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42) 베토벤의 교향곡 7번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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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42) 베토벤의 교향곡 7번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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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가까웠던 어메리칸 인디안들은 계절의 변화와 만물의 생성과 소멸 등에 참으로 깊은 통찰력을 가졌던 것 같다. 따라서 일년 열 두달을 있는 그대로 순서대로 부르지 않고 그네들만의 고유한 이름을 붙여서 부르곤 했다. 그 이름을 들어보면 이름마다 깊은 뜻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11월, 어메리칸 인디언들이 호칭했던 11월은 ‘아직은 끝나지 않은 달’이다.

올 1월 초, 처음 벽에 걸었을 땐 제법 두툼했던 달력이 이제 마지막 한장을 남겨놓고 있는 11월, 마치 홑이불 처럼 가벼워진 달력의 무게에서 새삼 생명의 기운과, 초록의 내음과 마지막 한 잎까지도 대지에 선물로 주고 떠난 나목의 형상이 떠오른다. 그렇게 우리의 선조가 떠났고 우리의 부모가 우리 곁에서 사라져갔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주위의 가까운 지인들과 친구와 동기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감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서러움의 응어리들이 늑골을 타고 올라와 목울대를 적시는 계절, 한바탕 소리내어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11월엔 마치 의식처럼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음악이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3번(영웅), 5번(운명), 6번(전원), 그리고 9번(합창)에 가려 대중에게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수 있는 곡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애호가 들에게는 어쩌면 수위의 반열로 꼽히는 곡이다. 교향곡 7번에 대해 많은 작곡가들, 심지어는 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평이 나와있다. 개중에는 좋은 평도 있지만 악평 역시 달려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리스트나 바그너 같은 작곡가들은 각각 이 곡을 가리켜 ‘리듬의 화신’, ‘춤의 화신’이라고 칭찬했지만 슈만의 장인되는 클라라 슈만의 아버지 프레드리히 비크는 ‘술집에서 술에 취해 쓴 곡’, 또 베버는 ‘이제 베토벤이 정신병원에 가야 할 때가 왔다’라고 극도의 혹평을 쏟아 놓은 곡이다.

왜 이렇게 상반되는 평이 오가는지는 들어보면 안다. 그리고 특히 4악장의 아래 위를 가감없이 오르내리는 지극히 디오니소스적인 음률에서 우리는 작곡가의 광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베토벤이 일찌기 했던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술의 신)이며 그렇게 빚어진 술로 사람들을 취하게 해준다"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될 수 있다. 술의 신 호칭을 그리스 신화에서는 디오니소스, 로마신화에서는 바커스로 부르고 우리가 흔히 마셨던 피로회복제 바카스도 여기에 어원을 둔다. 따라서 아무리 혹평을 했을지언정 술 이야기가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셈이다.

그럼 4악장 모두가 광적인 리듬의 묘사인가. 그렇지는 않다. 필자가 가장 즐겨 듣는 2악장은 사실 ‘장송곡’악장이라 할 수 있는데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의 2악장과 무척 흡사하면서 오히려 좀 더 애수를 띤 외로움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악장이다. 얼마나 곡 전체가 빠른 템포이면 가장 느린 악장인 2악장이 알레그레토(Allegretto)일까 짐작이 갈 것이다. 마치 죽음이, 운명이 한발한발 다가오는 듯한 음률은 시작은 연하다가 점점 커지면서 바이올린 비올라 심지어는 콘트라베이스까지 동원한다. 같은 음률을 뒤에 가서는 목관으로 클라리넷과 바순으로 장식하며 3악장으로 넘어간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의 2악장과 아직은 끝나지 않은 달, 11월과는 어딘지 모르게 닮은 구석이 많다. 왠지 둘 다 못다한 사연들이 많이 남아 있는 듯한 악장이고 또한 아직은 끝나지 않은 달인 만큼 미련의 한, 역시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그런 의미를 갖고 들을 수 있는 악장이 2악장이다.

우리는 지난 삼 사년 간 많은 죽음을 겪고, 주검을 목도하면서 이제 곧 다가올 우리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스스로 자성하고 계획하는 계기도 만들어졌다. 한해의 마지막 남은 얇은 달력을 마주하면서 듣는 베토벤 교향곡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이유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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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7번 전악장
베토벤 교향곡7번 2악장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정은실 칼럼리스트
정은실 칼럼리스트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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