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정체성 문제"...제2공항 이어 또다른 갈등이슈로 부상하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주 해저터널' 카드를 불쑥 꺼내들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3일 경기 의왕 포일어울림센터에서 수도권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며 김포공항 존치문제에 대해 답변하던 중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 고속철도를 놓는 해저터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왜 갑자기 '제주 해저터널'을 언급했는지 그 배경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KTX 고속철도와 연계해 전남과 제주간 해저터널까지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 내용이 전해지자 제주도 시민사회는 물론 지방정가에서도 반응이 싸늘하다. 해저터널을 언급한 것 자체만으로도 제주에서는 또 다른 갈등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주사회에서는 '해저터널'은 부정적 기류가 매우 강하다. 해저터널은 전라남도의 숙원으로, 전남이 오래 전부터 제안을 해 왔으나 제주에서는 반대 여론이 강했고, '불가'로 귀결됐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전남지사 시절 해저터널 추진단을 구성한 바 있고, 국무총리로 지명된 후에는 해저터널 건설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도 해저터널 건설촉구 결의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지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의안은 불발됐고, 해저터널 추진은 전혀 진척되지 못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원 전 지사는 지난 2020년 11월 열린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해저터널이 될 경우 목포, 해남, 보길도, 추자, 제주도가 당일치기 관광이 가능한 곳으로 될 것"이라면서 "문제는 '제주의 정체성을 섬으로 유지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데, 그것은 도민 정체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도민의 주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2공항에 대해서도 결말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전라도의 일방적 입장으로 제기하는 해저터널 문제는 논의 자체도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해저터널 문제는 제주사회에서 공론화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극심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 제2공항 문제가 더 시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이번 발언은 매우 돌출적으로 나오면서, 지역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제주사회에 매우 민감한 문제를 꺼내들면서 정작 제주도를 제외시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해저터널 언급이 경기권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종전 이 후보가 제주를 방문할 당시에는 해저터널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타 지역 공약 발표 자리에서 이 문제가 돌출되면서, '제주도 패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앞서 제주도에 내려와 공약을 발표하면서 환경보전기여금(입도세) 도입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수익금 중 상당 부분은 '제주도민을 위한 기본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산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의회에서 "환경보전기여금은 환경보전을 위한 목적으로만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이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해저터널 발언을 두고도 제주도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서도 논란의 향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24일 오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 제주지역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섬은 섬으로 남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소신을 말했다. 이게 가장 중요한 답이 될 것"이라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도 "해저터널은 제주 정체성과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약이 될 수도 있다”며 “제주도민의 권리와 의견이 정치 참여를 통해 반영돼야 한다. 6‧1지방선거에서 차기 도지사와 각 거버넌스들이 협의해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 제2공항에 이은 또 다른 갈등이슈로 부상할 수 있는 이 후보의 '해저터널' 언급, 어떤 계산일까.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