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대한 싫고 좋음이 왜 이리도 이기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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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대한 싫고 좋음이 왜 이리도 이기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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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일상이야기] (6) 생명의 소중함

예전에는 개의 존재를 집을 지키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사람들과 더불어 집안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다.

처음에 우리 집에서도 작고 귀여운 숫놈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시는 분이 강아지를 키우고 계셨는데, 사정이 있어서 우리에게 넘겨주셨다고 한다. 물론 그분은 ‘강아지를 잘 키위 주리라’는 생각에서 그냥 주셨다고 하는데, 그래도 아버지는 약간의 대가를 지불했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강아지를 데려오거나 살 때에는 주인에게 꼭 돈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키우는 데 소홀하게 되고 싫증을 느끼게 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잘 적응하지 못하고 힘이 들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2주쯤 지나니까 마루 한켠에 넓고 큰 상자박스를 개조해 헌옷들을 모아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옆에는 물을 놔주고, 신문지를 깔아주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는 넓은 마루를 운동장인양 막 뛰어다니다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맴돌다가 안방에 사람이 있는 줄 알고서 문을 긁는 것이었다. 무심코 내가 화장실 문을 열어 주고, 얼른 들어가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놨더니 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너무 기특해서 뒤처리를 다 하고 마루로 데려와서는 껴안으며 뽀뽀해줬다. 그랬더니 내 마음을 아는 듯 목덜미를 핥아 주는 것이 아닌가?

며칠 뒤에 외삼촌이 우리 집에 또 다른 한 마리의 개를 데리고 왔다. 옆집에 사시는 분이 가정형편상 강아지를 더 이상 키울 수 없어서 잘 키울 수 있는 집을 알아봐 달라고 해서 우리에게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강아지는 체구가 좀 작은 편이고 몹시 귀여웠다. 장난감 곰돌이 모양에 털이 가늘고 하얀색에, 눈이 아주 큰 암놈이었다.

또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나니까 집안에서는 키울 수 없어서 창고 옆에다 따로 집을 마련 해주었더니 서로 싸움하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이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두 마리의 개들이 옥상을 오르내리며 놀다가 우리 아버지가 퇴근해서 집 앞에 차가 멈추기만 하면 마구 짖어댔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사람인 줄 알고 가만히 있었는데, 대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보고 어이없음에 어머니와 한바탕 웃기도 했다. 그 다음부터는 밖에서 강아지들이 짖는 소리가 들리면 아버지가 오시는 줄 알고 곧바로 저녁 준비를 하기도 했다.

한번은 친구가 집에 놀러왔는데, 휠체어를 탄 친구여서 대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단속을 해놓고 대문을 활짝 열어 친구의 휠체어가 들어오게 하고 나서 문을 닫고 있었다. 개들은 원래 자기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아니면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대고 공격할 자세를 취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친구에게는 짖지도 않고, 오히려 반갑다는 듯이 펄쩍펄쩍 높이뛰기도 하고, 아예 배를 보이며 벌러덩 드러눕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보는 친구를 그렇게 반기다니. 개에게도 무슨 영감 같은 게 있는가 보다.

개의 임신 기간은 약 60일 정도이고, 3~4일 정도는 늦게 낳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암놈이 어느새 배가 불러 산기가 있다. 창고 안에다 임시 산실을 만들어주었다. 새벽에 신음소리에 아버지가 나가 보니 어미개가 털이 다 젖을 만큼 오랜 진통 끝에 새끼를 낳는지 몹시도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태반에 쌓여 밖으로 나온 새끼들을 일일이 어미가 입으로 하나씩 벗겨주면 꿈틀대며 어미의 젖을 찾아가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금방 태어나 눈도 아직 뜨지 않았는데, 어떻게 어미 품인 걸 알고 찾아갈까. 참 신기하다.

어머니는 사람의 생일 때나 먹는 미역국을 끓여 어미에게 먹였다. 어미도 그 정성을 아는지 곧잘 먹는다. 그리곤 잠깐 나와서 넓게 펼쳐 있는 신문에다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집으로 들어가 새끼들에게 젖을 물린다. 입심 좋게 젖을 빠는 새끼들의 분비물을 핥아먹는 모습이야말로 감동적이다. 그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 부모도 나를 이토록 애지중지하면서 키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 뭉클해진다. 부모님께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신문이나 TV를 보다 보면 집에서 기르다가 싫증나고, 나이 들고 병이 들면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내다버리는 일부 철없는 사람들로 인해서 버려지는 유기견들이 많다는 기사를 자주 본다. 그런 기사를 볼 때면 나 역시 개를 기르는 입장에서 정말이지 화가 난다. 일단 한 번 키우기로 마음먹었으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자식처럼 아껴주고 보듬어 주어야 하는데,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학대하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내팽개칠 때,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이런 행동이 사람을 매우 안타깝게 한다. 동물에 대한 좋고 싫음이 또한 철저히 이기적이 아닌가. <수필가 이성복>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지체장애 2급)으로,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재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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