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운 하천을 위한 자연성 회복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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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운 하천을 위한 자연성 회복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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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천미천 정비 무엇이 문제인가 (2) 고병련 / 제주국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한라산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수많은 혈관처럼 뻗어있는 제주의 하천은 도외지역과는 전혀 다른 지질·생태·경관적 특징을 갖고 있다.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져, 물이 스며드는 특성과 급경사로 인해 하천의 물이 급속도로 바다로 흘러가 버려 도외지역처럼 유유히 흐르는 강은 없지만, 용암 암반 위에 형성된 수많은 소(沼)가 오아시스처럼 수없이 흩어져있다.

또한, 도외지역의 강처럼 수변 지역이 수생식물대가 아닌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으로 형성되어 기나긴 녹색띠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독특한 제주의 하천은 그동안 하천정비라는 이름으로 원형이 무참히도 훼손되었다. 특히, 제주도에서 가장 길고 복잡한 하천인 천미천은 대표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하천정비사업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최근 또다시 제주시와 서귀포시 권역에 걸쳐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환경부를 중심으로 지난 하천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주도당국은 토건중심의 하천정비사업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천미천 정비사업의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기획연재를 시작한다. 천미천을 중심으로 하되 더불어 제주도 하천정비의 전반적인 문제점도 돌아보고자 한다. 기고는 고병련 제주국제대 교수,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의 순으로 6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하천사면의 원형을 파괴하는 제방의 석축 쌓기 공법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동안 하천에 대해서 콘크리트 등 강성재로 보강하거나 하천의 길인 하도를 직강화하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더욱 비참한 것은 제주의 하천의 일부 구간이 복개라는 이름으로 암거로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성 회복이란 차원에서 하천 개수에 대한 발상이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하천사면은 콘크리트와 석축이라는 강함(하드 적인)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될 수 있는 한 많은 특징을 나타내려는 부드러움(소프트한)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하천 바닥은 딱딱하고 바르게 흐르게 하지 않으며 넓은 부분과 좁은 부분이 있어 하천 속의 섬과 자연의 낙차가 어우러지고 하천의 호안은 돌 대신에 나무를 식재하여 홍수를 이겨낼 수 있는 공법전환이 시급하다. 그런데 제주의 하천은 재해 예방이라는 치수 측면만 강조하다 보니 하천 바닥의 굴착과 단면 확대 등에 치중하여 유수소통 능력만 고려하고 하상의 암반을 제거하고 하천이 사면을 제거된 암반으로 석축 쌓기에 급급한 하천정비가 당연한 것처럼 통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석축으로 쌓아 올린 사면은 강성화되어 홍수 시 하상의 퇴적된 토사(암반 제거로 토사층 노출)가 유출되면서 빈번히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석축 쌓기 붕괴(위), 퇴적층 하상 토사 유출(아래)
퇴적층 토사 유출로 인한 석축 쌓기 제방 붕괴(부록천/웅덩이 골내)

홍수를 확실히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방을 만들 필요가 있으나 주변 자연환경 파괴를 피할 수 없는 점에서 새롭게 하천을 개수하고 홍수 예방을 위해서 유럽 등 선진도시에서는 하천변을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전하거나 복원해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하에 우선순위를 정해 하천을 정비하는 것이 보편화하고 있다. 우리도 자연성 회복이란 차원에서 하천정비를 재접목해야 한다.

한 예로 스위스는 하천 개수에 있어서 생태학적 관점에서부터 우선적으로 생물재료공법이나 혼합공법을 적용하며 부득이한 경우만 강제공법인 돌과 콘크리트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홍수 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모든 방법에 있어서 어떠한 조치도 가능한 자연에 가까운 형태로 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모든 점에서 보아 최상의 해결책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위스는 하천에서 홍수 예방의 지침으로 하천공법에 관해 지역의 환경단체나 전문가와 함께 공사를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하천의 제방을 하상의 암반을 깎아 쌓는 공법은 버려야 한다. 이 방법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정한 보존자원인 현무암을 파괴하는 정책이기에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제주하천의 풍부한 자연을 형성하기 위한 공법으로 식생에 의한 생물재료(식생)공법을 적용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식생과 돌을 이용한 혼합재료공법도 필요하다. 하천의 흐름이 빠르고 침식 정도가 크면 제한적으로 최소한의 강제공법도 적용할 수 있지만, 하상의 암반을 깎거나 제거하여 사용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하천의 사면에 향토 수목을 대대적으로 식재하여 제방을 대신할 필요가 있다. 나무의 뿌리는 하천변 토사를 안정시키고 침식을 억제한다. 한림 명월리 옹포천 지류에 있는 명월대가 있는 하천변에 퐁낭(팽나무)군락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과거 우리 선조들은 하천변에 팽나무 등을 식재하여 복잡하게 얽혀있는 나무뿌리를 이용하여 제방의 무너짐을 억제하고 홍수를 방재했다는 점을 뒤 돌아봐야 한다.  

