맙시다
제주형 갖다붙인다고 다 차별화 되지 않습니다 진짜 차별화 되게 만들어야지

도민 2023-02-23 05:58:25 | 61.***.***.219
유의미하고 시의적절한 의견인 거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