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보다는 사실상 정부 눈치보기?...'내로남불' 자기모순
시민사회 "도의원은 제주도청 직원인가?...찬성 38명은 '신축38적'"
[종합]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밀실 추진'의 절차적 문제와 함께 환경훼손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중산간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설립에 따른 도유지 매각안의 처리를 강행해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이 사업을 둘러싼 숱한 의혹을 제기하며 심의 중단을 요구해온 시민사회단체는 강력 규탄에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30일 오후 제394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전날 행정자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라온 국가위성센터 사업부지(구좌읍 덕천리 산68-1번지)인 도유지를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2021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상정해 가결 처리했다.
표결 결과 출석의원 41명 가운데 38명 찬성, 3명 반대로 가결시켰다. 그동안 이 사업 추진과의 문제를 강력히 비판해 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 대다수가 돌연 입장을 바꿔 찬성 표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정민구 의원과 김용범 의원, 정의당 고은실 의원 등 진보성향의 3명의 의원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국가위성센터가 설립을 위해 해당 사업부지 내 도유지 40만㎡(덕천리 산 68-1)를 매각하는 안을 담고 있다. 당초 제주도 안에서는 매각 규모가 62만1764㎡로 제시됐으나, 심의 과정에서 최종 42만㎡로 조정됐다.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29일 심의에서 이번 매각안 부대조건으로 △제주고사리삼 등 환경자원의 훼손 최소화 △당초 매각예정지에서 분리된 지역에 대한 지속가능한 보전대책 마련해 도의회 보고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자매결연 교류서 내용을 성실히 이행 △국가위성센터 조직 및 기능 강화를 통해 항공우주연구원 제주분원 격상 노력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대조건은 그동안 절차적 문제에 대해 눈 감아주고,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봐주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도의회 먼저 논란.의혹 제기하고, 돌연 태도변경...'내로남불' 자기모순"
앞서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는 '보안시설'로 분류되는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철저히 비밀리에 추진돼 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국가위성통합센터는 덕천리 108만6306㎡ 부지에 조성될 계획이다. 사업부지 내 토지는 국유지 46만4542㎡, 도유지 62만1764㎡이다.
이 곳에 국가위성통합센터 건물 및 대형 위성안테나 3기 등을 설치해 2022년 9월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안테나의 경우 우선적으로 3기를 설치한 후 이후 계속해서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사업은 주민 의견 수렴은 물론 공청회 등의 절차도 없이 속전속결식으로 추진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제주도가 해당 사업부지 내 도유지 매각 동의안을도의회에 제출할 때까지 지역 주민들은 물론 도의원들조차 이 사업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도의회 내에서 '밀실' 추진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사업 목적 및 실체에 대한 의구심도 계속 이어졌다.
항우연은 밀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월말 뒤늦게 해당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차례 설명회를 개최하며 설득에 나섰으나 이 사업을 둘러싼 의구심은 오히려 더 확산됐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정보원 소유인 국유지(덕천리 산 68-9번지)에서는 이미 연구동과 위성영상실, 운영실 건축물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절차 위반 논란과 함께, 도민을 우롱했다는 거센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각종 의혹을 제기해 온 도의회가 돌연 태도를 바꾸고 도민의견 수렴 절차 및 공감대 형성, 사업 실체에 대한 명확한 규명도 없이 속전속결로 의안 처리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전날 행정자치위원회가 이 의안을 상정해 전격 처리한데 이어, 30일 본회의에 상정해 그대로 처리했다.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사업을 '묻지마'식으로 그대로 용인해준 것이다.
이는 도의회를 독차지하고 잇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정부 눈치보기'의 결과로 풀이된다. 국가정보원 및 정부 관련부처의 눈치를 보면서, 도민들의 자존과 정서보다는 사실상 '정부 편들기'를 한 것이다.
그동안 제주도정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숱한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정작 도의회 스스로는 민의에 반하는 '내로남불'의 자기모순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시민사회 "도의원은 제주도청 직원인가?...찬성 도의원 38명 '신축38적'"
시민사회단체는 도의회의 이중적 행보를 강도높게 규탄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전교조제주지부, 전농 제주도연맹, 전여농 제주도연합, 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진보당 제주도당, 개척자들, 곶자왈사람들, 노현넷, 도청앞천막촌사람들,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 등 22개 단체는 30일 제주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원은 항공우주연구원의 직원인가, 아니면 제주도청의 직원인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 단체는 "정부 대변인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업 추진에 터무니없는 이유로 사업을 통과시켜주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의원의 역할은 안건에 대해 깊이 심사숙고하고 도민들에게 미치게 될 영향,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해야 마땅하지 않느냐"면서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의 유해성에 대해 입증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자동문 마냥 안건을 통과시켜 줬다"고 성토했다.
또 "논란이 되는 사안들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도 하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정부부처의 입장만 대변하는데도 도의원들은 그 말만 믿고 그대로 통과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도의원들은 항우연 소속 직원인가? 아니면 제주도청 소속 직원인가"라며 "어차피 통과로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안건 심의는 왜 하는 것이고, 질의응답은 왜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본회의 통과 소식이 전해진 후에는 "내로남불의 전형", "정신 나간 도의회"라는 규탄과 항의가 이어졌다. "이 사업은 국가의 재앙"이라며 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이들 단체는 추가 성명을 통해 본회의 표결 당시 찬성 표결을 한 38명의 의원 명단을 열거하며 "조선에 을사오적이 있었다면 오늘 4월 30일 제주에는 '신축38적'이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도민들은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도유지 매각 건 통과에 대해 깊이 분노하고, 더 깊이 통탄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제주도정이 밀실협력에 사실상 도의회까지 합류하면서 사실장 '그들만의 공모'로 강행되는 국가위성센터를 둘러싼 논란과 반발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서쪽아니라 동쪽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