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가 외국어 보다 어렵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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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가 외국어 보다 어렵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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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일상이야기] (5) 제주어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 들 때까지 항상 라디오를 듣는다.

어떤 프로그램은 1부와 2부로 나눠서 하는데, 1부는 전국방송 하고, 2부는 각 지방마다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끝까지 듣지 못할 때가 많다.

제주도 마찬가지다. 오후 프로그램 중에는 남녀 진행자들이 구수한 제주어로 퀴즈도 풀고, 편지 사연도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맨 처음에 들었을 때에는 진행자의 모습이 궁금했다. ‘진짜 백발의 어르신들 일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금방 풀렸다.

인터넷으로 방송국 사이트에 접속해 사진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아닌가. 남자. 여자 진행자의 나이는 나와 동갑이거나 크게 차이나지는 않아 놀라기도 했다.

그 나라를 이해하려면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제주어는 ‘제주도’라는 지리적 환경이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인 데서 그 속에는 역사적 숨결이 담겨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방의 말보다 독특하다. 낯선 사람들에게는 마치 외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서 몇몇 친구와 같이 시내 구경을 나갔다. 한참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있는데, 경찰관 정복을 입은 두 사람이 앞을 가로막았다.

"지나가던 어떤 분이 신고해서 순찰 나왔습니다.” 라는 것이다. 지나가면서 들어보니 말투가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이상한 말을 한다는 이유다. 그 경찰은 나와 친구를 간첩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나중에 오인으로 밝혀져 숙소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불쾌했다.

한 TV 오락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출연해서 각 지역 방언으로 퀴즈문제를 내서 맞추는 방식의 방송을 본 적 있다. 특히,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의 방언은 재능 있고, 끼 많은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데, 제주어만은 그렇지 않다.

한다고 해도 그저 흉내 내는 정도에 불과했다. 토박이인 내가 들어보면 억양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게 느껴져 흐름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분야에 제주 출신 연예인들이 방송 활동을 많이 한다. 연기자들은 제주도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할 때에는 토박이 사람이 주연이나 조연으로 출연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이 끌어올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표준어로만 수업하면서 제주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가야만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도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제주어 경연대회’와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와 속담을 제주어로 바꿔서 부르고, 쓰는 모습을 보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제주가 유네스코지정 세계 7대 자연경관과 3대 세계 문화유산에 지정되었지만 제주어가 인도의 ‘코로어’와 함께 분류되어 소멸 위기 언어에 포함되었다는 신문기사도 읽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도 미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규 교과 과목으로 정해서 학교 교육에서부터 제주 토속적인 삶의 흔적이 묻어 있는 정감 있는 제주어를 많이 듣고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춘. 삼춘 어디감수과~’. 신청곡이라고 하면서 제주출신 가수가 흥겹고 정겨운 제주어로 직접 가사도 쓰고, 작곡까지 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수필가 이성복>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지체장애 2급)으로,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재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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