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일상이야기] (9) 어느덧 '개냥이'가 되어버린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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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일상이야기] (9) 어느덧 '개냥이'가 되어버린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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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담장 가까이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치지 않고 계속 울어대니 짜증나고 소름끼칠 정도다. “보채는 아기를 잘 돌보지 않는다.”며 아기 엄마에게 혼잣말로 구시렁대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야 그 아기 울음소리의 정체를 알고 깜짝 놀랐다. 예쁘장하게 생긴 고양이 한 마리가 다소곳이 앉아서 우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고양이 무리 중에서 짙은 회색빛을 띤 한 마리가 우리 집 차고지 밑으로 몸을 낮춰 들어왔다.

그 암고양이에게 다가가더니 앞발로 툭툭 건드리기도 하고, 킁킁 냄새를 맡으며 한동안 주변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암고양이도 싫지 않은 듯 가만히 있다가 금방 자리를 옮기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바로 암고양이들이 발정시기가 되면 아기 울음소리를 낸다고 한다. 옆집에서 아기가 우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암고양이들이 우는 이유는 종족 번식을 위함이거나 영역 안으로 다른 침입자가 들어왔을 땐 경고 없이 바로 응징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기도 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얘들이 처음 집에 왔을 때에 나를 보자 경계하듯 바싹 꼬리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여차하면 공격하겠다는 신호다. 무섭고 두려워 한동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다 어떤 때는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피하기도 했다. 원래 고양이들에게 위협을 가했다가는 나중에 반드시 큰 화를 당한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

한번은 암고양이가 우리 집을 제 집 들 듯 수시로 드나들다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다행히 순산이다. 암컷과 수컷 각각 두 마리씩이다. 출산 과정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나와 친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며칠 동안 매일 아침마다 사료와 물을 그릇에 주고 가끔씩 머리도 쓰다듬고 스킨십을 해 주었더니 나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풀었다.

그 다음부터는 내가 옆으로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배를 보이며 드러누워 앞발로 손짓하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아침에 사료를 조금 늦게 주기라도 하면 ‘배고프다’며 현관문 앞에 앉아 시위한다. 그럴 때마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멀리 흩어져 있다가도 내 발자국 소리만 들리면 재빨리 모여드는 것을 보며 신기할 따름이다.

가끔씩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반려견이나 반려묘, 말 못하는 많은 동물들을 학대하고 버려지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고 화가 난다. 사람들이 잔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 요즘 무슨 일 있는 걸까. 며칠 전만 해도 화단 앞에 놓여 있는 커다란 돌이나 계단 앞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으니 걱정된다. <이성복 수필가>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지체장애 2급)으로,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재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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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훈 2023-09-11 21:43:15 | 112.***.***.72
다음세상에서는. 고양이로. 태어나려므나
내가 고등어 대가리. 던져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