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을 위한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국토부에 기본계획 고시 중단하고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와, 전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은 19일 오전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계획 고시 중단과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주민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참석한 단체 대표자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후 6937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원희룡 장관의 면담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토부가 제2공항에 대한 기본계획을 고시하겠다고 엄포한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면서 "국토부는 기본계획 고시를 중단하고, 주민투표에 즉각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어 "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은 이미 망각한 상태나 다름이 없고,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에 쏟아진 부실과 거짓 의혹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러는 사이 제주지역의 갈등과 혼란은 더욱 첨예해지고, 이에 따른 반감만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또 "도민사회는 사전타당성 용역부터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안에 이르기까지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사업의 타당성 적정성에 이르기까지 숱한 문제 제기를 이어왔다"며 "각종 의혹이 넘쳐나고, 실제 부실과 거짓이 확인됐음에도 국토부는 제대로 된 해명은 고사하고 문제 제기를 무시하며 강행 입장만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 단체들은 "애초에 제2공항이 필요한 이유는 막대한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였다"며 "그런데 4560만 명을 수용한다던 예측은 3970만 명으로 감소했다. 고작 500만 명을 더 수용하려고 제2공항을 지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기에는 미래 인구감소에 대한 예측, 제주 관광객 감소 추세에 관한 내용은 전혀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대규모 적자 발생이 예상되는 불필요한 공항을 경제위기와 세수 부족 우려에도 무려 6조 8900억 원의 혈세를 들여 지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들은 "제주 동부지역의 빼어난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경관을 파괴하고, 수많은 멸종위기 철새들의 삶터를 빼앗으며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언제 어디서든 인류 중요자연 유산인 용암동굴이 발견돼도 이상하지 않은 지역에서 대규모 토건 공사를 한다는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세계적인 공항설계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현 제주공항의 시설개선과 보조활주로 활용으로 당시 수요예측 연간 456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며 "지금의 공항 하나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하며 제2공항을 지으려는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들은 "우리는 제주도민을 포함해 전국의 시민 6937명의 뜻이 담긴 진정서를 오늘 제출한다. 진정서에 동의해 서명에 흔쾌히 동참해준 전국 시민들의 뜻은 명확하다"며 "각종 의혹과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검증이나 해명 없이 무리하게 제2공항을 강행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랫동안 원희룡 장관에게 던져진 물음에 이제는 답을 내놓을 때가 됐다"며 "민주주의와 지방분권 정신을 위해 주민투표 요구에 화답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토건기득권과 투기집단과 야합해 공권력이란 이름의 국가폭력으로 밀어붙일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정서를 제출하는 오늘 국토부가 국민을 위한 부처인지 아니면 부처 기득권과 이해관계만을 고집하는 적폐인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부디 숙고해 도민의 뜻을 국민의 뜻을 받아안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