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척', '멋대로', '어물쩍'...결국 공직내부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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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척', '멋대로', '어물쩍'...결국 공직내부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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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재산 관리 특정감사 통해 드러난 부끄러운 현실
무단점유 '묵인', 수의계약 '편법' 특혜..책임질 사람은?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가 18일 공개한 제주자치도의 공유재산 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는 부끄러운 공직사회의 단면을 엿보게 하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각종 특혜의혹, 편법적 수의계약, 버젓이 행해지는 무단점유, 공유재산을 마치 사유재산 처럼 이용하는 행위 등 각종 제보사례 등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공유재산 관리의 허술한 단면이 속속 드러날 때마다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이번 특정감사를 통해 적발된 부적정 업무사례는 총 32건.

감사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인 2006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년간 이뤄진 공유재산 관리실태를 대상으로 했기에 적발된 건수 자체는 많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지적된 사례는 숱한 제보 내용이 모두 확인된 것이 아니라, 행정시스템의 문제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어쩌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다.

감사위가 지적한 내용만 보더라도 공유재산 관리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엉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공정하고 투명하고, 정의롭게 업무를 처리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공직내부의 치부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감사결과 보고서에는 '특혜'라는 직접적 표현이 없었지만, 그 내용 하나하나는 사실상 '특혜' 및 '유착'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단점유 등을 묵인하고 수의계약을 해서는 안되는 상황임에도 '토지 쪼개기'를 해 가면서 수의계약을 하고, 공개입찰을 하더라도 1순위가 아닌 '차순위' 가격에 계약을 한 것 등이 그 사례다.

첫째, 공유지 관리시스템 자체가 부실 차원을 넘어 엉망이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공유지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부르짖던 행정당국이 공유지 무단점유에 대해 모른척 하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무단점유를 한 사실이 확인된 공유재산 2163필지 중 64.7%인 1399필지에 대해 변상금 부과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이 아니다.

공유재산 임대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임대된 공유지 등이 목적외로 활용되고 있는데도 이를 묵인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서귀포시 색달동 임야 등 6필지(25만4114㎡)는 녹차재배 등 다년생 식물 재배를 목적으로 대부할 수 없는데도 녹차재배 등의 용도로 1996년부터 계속해서 대부계약을 연장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된 토지에 허가를 받지 않고 판매장 등 영구시설물을 설치했는데도 그대로 내버려 뒀는가 하면, 공유재산을 활용해 농수축산물 소매점, 음식점, 선과장, 양식장 등 영구시설물을 설치된 사실도 확인됐다.

초지조성 목적으로 공유지를 임대받은 후, 목적과는 다르게 이용되고 있는데도 이를 묵인하고 대부기간을 계속적으로 연장해준 사실도 확인됐다.

대부계약을 해지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후, 해당자가 원상복구를 하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내버려 둔 사례도 있었다.

이번 감사가 아니더라도, 공유재산이 특정 개인의 정원이나 펜션부지, 진입로, 공동주택 녹지시설, 식당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사례는 도의회에서도 수없이 지적돼 온 사항이다.

공유지 임대 등은 대부분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인들이 독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공무원이 정말 실태를 몰라서 후속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유착관계에 의해 '묵인' 해온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공유재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직내부에서부터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편법을 일삼은 사실도 드러나 놀라움을 준다.

제주특별자치도 세정담당관실 및 행정시 재산관리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공유재산은 올해 2월 현재 토지 11만6961필지 13만2363㎡(일반재산 5만7047㎡, 보존재산 5325㎡, 공용재산 2만8862㎡, 공공용재산 4만1129㎡)과 건물 2429동 127만5577㎡ 등이다.

지난 10년간 매각한 공유지는 967필지에 103만5203㎡ 규모인 나타났다. 제주시가 428필지에 15만3262㎡, 서귀포시가 311필지에 8만9789㎡다. 매각금액은 총 430억1236만원이다.

문제는 공유지 매각과 관련해서는 '수의계약'을 남발하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에는 공유재산심의회에서 일반경쟁 입찰 매각키로 의결된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토지(2334㎡)는 각각 4개 필지(1806㎡, 55㎡, 33㎡, 440㎡)로 분할한 후 1806㎡를 제외한 3개 필지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토지 쪼개기'를 통한 부동산 투기행위에 대한 엄정방침을 밝힌 행정당국이 과거부터 유사한 형태의 편법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2년에는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토지 등 3필지는 공유재산심의회 심의 시 일반경쟁 입찰로 의결됐는데도 수의계약 및 지명경쟁으로 매각했다.

