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 무용' 김한결, 제주 대자연을 공연무대로 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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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예술 무용' 김한결, 제주 대자연을 공연무대로 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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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예술가, 섬에 '혼'을 불어넣다 - (2)청년예술가 김한결

제주도는 환상의 섬이라고 불린다.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그 지역 특유의 자연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고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제주의 자연은 계절이 바뀌면 또다시 제 모습을 새롭게 바꾼다. 제주가 물리적으로 고립돼 있어도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는 이유는 제주 안에도 수많은 제주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제주 그것은 자연일 수도, 문화일 수도, 역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건 역시나 사람이다. 사람들이 제주를 환상의 섬으로 생각하게 된 연유에는 섬에 대한 제주 지역민들의 애착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서도 이 섬을 유독 각별하게 생각하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를 배경으로 독창적인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제주독립예술가들이다.

신예부터 원로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그들의 예술적 열망이 제주에 특별한 혼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제주 무용가 김한결 ⓒ헤드라인제주
제주 무용가 김한결 ⓒ헤드라인제주

무대에서 공연하는 무용수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거리에서 공연하는 무용수를 보긴 드물다. 그것이 제주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무용수라면 더욱이나 그렇다. 김한결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지난 11일 진행된 그녀와의 인터뷰는 특별했다. 그녀는 마땅히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걷는 것처럼 얘기했으나 그 길을 걷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독자적인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기까지 얼마나 깊은 고뇌에 빠졌었는지 구구절절한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김한결은 제주도의 자연, 설화, 문화 등을 주제로 창작 작업을 하고 있는 무용수다. 그녀는 국립국악고등학교 무용과를 졸업하고 대학도 무용과로 진학하는 등 오래전부터 '무용 외길 인생'을 걸을 운명이었다.

그녀는 지난해 4월에 공연된 '청춘마이크-제주도화'와 2019년 발표된 '삶의 길-오르다'를 포함해 6년간 총 20여 편의 작품활동을 해왔다. 또한 지난 2016년에는 한국무용협회 제주도지회가 개최한 '전국무용제 예선전'에서 한국무용부분 개인연기상 부문 수상을 하는 등 무용수이자 예술가로써 뚜렷한 업적을 쌓아왔다.

이러한 그녀의 진가가 발휘된 곳이 바로 제주도다. 그녀는 원래 일본 야쿠시마에서 일본 현대무용인 부토 워크숍을 받고 있었는데, 온전한 자연에 매료돼 어떤 흐름을 따라가보니 어느 순간 제주로 오게 됐다고 한다. 지난 2015년 무작정 제주로 떠나온 이후로 지금까지 제주에 살며 창작작업을 하고 있다.

김한결 '이어도 사나'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이어도 사나'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이어도 사나'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이어도 사나'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이어도 사나' 무대 공연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이어도 사나' 무대 공연 ⓒ헤드라인제주

그녀는 처음부터 제주바다가 좋았다. 예술적 기질이 타고난 그녀에게 다채로운 제주 바다는 유독 심오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특히 바다에 나가 해녀를 볼 때마다 언젠간 꼭 해녀를 소재로 작업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름답고 낭만적으로만 보이는 해녀의 삶에서 그녀는 그만큼이나 슬픈 것이 보였던 것이다.

김한결은 그런 느낌을 묵혀두지 않고 가감없이 예술로 승화시켰다. 지난 2015년에 발표한 '이어도 사나'가 이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어도 사나'는 힘든 삶을 살았던 해녀들이 그들의 낙원인 이어도로 가 결국 행복과 희망을 얻고 희망찬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공연이다.

'이어도 사나'는 이미 다양한 버전으로 여러 번 공연됐던 소재다. 하지만 김한결에게는 제주바다와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해녀의 얘기가 늘 새롭고 슬프기만 했다.

그래서 그녀의 공연을 보면 다른 '이어도 사나'와 사뭇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거친 바다 안에서 한평생 노동의 해야 하는 운명, 자연 앞에서 매번 느끼게 되는 무력감. 해녀들이 마주해야만 했던 제주 바다와의 끊임없는 사투를 그녀는 자신의 일처럼 구구절절하게 표현했다.

