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옥의 시선: 삶과 경제] (24) 곳간 논쟁과 민주적 토론 그리고 재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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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옥의 시선: 삶과 경제] (24) 곳간 논쟁과 민주적 토론 그리고 재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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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나라 곳간을 왜 쌓아두나. 전자(前者)는 현 정부의 재정경제원 장관이 정부의 빚이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이고 후자(後者)는 여당 국회의원이 현 경제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의 역할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는 주장이다. 현 경제 상황이 주어진 상태에서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지금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나서면서 토론을 피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매(Auction)에 참여하는 잠정적 구매자들(Bidders)이 경매에 나온 물건의 가치를 모르면서 경매에 참여하는가? 토론을 회피하는 후보가 대선에 나선다는 것을 독자는 이해할 수 있는가? 묻고 싶다. 토론을 회피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회피하는 것으로, 대명천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을 지적하지 않고 있는 소위 메이저 언론들을 포함한 언론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아닌가?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 정부의 재정정책이란 정부의 지출과 조세징수를 말한다.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한데 그 원천이 조세징수이다. 조세징수로 이것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즉 적자가 발생하면 정부는 일차적으로 공채를 발행하여 민간 부문에서 차용을 하거나 이차적으로는 통화를 발행하여 적자를 메우게 된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하여 공채를 발행할 경우, 이것은 정부의 빚을 누적시키는 요인이 된다. 적자를 공채로 메울 수 없을 경우, 정부는 통화량을 증가시키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과도한 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이 발생하게 된다.

재정적자의 발생으로 정부가 공채를 발행하여 빚을 지는 경우를 살펴보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빚의 명목적 규모가 아니고,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의 여부이다. 이것을 판가름하는 지표들로는 정부 빚을 국내 총생산 또는 총소득(GDP)으로 나눈 것과 이자율이다. 즉 빚에 비교하여 소득이 크다는 것은 지는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빚에 비교하여 소득이 작다면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항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가 공채를 발행하여 빚을 지게 되면 공채를 소유한 민간 부문에 이자를 지급하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변수는 이자율이다. 이자율이 높을수록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12년 이후 지난 10년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과 실질이자율의 변동에 관한 데이터를 <그림 1>과 <그림 2>를 가지고 살펴보자. <그림 1>은 (정부 부채/GDP) 비율, 즉 정부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정부 부채는 주어진 시점에서 정부 부채의 총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저량 변수(Stock Variable)이다. 반면에 GDP는 주어진 기간 동안 사람들이 벌어들인 소득으로 유량변수(Flow Variable)이다. 2012년 정부 부채는 415조이고,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30.3%이었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16년(박근혜 정부 3년 차) 36%에서 2019년(문재인 정부 3년 차)에 37.6%로 아주 근소하게 증가하였고 코로나 19 위기가 발생하면서, 2020년 43.8%로 증가하였다. 이것이 그림 1에 잘 나타나 있다.

코로나 19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대동소이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그림 1: 정부 부채 대비 GDP*주 1. 행정안전부 e-나라지표에 나와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파이산(Python) 소프트웨어로 그린 것이다.
그림 1: 정부 부채 대비 GDP
*주 1. 행정안전부 e-나라지표에 나와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파이산(Python) 소프트웨어로 그린 것이다.

