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년 반 동안 14개 시설.사업 '무리한' 수탁...설립 취지, 어디로?
서귀포시는 5월 9일부터 실시되는 제416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에 (가칭)서귀포시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 위탁운영과 관련하여 위탁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기관 등 대행사업’으로 운영하겠다는 보고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도내 사회복지 공기관인 제주사회서비스원(이하, 사서원)은 4월 27일 개최된 이사회에 그 결정에 응답하며 복지관 수탁 운영안을 가결했다. 이는 명백한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서비스원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사서원 설립 목적에 반하는 결정이다.
특히, 사서원 이사회의 구성에는 민간 사회복지를 대표하는 제주사회복지사협회와 제주사회복지협의회의 관계자를 포함하고 있어 마치 사회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결정했다는 모양새까지 갖췄다. 당시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민간 사회복지현장에서는 현장의 의견을 대변할 채널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혹시’라는 우려가 ‘역시’라는 절망이 되었다. 현장의 의견은 대변되지 않았고, 이를 견재할 채널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해당 이사들은 이사직을 사퇴하고, 행정을 견제하고 현장의 소리를 대변하는 위치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
2021년 9월, 정부는 저출생·고령사회로 인한 사회적 돌봄 해결과 사회서비스의 공급 확대, 민간 참여의 과도한 경쟁구조로 인한 서비스의 질 향상, 종사자의 처우개선,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하여 사회서비스원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의 핵심 내용은 긴급돌봄서비스의 제공, 국공립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운영 및 위탁 사회서비스 제공, 종사자 처우개선 및 고용 안정성 확보, 각종 회계·법무·노무 등의 상담과 자문 등이다.
제주에서도 이 법을 근거로 사회서비스원이 탄생했다. 설립 당시부터 갑론을박의 논란과 현장 의견 수렴 미비 등 설립 타당성에 흠집도 있었다. 당시 행정은 사서원은 민간이 참여하기 어려운 복지시설만 수탁·운영하고 민간을 지원하고 서비스의 공공성 증진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 취지로 사회복지 유관 단체와 2021년 5월, '제주형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위한 상생 협력서'를 체결하면서 이러한 의지를 재확인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 협약에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역 사회복지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며, 상생협의회 개최로 실효성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한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렇게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던 사회서비스원은 본래의 설립 취지에서 멀어지며 여러 사업 중 시설 위탁 운영에만 명운을 건 느낌이다. 담당 직원은 몇 안 되는데 설립 1년 반 동안 수탁시설 9개소, 수탁사업 5개, 총 14개로 지나치게 무리한 수탁의 연속이다. 과연 이런 식의 수탁은 어떤 기준에 의해 가능한 건지, 어떤 검증을 통해 수탁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전문적 운영을 지원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다. 행정이라는 이름이 실적에 급급하여 부실로 가는 업체의 뒷모습 같아 대단히 불편하다. 전국 역대급 시설 수탁 실적에 소통과 협력은 얼마나 존재했을까, 이러한 실정임에도 이번 복지관의 ‘공기관 대행사업’ 지정은 스스로 사회서비스원법을 부정하고 자기 능력에 도취하고 과장하며 고립무원의 길로 속도를 낸 격이다.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에 의하면 사회서비스 사업 위탁 시, 공개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서귀포시의 이번 복지관 위탁 운영과 관련하여 ‘공기관 대행사업’이라는 결정은 민간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며 기회조차 박탈한 결정이다. 법도 무시하는 이번 결정이 어떻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떤 부분이 공공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높인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또한 종사자 처우개선과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사업을 지원하는 의무적 사항도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해왔는지 의심스럽다. 무차별적인 시설의 수탁으로 인한 사서원 내의 업무 과부하로 등으로 퇴사자가 발생하는 자기모순을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냉정한 평가와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은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상식적 수준에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짚어야 할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사서원이 수탁한 제주도노인보호전문기관은 몇 달째 기관장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복지관(발달장애인복지관)은 수탁 후,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개관식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운영하기 편하고 입맛에 맞는 복지시설만 수탁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런 상황이 민간 법인이었다면 행정에서는 가만히 놔뒀을까? 공기관이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양보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면 관련자들 모두 직무 유기다. 현재 수탁받은 기관조차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임 또한 묻지도 따지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더더욱 당위성은 없다. 이쯤 되면 행정과 사서원의 해명이 자못 궁금해진다. 결국, 행정과 사서원은 민간 사회복지 현장을 하대하고, 무시하는 행동의 반증일 뿐이다.
행정은 사서원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약으로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사회복지 현장은 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금번 복지관의 ‘공기관 대행사업’ 결정을 포함하여 사서원이 그간 어떤 기준과 능력으로 운영을 해왔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현장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출범 2년도 안된 사서원이 제주 복지현장의 역사와 함께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 <김진훈 / 복지in연구소 소장>
<김진훈의 '말말복지' 코너는...> 말말복지는 말이하는 복지, 말로하는 복지를 의미하며, 말을 통해 제주의 복지를 알리고, 정책을 만들어가는 복지사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가치실현을 위해 15년간 도내외 대학에서 사회복지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복지in연구소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복지in연구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진훈 복지in연구소 소장 |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보다
결국 인맥으로 들어가고
행정에서도 위탁기관으로 힘을주고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