김한결은 그렇게 이상 속의 이어도를 통해 해녀들이 한평생 고되게 살아야만 했던 제주바다를 찬란한 장소로 승화시켰다. 제주와 해녀 사이에 끝내 지워질 수 없는 경계를 그녀가 지워버린 것이다.

그녀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라 굉장한 애정과 노력과 정성을 들였던 기억이 난다"며 "특히 영상작업에서 해녀가 물질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직접 바다에서 헤엄치며 수중촬영을 했는데 더욱 감동적이고 현장감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한결은 '이어도 사나'를 시작으로 제주도를 주제로 하는 창작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이어도 사나'에 이어 지난 2016년 발표된 '영등, 바람'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아름다운 몸짓과 신비의 섬 제주의 환상적인 조화를 느끼게 했다.

김한결 '영등, 바람' 작품 사진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영등, 바람'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영등, 바람'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영등, 바람'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영등, 바람' 무대 공연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영등, 바람' 무대 공연 ⓒ헤드라인제주

제주도 바람의 신 영등 할망을 주제로 하는 '영등, 바람'은 영등 할망이 봄이면 제주도에 바람을 몰고 와서 생명을 주고 간다는 것에 착안해 기획됐다.

하지만 공연에 등장하는 인간들에게 세상은 따뜻한 봄날이 아닌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영등신을 원망하며 삶을 비관하기에 이르고 공연은 인간 삶의 비애를 생동적으로 그리며 점점 고조된다.

그러나 영등신은 차가운 겨울 뒤에 따뜻한 봄이 오듯이 우리 삶도 고난과 행복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모든 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니 그럴수록 현재를 즐기고 행복하기를 바란다며 구슬프나 동시에 희망찬 사철가를 부른다. 공연은 그렇게 차분하게 마무리가 된다.

영상, 사진, 라이브 음악, 춤이 함께 어우러진 종합예술공연 '영등, 바람'은 제주 지역민뿐만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안과 안정을 준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일 앞에서 숱하게 좌절하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삶 그자체로 이미 아름답다고 '영등, 바람'은 우리의 처진 어깨를 살며시 토닥여주는 것이다.

오래된 신화라 진부하고 고지식해 보일 수도 있을 법한 소재를 김한결은 오늘날 우리의 감수성에 맞게 재해석했다. 그리고 제주의 옛 신화 속에 담겨져 있는 가치를, 제주의 자연이 주는 깊은 교훈을 그녀는 가녀리고 작은 몸짓을 통해 역설적으로 강인하게 피력했다.

실제 김한결은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보고 함께 공감하고 웃고, 울고, 어떤 부분으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이어 "내가 예술을 하는 이유는 제주와 우리를, 우리 서로를 연결시키는 매개체가 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녀는 "모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며 "어릴 때는 심오한 내용을 담고 그것을 어렵게 표현하는 작품들이 멋지고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막상 한 발 떨어져서 보니 공감하기 힘든 작품은 이후에 기억에 남지 않았다"고 단순하고 평범하나 진심이 깃들어있는 답을 했다.

짜릿한 자극 대신 담백하고 진솔한 마음을 담은 예술. 그것이 김한결이 추구하는 예술이었다. 하지만 눈에 번뜩이진 않아도 그녀의 진심어린 퍼포먼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눈이 가도록 한다.

김한결은 그런 순수한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며 세상을 마주하고 드러내는 사람이었기에 그녀의 혼이 깃든 무용은 제주 어느 곳에서도 조화롭게 스며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김한결과는 다르게 파격적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제주의 예술가가 있다. 다음 편에 공개될 섬이 낳은 딴따라, 제주의 원로예술가인 한진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와 예술의 관계는 앞서 말한 두 사람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복잡하고 난해할지도 모른다. 그는 굿으로 정치를 말하는 예술가이다.<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삶의 길, 오르다' 공연 사진 ⓒ헤드라인제주
김한결 '삶의 길, 오르다' 공연 사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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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메리 2021-03-21 11:38:49 | 118.***.***.117
제주의 꽃 ..
아름답네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