재정정책의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정부의 빚이 두 정부 간 대동소이하다는 것은 두 정권의 재정정책을 거의 차별화할 수 없다는 것을 함축한다. 하지만 필자는 문재인 정부가 이전 보수 정권에 비하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고 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두 정권의 재정정책이 거의 같다는 것은 두 정권을 차별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하여 여야 정치인들이 거의 동색(同色)이 되어 그것의 부당함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가 너무 보수 우경화되어 있어 여야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그들이 구사하는 경제정책은 거의 같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야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재정 건전성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재정 건전성을 기치로 정부의 지출을 통제하여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이 정당한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적정한(Optimal)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얼마인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적절한 비율에 대하여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 일본의 경우 이 비율이 2019년 현재 234%에 달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정부의 채무 불이행(Default)을 걱정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자율의 추세 변동을 이해해야 한다. 정부가 빚을 지었을 때 빚의 원금을 상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자를 갚을 능력이 있는가이다. 이자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한 부채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2>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실질이자율의 변동을 나타내고 있다. 필자가 실질이자율의 변동을 보고자 하는 것은 정부나 개인이 빚을 지었을 때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이자에는 명목 이자율이 아닌 실질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기가 1년인 일백만 원의 빚을 지었다고 하자. 명목 이자율이 5%이고 동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3%가 일어났다면 사후적 실질이자율은 2%가 된다.

<그림 2>에 나타나 있듯이 2021년부터 2020년까지 실질이자율은 2%를 넘지 않았고, 2016년 이후에는 0.3%에서 1.3%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이 된다면 재정적자로 인한 정부 빚의 누적에 대하여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이 GDP 대비 정부 빚이 234%에 달하는 데도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낮은 이자율에 기인한다. 일본의 이자율은 지금 현재 거의 영(Zero) 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림 2. 한국의 실질이자율(2012-2020)*주1. 미국 세인트 지역연준에 나와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파이산(Python) 소프트웨어로 그린 것이다.*주2. 실질이자율은 10년 만기 채권이자율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것이다.
그림 2. 한국의 실질이자율(2012-2020)
*주1. 미국 세인트 지역연준에 나와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파이산(Python) 소프트웨어로 그린 것이다.
*주2. 실질이자율은 10년 만기 채권이자율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것이다.

이러한 저 이자율 추세가 지속할 것인가? 특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없는 한, 이러한 저 이자율 상태가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제 이론적 근거를 본 칼럼의 하단에 정리하였다.

우리나라는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이자율은 국제시장에서 결정되는 이자율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국제시장에서 저이자율 상태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대하여 설령 빚이 가파르게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심각하게 그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여당 유력 대선 후보자의 기본소득 도입에 대하여 여야 모든 대선 후보자들이 반대하고 있다. 지금 로버트와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이것과 비례하여 일거리를 무차별하게 없애고 있다. Every job is unstable!!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하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한시적 실업수당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소득의 도입으로 생활의 안정을 도모한 상태에서 재훈련을 통하여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기본소득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과도한 정부지출로 인하여 적자재정이 우려되고, 이로 인하여 야기되는 정부의 빚이 걱정된다면, 이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증세를 고민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닌가? 정부의 지출은 경제주체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Exogenous Variable)이다. 왜 그런가?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전쟁이 발생하여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경우, 정부지출의 증대는 경제주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다. 이러한 경우가 발생했을 때 정말로 재정 건전성을 원한다면,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

# 저이자율 추세가 지속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

첫째 국제금융시장에서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의 저축 과잉(Saving Glut)이 일어나고 있고, 이와 더불어 세계적 소득 불평등의 심화로, 국제적인 안전자산 즉 미국과 일본 등의 국채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채의 가격이 올라가고 낮은 할인율(이자율)이 형성되고 있다. 둘째 인구증가의 감소세가 자본의 수익률, 즉 이자율을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셋째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 되어 노동자의 교섭력이 감소하였다. 이로 인하여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임금상승을 주도할 수 없게 되어 코어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즉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명목 이자율에 반영됨에 따라 낮은 이자율이 형성되고 있다. <김진옥 /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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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2021-09-18 13:05:14 | 110.***.***.54
보수 진보 여야 할것 없이 기극권 세력의 보수 우경화..내것만을 지키면 장땡이라는거지. 남이야 어떻게 살 든 선거때 아부만 잘 하면 된다는 나쁜 정치인들.

혜안 2021-09-18 08:34:46 | 222.***.***.84
본 칼럼에 대한 논평이 없는 것이 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