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일상이야기] (8) 스님과 법당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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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일상이야기] (8) 스님과 법당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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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똑..’

칠흑 같은 밤, 산골짜기 사찰에 울려 퍼지는 스님의 목탁 소리가 메아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 .

늦은 밤, 불자들이 모두 떠난 법당에서 엎드려 홀로 예불 드리고 있는 이가 있다. 멀리서 보이는 뒷모습이 작아 보이는 게 동자승인 줄 알았다.

예불을 마치고 들어와 보니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였다.

법당 안에 고양이가 들어와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랐다.

“고양이가 들어와도 되나요?” .

“예불 드리고 있잖아요?”

고양이가 네모난 방석 위에 앞발을 합장하듯 가지런히 모아 엎드려 있었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커다란 부처님 불상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신기했다.

“고양이가 정말 곱고 잘 생겨서 부처님 같아요.”

“사람보다 나은 것 같아요.”

“배울 점이 많아요.”

“전생이 궁금해요.”

법당을 나오며 불자들이 한마디씩 했다.

사람들도 꼼짝 않고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든데, 한번 앉으면 스님이 나가기 전까지는 먼저 나가지 않는다고 하고, 네다섯 시간 동안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있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보면 볼수록 놀랍고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이미 열반의 경지까지 올라 있는 것 같았다.

멀리 있다가도 스님의 목탁 소리만 들리면 어김없이 뛰어와 양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예를 갖추고 법당 안으로 들어가 방석 위에 앉는 것이다. 스님들이 가르쳐준 적도 없고, 제집 드나들 듯 하지만 한번도 ‘야옹, 야옹’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혹여 부처님의 영험한 기운이 고양이에게 스민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옆에 있는 스님이 “부처님 어디 계셔?”하고 물으니 고개 들어 불상을 쳐다보는 게 아닌가.

무려 4년째 묵언수행 중일 때는꼬리 흔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법당 내에서 소리 내지 않기 위한 해탈이 만의 의사 전달법이라고 했다.

점심 공양 시간이다. 스님 곁으로 다가와 앉아서는 구수한 된장 냄새를 맡아 입맛을 다시는 게 아닌가. 스님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하면서 손에 콩 서너 개를 올려주니 잘 받아먹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눈가가 이상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가 떨어졌다. 고양이가 눈물 흘리는 것을 처음 봤다.

‘된장 맛에 감동한 것일까?.’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댔더니 진짜 눈물방울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감격의 눈물이었다. 된장찌개, 고추장찌개, 김치찌개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리나 나비 같은 곤충이 날아와 콧잔등에 앉아 있어도 스스로 날아갈 때 까지 가만히 놔둔다. 먼저 쫓아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 고양이는 유기 묘다. 산에서 길을 잃고 떠돌다가 스님의 도움으로 0지금까지 사찰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스님도 이제는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부처님 만나는 것처럼 마음이 설레고 편안해진다고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스님과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을까? <수필가 이성복>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지체장애 2급)으로,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재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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