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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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시인이 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7> 나를 변혁시킨 이 한 권의 책

신문이나 잡지에 ‘나를 움직인 한 권의 책’이라는 형식의 기획 기사가 많이 있습니다만, 오늘 소개하는 『아름다운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헬렌 니어링 지음)이라는 책은 그 격이 다릅니다. 이 책은 저를 ‘움직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저를 송두리째 ‘변혁시킨’ 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저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변혁’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급격하게 바뀌어 아주 달라지게 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어영부영 주왁주왁 하는 저의 삶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서 저의 삶의 철학을 아주 달라지게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전광석화처럼 나를 뒤흔든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의 몰락한 사회주의자인 스콧 니어링과 헬렌의 만남, 삶 그리고 죽음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만남과 소박하고 경건한 삶이 전편에 넘쳐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00세의 나이에 스스로 곡기를 끊음으로써 선택한 위엄있는 죽음에는 등골이 서늘한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책 속의 어느 편집인의 말을 차용해서 스콧 니어링이라는 분에 대해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이분은 감옥에 던져졌고 이 나라와 외국의 많은 도시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자본주의 국가의 지배계층은 예외없이 이분을 위험인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이분은 평화주의자입니다. 이분은 타락한 세상에서 성스러움을 가르칩니다. 이것이 바로 이분이 위험인물인 이유입니다. 이분은 아주 오랫동안 세상의 병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자신의 직분을 훌륭하게 해내어, 이 땅 위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눈을 뜨게 했습니다. 타락한 사회에서 이분은 타락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기회주의가 유행처럼 된 시기에 이분은 변함없이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 부부는 ‘추악하고 방종한 미국적 삶의 방식’에 등을 돌리고 시골로 들어갑니다. 그들은 스스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합니다. 그들은 “시골 생활의 매력은 자연과 접하면서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知的지적 활동 네 시간, 좋은 사람들과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네 시간이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고 말합니다.

위의 글 속에 폴 발레리의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당신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말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이 말이 저에게 와서 확 꽂혔습니다. 그간 헛 살아왔다는 자괴감이 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말처럼 저의 나이 오십이 다 되어서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겨우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았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의 다른 표현입니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헬렌 니어링 작>.<헤드라인제주>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 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 한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 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 스콧 니어링의 말,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중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 즉,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하긴, ‘산다는 것’에 대해서는 ‘살암직이 산다(사는 것처럼 산다)’, ‘살암시믄 살아진다(살다보면 살아진다)’는 제주의 격언에 그 철학이 담겨져 있습니다.
 
‘살암시믄 살아진다’는 말에는 제주사람들의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고통과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살암직이 산다’는 말은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 하면서 산다’는 의미가 될 겁니다.

그간 살아오면서 저는 ‘돈을 벌 능력이 없’는 것을 확신하게 되면서부터 돈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지기 시작합니다. ‘벌진 못하고 쓸 줄만 알았던’ 지난날에 대한 반성이 ‘벌지 못 하니 쓰지도 말자’는 주의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니 옷이나 자동차 그리고 모든 의식주에 대한 집착에서도 서서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별로 내세울 게 없고 사람 사이의 계산에도 어두우니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접받는 것조차 신경 끊어버리면 마음은 점점 편해집니다.

그것은 바로 스콧 니어링이 말한 바대로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지적 활동 네 시간, 좋은 사람들과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네 시간의 완벽한 하루’를 위해 사는 삶의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저를 타락시키는 장애물이 되는 ‘소유’라는 집착을 버리고, 가장 낮은 자세로 자연과 인간과 사회에 합일되는 그런 삶을 희구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머리의 일과 몸의 일과 마음의 일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과정이 됩니다.

그냥 아무 거나 걸치고 다니는 나를 보고
가리는 것이 아니라 꾸미는 거라고 그렇게
포장을 해야 사람이 달라 보인다고 그렇게
무기도 없이 전장에 나간 병사처럼 그렇게
내세울 무엇 하나 과시나 치장없이 그렇게
유행이나 계산 모르며 장치도 없이 그렇게
대접 못 받고 값 싸게 어찌 사냐고 그렇게
그냥 아무에게나 속내 드러내는 나를 보고
- 졸시, 「당신도 치장도 좀 하고 그러세요」 전문

스콧 니어링을 읽은 다음에는 장일순, 전우익, 신영복, 법정, 헨리 소로우의 글들과 ‘오래된 미래’나 인디언 관련 서적 등만 디립다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점점 더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라 할까요. 현 체계, 이 무한 질주 경쟁사회에서의 주체적 낙오자이거나 자발적 이탈자가 되어간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사회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강렬한 적응 욕구가 부글부글 끓습니다. 아직 상(像)이 분명하진 않지만 마음 속 갈망 가득한 그런 사회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그런 ‘사람 사는 세상’ 말입니다. 현실의 추악한 상황을 지겹게 목도하면서 점점 그 희구의 염원은 깊어져갑니다.

이것이 스콧 니어링 부부가 저를 뒤흔들어 세뇌하고 의식화시킨 변혁입니다. 이 변혁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물론 생계와 지적(知的) 활동도 같이 겸하면서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스스로 생각하는 그대로 살아가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시인. <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운동부족' ,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 '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4.3관련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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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국 2011-03-22 07:08:35 | 121.***.***.10
나누는 삶이 곧 사는 지혜라 여겨집니다.맛나게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