지난해 제주시 오라1동 토지(633㎡)의 경우 매수신청자가 인근 토지소유자의 공유재산 매수 포기 동의서를 첨부해 매수신청서를 제출하자 온비드시스템에 의해 지명경쟁 입찰 공고 없이 수의계약으로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는 공유재산관리계획에 '매각 불승인'으로 결정된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토지(2486㎡) 등 2필지가 특별한 사정 변경 사유가 없는데도 공유재산심의회 심의자료에 매각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수정해 심의 의결을 받은 후 일반경쟁 입찰로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에는 습지 등 보전가치가 높은 공유재산은 매각을 지양해야 하는데도 한경면 조수리 습지(376㎡)를 인근 토지소유자가 배수시설 목적으로 매수신청하자 수의계약으로 매각됐다,

공유재산의 매각은 최고 가격으로 계약은 차 순위자가 제시한 가격으로 이뤄져 낙찰가격과 다르게 공유재산이 매각된 사실도 확인됐다.

즉, 공유지 매각 등에 있어 매각이 불가피하게 이뤄져야 할 기준 등에 대한 명확한 원칙도 없을 뿐더러, 매각계약도 마치 특정인을 위한 절차로 전락된 듯한 현실이다.

세번째, '오비이락' 격으로 공무원들의 공유지 매입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6년 7월1일부터 올해 4월까지 공유재산을 매입한 925명 중 전.현직 공무원은 배우자를 포함해 32명(35필지)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07년 3건, 2008년 2건, 2009년 2건, 2010년 7건, 2011년 4건, 2012년 3건, 2013년 3건, 2014년 4건, 2015년 6건, 그리고 2016년 1건 등이다.

이중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했던 고우공직자 출신 등 2명에 대한 공유재산 매각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즉, '특혜성 매각'이라는 말이다.

2010년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토지는 계약이 최고가액이 아닌 차 순위 입찰가격으로 매각돼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같은해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토지의 경우 공유재산관리계획에서 '매각 불승인' 결정이 났던 땅인데도, 어찌된 일인지 슬그머니 '매각 타당'으로 수정돼 심의를 거친 후 매각이 이뤄졌다.

공직자의 공유지 매입은 설령 그 절차가 정당하다 하더라도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석연치 않은 입찰과정은 둘째 치더라도, 왜 하필 공직자의 연접토지에서 매각물건이 나왔느냐는 점에서 의혹의 눈길은 쏠릴 수밖에 없다. 공직자 신분을 이용한 정보독점으로 토지를 매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이처럼 특별자치도 출범 후 10년간 공유재산을 둘러싼 특혜의혹과 편법 논란이 크게 불거지고 있고 부적법 사례가 대거 확인됐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부적법한 사례 대부분이 공소시효 3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공무원 1명에 대해서만 '경징계' 처분을 하는 것으로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고위직에 있을 법한 당사자 중에서는 책임질 사람도 문책받을 사람도 한명 없게 된 상황이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되면서, 공적자산인 공유지 등이 앞으로 제대로 관리될 수 있을지 여전히 걱정이 크게 남는다.

공유지 매각은 앞으로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면 제어될 수 있으나, 문제는 이미 대부된 각종 공유재산들의 관리 문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공유재산 임대 계약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제주시 1870여건, 서귀포시 560여건의 공유재산 임대계약이 체결됐다고 한다.

이중 공개경쟁입찰로 임대가 이뤄진 물건은 단 2건 뿐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임대물건은 행정당국과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정보'다.

일반 공개경쟁입찰로 임대했다면 턱도 없었을 가격에 수의계약으로 체결해 '사유재산' 처럼 활용되고 있다. 이것부터 제대로 잡아야 한다.

우선 감사위에서 지적한 무단점유 공유지 1399필지에 대한 변상금 부과부터 정확히 하고, 그리고 임대 공유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부적정한 사례에 대해 회수 및 원상복구 조치를 해야 한다.

더 이상 수의계약으로 특정인에게 특혜 아닌 특혜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원칙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행정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운 나락으로 빠져들런지 모를 일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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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2016-08-21 20:51:56 | 59.***.***.124
무신 징계시효 모두 재조사해서 문책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