제주 섬을 지켰던 선조들은 “건천에 나무가 없으면 재해를 일으켜 마을이 변촌이 된다”하여 하천변에 팽나무를 심어 홍수를 저감한 지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선조들의 지혜는 단절되고 제주 하천변은 하천 하상의 암반을 파괴한 돌을 갖고 석축 쌓기에 급급하여 하천 변이나 사면은 나무들을 찾아볼 수 없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한천인 오라내에도 팽나무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천변의 태역(잔디)밭은 소풍 장소였지만 지금은 이런 하천 풍광은 사라진 지 오래며 그 자리에는 하천정비로 파괴된 하천 하상 암석으로 쌓은 석축만이 초라하게 서 있다.

명월대의 팽나무 군락(한림 명월리)
명월대의 팽나무 군락(한림 명월리)

나무식재만으로 불안정한 하천사면은 식생과 석재를 활용한 혼합공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 공법은 나무를 돌 사이에 집어넣어 둘 안쪽까지 길게 자란 뿌리로 토사를 안정시키고 강하게 결합하므로 하나가 되어 그림7과 같이 하천사면을 지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제방은 홍수 때 하천수가 넘치지 않도록 쌓은 사회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이지만 매년 닥치고 규모가 점차 커지는 홍수는 제방으로만 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제방 일부를 터서 홍수 시 인명피해 없이 마을 인근의 토지 침수를 허용하는 ‘홍수와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홍수를 방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원 하천의 하폭을 회복하고 하천원형을 복원해야 한다
하천은 물 스스로가 만든 물길로 마치 우리 체내의 혈관과도 같다. 이 혈관이 막히면 동맥경화가 심화하여 터지는 것과 같이 홍수범람을 일으키고 하천유역은 크고 작은 침수가 일어난다. 이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인간의 간섭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간섭의 원인으로는 크게 하천 폭을 축소하거나 하천에 뚜껑을 덮어 암거화 하는 복개, 그리고 물이 흘러가는 하천 길의 강제적인 변형에 있다.

하천 범람이 발생한 현장을 가보면 많은 비가 내리는데 홍수의 원인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들이 하천을 점유하여 발생하는 때도 많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하천 일부를 농로나 하천관리 도로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이로 인해 하천의 폭은 감소하여 혈관이 막힌 것처럼 물은 갇혀 있거나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서로 사투를 벌이면서 또 다른 물길을 만들기 위해 도시화로 주변의 변화된 지형과 맞물려 또 다른 지역에 홍수범람을 일으켜 문제를 야기한다. 도시화가 가중되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하천 접근성이 수월해 지면서 제주의 하천들 대부분이 축소되어 변형되었다. 

