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협의 없이 제성마을 도로공사 강행...주민들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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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협의 없이 제성마을 도로공사 강행...주민들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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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무단벌채' 논란 도로공사 재개...나무 근처서 굴착기 작업도
대책위 "협의하고 한다며" 격분...제주시 "이미 마을회와 충분히 소통"
ⓒ헤드라인제주
28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인근 '신광교차로~도두간 도로구조 개선사업' 현장. 굴착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입구에 식재된 왕벚나무들을 무단 벌채해 논란이 된 도로구조 개선사업이 5개월 만에 재개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민들이 당초 공사 시작 전 대화에 나서겠다던 제주시가 또다시 아무런 협의 없이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소통 없이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벌목하지 않기로 한 나무 근처에서 굴착기 작업이 이뤄진 것을 본 주민들은 또다시 나무를 베는 줄 알고 크게 항의하는 일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무시해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냐며 단 30분 대화하자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가라고 하소연했다.

반면 제주시는 공사 협의는 마을회랑 충분히 했고 동의도 받았다며 반대하시는 일부 주민들과는 나무 관련 협의 외에는 특별히 이야기를 나눌 것이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오면신 제성마을왕벚나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9일 <헤드라인제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제주시가 막무가내 행정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보상금을 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무서워서 대화를 피하고 있는가"라고 격분했다.

16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인근 '신광교차로~도두간 도로구조 개선사업' 현장. 벚나무가 있던 자리에 차들이 잔뜩 들어서 있다. ⓒ헤드라인제주
16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인근 '신광교차로~도두간 도로구조 개선사업' 현장. 벚나무가 있던 자리에 차들이 잔뜩 들어서 있다. ⓒ헤드라인제주
16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인근 '신광교차로~도두간 도로구조 개선사업' 현장.ⓒ헤드라인제주
16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인근 '신광교차로~도두간 도로구조 개선사업' 현장.ⓒ헤드라인제주

제주시는 올해 3월 '신광교차로~도두간 도로구조 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제성마을 인근 도로에 식재된 왕벚나무 등 가로수 10여 그루 이상을 벌채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가로수들은 주민들의 추억이 깃든 수십 년 된 나무들인데 누구의 동의도 없이 한순간에 제거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과 함께 지장물 철거 등의 이유로 공사는 약 5개월 동안 중단됐다. 주민들은 나무들을 원상복구하고 시장이 직접 나서 공개사과할 것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도 그 누구도 책임 있는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토로했다.

공사는 지난 19일쯤부터 재개되고 있다. 당시 제주시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주민들을 찾아뵙고 상황을 잘 설명한 후에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제주시가 대화 한번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재개했다며 막무가내 행정의 끝을 보여준다고 격분했다.

오 위원장은 "공사 시작 직전까지 연락이 한 번도 안와서 어떤 상황인지 물으려고 제가 직접 전화를 걸었다"며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사가 시작된 현재까지도 누구도 찾아온 적 없고 제대로 설명도 안해준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사 시작하고 계속 현장에 나와 있다. 오늘은 베지 않기로 했던 나무를 베려는 것처럼 현장에 굴착기가 있길래 또다시 전화를 걸어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며 "도대체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지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오 위원장은 "주민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이건 도를 지나치는 수준"이라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데 우리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책임자의 사과와 동일 수종의 나무를 식재 해달라는 요구가 그렇게 어려운 요구인가"라며 "주민들 찾아와서 단 30분이라도 얘기를 나누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라고 격분했다.

ⓒ헤드라인제주
28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인근 '신광교차로~도두간 도로구조 개선사업' 현장. 굴착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제성마을에서 도로구조 개선사업 과정에서 잘려나간 40년 넘은 가로수.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시 제성마을에서 도로구조 개선사업 과정에서 잘려나간 40년 넘은 가로수.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반면 제주시는 마을회와 공사에 대해 충분히 협의했고 동의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마을회와 여러 번에 걸쳐서 대화를 나눴다"며 "도로 개통의 필요성을 인정해 원만하게 협의가 잘 됐다"고 했다.

이어 "벌채 일이 있고 나서 주민들 다 찾아 뵙고 진심어린 사과도 드렸다"며 "그런데 아직 이해를 못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책위와는 공사 문제로 협의할 것은 없어 별도로 연락하지 않았다"며, "나무와 관련된 부분만 얘기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마을회랑 이미 대화를 끝냈기 때문에 대책위와 또다시 공사 관련 얘기를 할 이유는 없다"며 "나무 관련해서만 협의를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분들이 요구하신 동일 수종의 나무를 다시 식재할 수 있는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따로 찾아뵙고 설명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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