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업 육성'이란 표현에, 확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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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업 육성'이란 표현에, 확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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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지하수 증산허용, 변명의 논리가 어줍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한진그룹 계열사인 (주)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연일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불과 3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법적투쟁을 불사하며 민간기업의 제주 지하수 시판을 강력히 저지하고자 했던 제주도당국이 하루아침 태도를 바꿨으니 그 속내를 의심쩍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한국공항이 이번에 '한진 제주퓨어워터' 생산에 따른 지하수 취수량 요청규모는 한달기준 9000톤.

현재 허가된 취수량이 3000톤인 점을 감안하면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16일 열린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이 신청안을 받아들였다. 1월18일 증산허용 신청이 이뤄진지 불과 두달만이다.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관리위원 10명 중 9명의 찬성으로 결정됐다. 물론 도의회 동의절차가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당국의 결정은 제주 지하수는 도민 모두가 이용하고 보전해야 할 공공의 자원이라는 공수화(公水化) 개념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기제가 되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그것도 현재의 취수량 허가기간(11월24일)이 남아있음에도 이를 앞당겨 신청을 했고 제주도가 받아들인 것이다.

환경단체 등에서 일제히 성토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도대체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하수관리위원회의 결정이유, 그리고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고 있으나 제주도당국이 두둔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공항측의 증산신청 이유와 맞물려 있다.

공통점은 '물산업 육성'과 '제주 물의 우수성 홍보'에 있다.

한국공항측은 이번에 증산을 요청하면서, 그 이유로 대한항공과 외국항공사의 탑승객 증가로 인한 제주퓨워터의 수요 증가를 첫번째로 꼽고 있다.

두번째로는 해외 프리미엄 생수시장의 진출로 제주워터의 가치를 높이고 우수성을 홍보하는 등 제주도의 수출 및 물산업 육성시책에 기여하겠다는 점을 들었다.

바로 이 두번째 논리가 관리위원회와 제주도에서 내놓는 어줍은 변명과 일맥 상통하고 있다.

지하수관리위원회에서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도 비슷하다.

"월 9000톤을 취수하더라도 지하수위 변화가 미미하고, 제주도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물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지하수관리위원회 역시 '신성장동력산업의 물산업 육성'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월 9000톤을 취수하더라도 지하수위 변화가 미미할 것'이란 표현 역시 한국공항측에서 내놓은 근거자료의 내용과 비슷하다.

제주도당국은 공식적인 입장은 없으나, 부연설명을 통해 지하수관리위원회의 결정을 적극 두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변명은 과연 논리적으로 합당한 것인가. 지하수관리위나 제주도당국의 변명은 한마디로 어줍기 짝이 없다.

#"신성장 동력산업이란 표현 쓰면 만사 오케이인가?"

첫째,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물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는 그럴듯한 표현을 갖다붙인 포장에 다름없다.

이 논리는 지하수 관리정책의 일관성 상실 뿐만 아니라 공수화개념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할 소지가 크다. 제주특별법과 제주도 지하수관리조례 등을 통해 제주 지하수는 공수화 개념이 도입됐고, 이용과 개발에 있어 엄격한 규제가 이뤄져 왔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기업 외에 먹는 샘물의 시판은 절대 안된다며 강력히 제동을 걸었던 제주도당국이 이제는 해외 프리미엄 생수시장의 진출이라는 명목에 찬동하며 증산까지 해주는 우스운 꼴이 돼 버렸다.

그것도 공공자원의 문제를 결정하면서, 도민사회의 합의도 거치지 않은채 그랬으니 말이다. 이는 지하수관리 정책에 큰 오점이 될 수 있다. 

#추가로 지하수 공(孔) 착정 안하는 것이라 괜찮다?

두번째, 월 9000톤을 취수하더라도 지하수위 변화가 미미할 것이란 이유는 극도로 무책임한 발언에 다름없다.

이에대한 제주도당국의 부연설명도 가관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위원들이 집중적으로 눈여겨 본 것은 순환자원의 지속개발 여부인데, 지속가능성이 문제가 됐다면 동의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월 9000톤 규모가 문제라면 더이상 허가해 줄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증산하더라도 지하수 공(孔)을 추가로 뚫거나 시설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변명하고 있다.

이는 9000톤 규모가 문제라면 더 이상 허가해줄 수 곳이 없다는 말 속에는 앞으로 그 이하의 규모라면 허가를 해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수자원본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현재 허가된 지하수 양은 적정 개발량의 81.4%에 육박하고 있다. 1일 평균 144만톤에 이른다.

이 엄청난 물의 양은 특정 한 기업에서 많이 썼기 때문인가. 4839개에 이르는 수많은 지하수 공에서 제각각 물을 뽑아내다 보니 그것들이 합쳐져서 1일 '144만톤'이란 수치가 나오는 것이다.

지하수 공을 새로 착정하는 것이 아니란 말도 그렇다.

기존의 공을 이용해 취수량을 늘리면 크게 문제가 될게 없다는 뜻인데, 이는 제주 지하수가 마치 각 지하수 공마다 별개의 지하수를 부존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학술조사 등을 통해 이미 확인됐듯이 제주 지하수는 모두 연결선상에 있는 것이지, 각각의 별개에 있지 않다.

#그럼, 제주산업체에는 우선적 혜택 왜 안줬나

세번째, 월 9000톤 정도는 괜찮고, 물산업 육성이란 경제적 측면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한다면, 정작 제주산업체에는 왜 그런 혜택을 우선적으로 베풀지 않았던 것인가.

숙박업이나 목욕탕 등의 사업체를 운영하는데 있어 엄격한 지하수 이용 기준이 적용된다.

제주 산업과 연관된 곳에는 원칙적인 규제를 하면서, 대기업에는 유연성을 보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이번 지하수 증산 허용논란은 다음달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지하수관리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뒤로 슬쩍 빠져 있는 제주도당국의 모습이 가관이다.

공식적인 입장은 언제 표명하려나.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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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2011-03-27 14:54:34 | 118.***.***.87
제주도에는 돈이 부족하니 이해하세요

이런 2011-03-24 21:11:01 | 49.***.***.27
미친짓. 어떻게 말도안된 논리로 증산허용할수 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