최근에는 하천 물길을 고려하지 않고 손쉽게 하천 일부를 도로로 점유하여 하천 폭을 강제적으로 축소함으로써 치수적 관점에서 하천정비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일부 하천에서는 하천의 물길인 하천 유동 방향을 쉽게 변형해 버려 하천은 물길을 찾지 못해 범람이란 불완전한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하천의 점유는 지번 부여나 공유수면 점유라는 합법적인 경유도 있지만, 불법적인 경우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분적으로 하천을 복개하거나 암거도랑으로 물의 흐름을 저해하고 하천에 생태적 악영향을 주고 있다. 복개는 하천의 수질오염을 가속화하고, 하천 생태계를 단절시킨다. 햇빛이 차단되고 공기의 순환이 잘되지 않아 하천의 자정 기능이 상실되며, 바람의 통로이자 도시의 습도조절 기능의 상실로 도시의 열섬현상을 가중하며 오염수 유입을 관리하기가 어려워 하천 수질은 악화시키고, 홍수 시 복개 구간 내 통수 단면이 작아져 침수피해를 유발해 도심지 침수피해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하천정비로 직강화된 하천의 일부 구간은 생태하천복원 기법을 도입하여 하천 내에서 물길을 사행화하여 홍수범람을 억제하는 생태 공학적 접근이 필요하며, 하천 폭 축소구간은 예전의 하천 폭을 확보하는 노력과 복개된 하천을 과감히 개복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단지 지금까지 그래왔으며 하천원형 복원에 따른 민원 야기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제주하천 복원의 분명한 이념과 목포가 있어야 한다. 하천의 치수 기능과 조화되는 생태기능의 복원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산지천인 경우 일부 구간만 뜯어내어 복원하기보다는 동문 시장 구역까지 복원하였다면 완전한 자연성 회복을 추구하고 매년 겪는 치수 위험에서 벗어나 더 지속가능성이 커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천 복개 구간인 경우도 나리 태풍 시 지역주민들은 복개 구간의 완전철거를 요구했었지만, 일부 부분적으로 철거하면서 태풍 차바 때 피해를 자초한 아픈 경험이 있다. 제주시는 한천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하고 정비사업 계획으로 복개구조물을 철거하는 한편 하천 바닥 정리 등의 대규모 공사를 진행한다고 하고 있는데, 산지천과 같은 일부 구간이 아니라 전 구간을 철거하여 진정한 자연성을 회복하는 하천으로 재탄생되길 기대한다.

하천 복개로 인한 암거 도랑화(한천)
하천 복개로 인한 암거 도랑화(한천)

하천은 오픈스페이스로 열린 공간이다. 열린 공간은 개발되지 않은 일단의 공지로 인공구조물이 덮여 있지 않은 곳으로서, 대표적인 곳이 하천이다. 하천은 자연 자원에 대한 생산성과 효율성 등의 기반을 강화하고 보호하는 물리적 기능,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는 사회적 기능, 관광이나 개발유형, 지가 등과 같은 경제개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기능이 있다. 

하천 바닥에는 돌이 있고 수목과 관목은 하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자연에 가까운 하천은 많은 보호 가치가 있으며 자연보호상 시급히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하천 개수에 있어서 기술적 측면만을 판단 기준으로 한다면, 반드시 자연경관과 동・식물계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자연환경과의 연결이 끊어진 하천은 황폐하게 되고 자연 자정작용은 없어지고 단순하게 컨트롤(우수 조절기능)된 것에 지나지 않은 하천은 환경의 빈곤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제주도는 2005년 ‘자연 친화적 하천정비 사업 추진 방침’을 수립하였지만, 여전히 하천정비사업으로 제주도 특유의 하상 형태인 기암괴석과 소(沼)가 훼손되고 하천원형이 파괴되고 있다. 치수 사업에 집중하여 자연 친화적인 정비보다 재해 예방에 치우쳐 자연성 유지는 고려되지 않고 하천의 하상을 훼손하는 상황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부분적인 구간별 하천정비는 오히려 하류에 재해를 일으킬 수 있고, 배수 위주의 하천정비는 제주도의 주 수원인 지하수의 함양비율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우려도 낳고 있다.

‘진소’ 파괴 전(위)과 파괴 후(아래). / 하상파괴로 인한 하천의 진소 파괴 전후 모습(오라동주민센터 부근한천 오라내).
‘진소’ 파괴 전(위)과 파괴 후(아래). / 하상파괴로 인한 하천의 진소 파괴 전후 모습(오라동주민센터 부근한천 오라내).

제주하천의 새로운 정립을 위해서는 도민과 NGO 등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것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생물과 주민들이 우선적인 혜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괴된 하천복원은 하천의 생태성, 친수성을 다시 살리고 치수 안전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생태, 공학, 문화 등 융·복합적 관점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노력하는 다학제간 노력과 민간과 지자체를 총망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주하천은 하상의 암반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연성 회복을 위한 하천정비로 도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하천으로 거듭나야 한다. <고병련 / 제주국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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