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일상이야기] (1)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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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일상이야기] (1)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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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물관련 TV 프로그램 리모컨을 켰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왠지 불길하고 소름 돋는 느낌아 내 몸을 감쌌다.

칠흑 같은 밤, 좁은 골목에서 울리는 의문의 소리.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고요할 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제작진이 잘못들은 것 같아 등골이 오싹 했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귀 기울여 자세히 들어보니 고양이 소리였다.

소리가 들리는 곳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통이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한번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연거푸 들렸다.

촬영팀원 중 한 사람이 악취를 무릅쓰고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섞여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밖으로 꺼냈다. 조명 불빛을 비추니 날파리들이 한가득 떼 지어 불빛으로 몰렸다. 단단하게 묶여 있어 그런지 잘 풀리지 않아 힘껏 뜯어보니 더욱 깜짝 놀랐다.

큰 봉투 안에 눈도 채 뜨지 않은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들어 있는 것이다. 한 마리는 이미 죽어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다행히 숨 쉬고 있었다.

만약 조금만 늦게 발견했더라면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에 연약한 생명체가 갈기갈기 뜯겨지고 부셔져 소각처리 됐을 탠데 그나마도 빨리 발견해 천만다행이다,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방송이 나간 며칠 뒤에 입양하고 싶다고 방송국으로 연락해서 여러 가지 검증을 거치고 졍식으로 제보자의 식구가 되었다며 활발하게 뛰어노는 영상을 보니 내가 더 마음이 놓였다.

인간의 이기심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예전에 우리 집 반려견도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아 분양하기도 하고, 한 두 마리는 집에서 키운 적도 있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키우다가 나이 들어 병들고 아파하는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때가 고통스럽다.

사람들은 처음 젖먹이 강아지를 귀엽고 예뻐서 정성을 다해 키우다가 몇 개월 지나 어느 정도 자라 말썽부리고 귀찮아지면 냄새나서 싫다는 이유로 밖에 나가 산책시키는 척 하면서 슬쩍 내다버려 유기견이 되거나 아니면, 운 좋게도 다시 원래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 가슴 뭉클한 상봉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내 눈가가 촉촉하게 젖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까지도 한꺼번에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처벌도 가벼워 단순 경범죄로 처리되어 벌금만 내면 된다고 하는 말에 더 화가 치밀었다. 이런 사람들은 아예 처음부터 더 강력하고 무거운 최고의 법률로 다스려 경각심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물들은 장난감이 아니다. 처음에는 귀엽고 예뻐 애지중지하다가 나이 들어 싫증나면 산책시키는 척 하면서 몰래 내다 버리는 파렴치한 주인을 고발하는 기사를 읽을 때 마다 화가 치민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도 있듯 동물들도 예외는 아니다. 고귀한 생명으로 사랑과 축복 속에서 태어나 주인과 즐겁게 정을 쌓으며 생을 마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수필가 이성복>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지체장애 2급)으로,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재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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