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몸싸움.고성' 대혼란 격화...국제선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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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몸싸움.고성' 대혼란 격화...국제선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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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재개.심야운항에 '무한대기' 체류객 북새통
국제선 출국장 대소동...어린이.장애인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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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저녁 제주국제공항이 항공권을 구하려는 체류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오미란 기자

사상 초유의 한파로 폐쇄됐던 제주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사흘만에 재개됐지만 수만 명의 체류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제주공항 대합실에서는 최악의 혼란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25일 저녁 7시 제주국제공항은 말 그대로 마비 상태였다. 운항재개와 더불어 항공기 이착륙이 시작된 지 반나절 가까이 지났음에도 제주공항은 수천 명의 체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나마 한가로운 곳은 국내선 출발층 수속장 앞 뿐이었다. 공항 안 대기하고 있는 인원과 비교하면 수속장을 통과하는 인원은 극히 소수에 드물었다.

대부분 관광객들의 경우 저가항공사에서 탑승권을 예매하는데, 저가항공사의 경우 150여석의 소규모 항공기만 보유하고 있어 한 번에 많은 체류객이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또 현재 모든 항공사들은 23일자 결항자에게 우선으로 대기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자 호명 시 카운터 앞에 없을 경우 다음 대기번호로 순서가 넘어가면서 해당 대기번호가 무효화되고 있어서 항공사별로 대기줄이 쌓이고 있다.

김영원 씨(41.서울)는 "공항 안이 너무 번잡해서 가족들은 차에서 기다리고 있고, 혼자 나와 대기번호 순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렇게 서 있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한다. 별 수 있겠나. 기다릴 수밖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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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저녁 제주국제공항이 항공권을 구하려는 체류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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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저녁 제주국제공항이 항공권을 구하려는 체류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오미란 기자
우선 국내선 출국장의 경우 이날 낮 12시 운항재개 소식이 전해졌던 때와 비교하면 다소 안정된 분위기였다. 항공사별 안내가 충분히 이뤄진 상태인 데다 대기줄도 제법 질서를 갖췄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이 태반인 국제선 출국장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고성은 물론이거니와 새치기와 몸싸움이 난무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였다.

우선 외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규모가 큰 트렁크를 갖고 이동하면서 극심한 혼란 속 출국장을 오가는 체류객들이 트렁크 사이에 손이 접질리거나 무릎 등을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어린 아이들과 장애인의 경우 한순간에 사람들 속으로 파묻히면서 하마터면 큰 사고가 일 뻔 했다.

또 단체관광객들의 갖가지 짐들이 곳곳에 쌓이면서 대기줄이 흐트러졌고, 이 과정에서 새치기가 잇따르면서 고성과 몸싸움으로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각 게이트 앞에는 10명 내외의 경찰인력이 배치됐으나 출국장을 가득 메운 체류객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9시쯤이 돼서야 추가인력이 배치됐지만 언어소통이 어려운 체류객들을 통제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닌 듯 했다.

왕씨즈 씨(Wang Xizi.20)는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다들 예민한 상태인 것 같다"면서, "우리는 오늘 아침 7시부터 기다렸는데, 이틀 동안 밤샌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금 이 상황이 조금은 혼란스럽지만 이해는 간다. 밤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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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저녁 제주국제공항이 항공권을 구하려는 체류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오미란 기자

부모님과 함께 제주를 찾았다 이틀 동안 제주공항에서 밤을 지샌 소예원 씨(26.서울)는 "자포자기 상태"라며, "이젠 공항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누울 자리도 없을 것 같다. 부모님 다리도 많이 안 좋으신데 이렇게 서서 기다리다 무슨 일이 나진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혼자 제주여행에 왔다가 발이 묶이게 됐던 이민정 씨(30.대구)는 "지난 이틀 동안의 불편은 자연재해로 인해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개인이 감수해야 할 정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며, "이젠 어떻게 해야 할 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공항공사 측에 따르면 현재 제주공항에는 질서유지 차원에서 경찰 181명이 배치됐고, 교통정리를 위해서도 18명의 자치경찰이 배치된 상태다. 의료지원 서비스도 의사 2명, 간호사 10명이 배치돼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심야운항이 결정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무한대기' 상태인 체류객들은 특히나 오갈 데가 없는 상황 속 제주공항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9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체류객들이 모두 제주를 빠져나가려면 이틀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적어도 오늘밤과 내일밤까지는 지난 23일과 24일에 버금가는 노숙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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