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쌩쌩 달리자 어르신 휘청...주민들 "해도 너무해"
항의 빗발치자 뒤늦게 조치...제주시 "미흡했던 것 인정"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인근 도로구조 개선사업이 사전 협의 없이 재개되고 있다며 일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인도 일부가 파헤쳐져 보행자들이 차도로 다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공사 현장에서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시는 조치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9일 오전 10시 제성마을 입구 도로변에서는 '신광교차로~도두간 도로구조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도로 및 도보 확장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인도 약 15m-20m가 굴착기로 파헤쳐졌으며, 사람들은 그곳으로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통제되자 위험천만하게 차도로 걸어다녀야만 했다.
해당 차도는 왕복 6차선 도로로 버스나 트럭 등 큰 차들이 빠르게 지나다니곤 해,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곳이다.
실제로 평소 거동이 불편해 유모차를 끌고 보행하시는 한 어르신은 차도로 걷다가 바로 옆으로 버스가 빠르게 지나가자 휘청거리며 깜짝 놀랐다.
ㄱ(94.여) 어르신은 "유모차가 없으면 다니질 못할 정도로 움직이는 것이 힘든데 차도로 걸으라고 하면 어떡하라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마을 주민들이 공사 관리자들에게 항의를 하면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ㄴ(78.남) 어르신도 "공사를 이렇게 몰상식하게 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나이 많은 사람들은 너무 위험하다"고 하소연했다.
ㄷ(83.여) 어르신 역시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시청 공사는 이렇게 최소한의 안전시설도 없이 막 해도 되는 거냐"며 격분했다.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제주시는 현재 빨간 플라스틱 통으로 임시 가림막을 설치한 상태다.
제주시 관계자는 "통제 인원을 배치하긴 했으나 조치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긴 했다"며 "불편을 겪으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일부터 안전조치를 더 강화하겠다"며 "주민들과 계속 대화에 나서 불편한 점들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는 올해 3월 '신광교차로~도두간 도로구조 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제성마을 인근 도로에 식재된 왕벚나무 등 가로수 10여 그루 이상을 벌채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런 상황과 함께 지장물 철거 등의 이유로 공사는 약 5개월 동안 중단됐다. 주민들은 나무들을 원상복구하고 시장이 직접 나서 공개사과할 것을 촉구해 왔다.
공사는 지난 19일쯤부터 재개되고 있다. 당시 제주시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주민들을 찾아뵙고 상황을 잘 설명한 후에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어떤 협의도 없이 제주시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재개했다며 진심어린 사과와 나무 원상복구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라고 반발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