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 얹어보는 제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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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에 얹어보는 제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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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 윤상희 / 시인, 숲해설가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지난 1월 9일부터 매주 목, 금, 토요일마다 제주전역을 걷는, <제2공항 강행저지 전도 도보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제주를 만나는 길, 제주를 지키는 길”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걸으며 그동안 수많은 마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도보순례를 하면서 도민들과 제주의 미래와 제주를 지키기 위한 이야기도 나누고 있습니다. 이에 도보 순례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기고형식으로 3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윤상희/ 시인, 숲해설가. ⓒ헤드라인제주
윤상희 / 시인, 숲해설가. ⓒ헤드라인제주

제주 돌담은 제주 바람을 쓸어 담는다.

현무암이 많은 거뭇거뭇한 색감을 가지런하게 모아내는 것이 제주 돌담이다.

오름에서 바다를 보면 돌담으로 시작하고 바다는 색이 더 진해진다. 바다에서 산쪽으로 보면 돌담이 오름을 한라산만큼 받드는 모습이다. 제주도 섬 전체에 돌담은 밑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그 안에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담기는 먹거리와 이야깃거리는 또 얼마나 풍성한지.

붉은 동백꽃 한 송이 떨어진 돌담을 화폭에 담은 어느 화가의 작품 앞에서 발길을 뗄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유채꽃과도, 초가지붕과도, 귤 익어가는 색과도 어울리는 돌담은 그대로 제주 사람들이 살아왔던 줄거리가 된다. 척박한 섬에 유독 많았던 돌을 한 쪽으로 골라 바람 막아가며 농사지을 밭을 일구고 집으로 가는 길을 만들면서 바람과 함께 살았다. 다듬지 않고 생긴 모습대로 거칠게 맞물려 있어서 돌담은 여간해서는 태풍에도 쓰러지지도 않는다. 모서리가 서로 맞대어 있지 않아 생긴 트멍으로 거친 표면에서 쪼개진 바람이 빠져나가게 하는 허술하고도 견고한 돌담이다.

제주 돌담은 돌만큼이나 많은 바람과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 바람을 달래가며 만들어낸 아름답고 고단한 시간인 것이다. 그 시간들을 지키고 새기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몫이어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돌담이 헐리고 줄어들고 있다. 돌담을 헐고 카페가 즐비한 길이 되는 올레길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내가 걷기에도 낯설고 당혹스럽다. 더군다나 돌담을 헐고 오름과 곶자왈을 망가뜨리고 바다를 메워서 번듯한 공항을 건설한다는 이야기는 청천벽력이다.

개발이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돌아볼 겨를도 없이 난개발을 넘어선 막개발이다. 얼마나 많은 나무를 베고 얼마나 많은 돌담을 무너뜨리고 있는지 이제는 생각해야 한다.

파란(波瀾) 많았던 제주. 200년 출륙금지로 섬 전체가 유배된 시절도 있었고, 함부로 마구 수탈한 역사는 민란으로 항거했고, 일제에 의해 섬 전체가 전쟁기지가 되었던 실상이 드러나기도 전에 무자년 4월에 일었던 모진 피바람에도 지켜낸 땅이다. 제주 섬 전체가 유적지고 제주 사람들 모두가 유가족이다.

아직도 찾아야할 이름이 많고 늘어가는 쓰레기에 오수를 해결할 일들이 많은데 제2공항은 누구를 위한 개발이고 논리인지 모르겠다. 좁은 땅 제주에 공항 하나를 더 짓는다는 것을 인천국제공항을 설계한 프랑스의 세계적인 전문가들도 만류하고 있다. 전문검증의 기회도 거부하고 공론화 과정도 없이 진행하는 것은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에 정작 제주도민의 결정을 도외시하는 처사다. 정말 이 시점에서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를 진지하게 되물어야 할 것이다.

제주의 풍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올레길도 고맙기는 하지만 제주사람들이 살아가는 실핏줄 같은 올레길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파란 많고 바람 많은 제주에서 수눌며 만들었을 돌담이다.

돌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서로 품을 나눠가며 만들어갔던 수눌음이 제주를 지켰던 것처럼 잘난 돌 하나로 만들 수 없는 돌담이고 제주다. 여럿이 모여 수눌며 지켜온 제주 땅이다. 지금은 돌담 무너뜨리는 일이 아니라 제주 살리는 돌담과 덕담이 있어야 한다. <윤상희/ 시인, 숲해설가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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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늬바람 2020-02-07 21:53:42 | 39.***.***.229
제주의 가장 큰 자산은 '아름다운 자연'입니다.
그 자연이 좋아서 관광객도 제주를 찾는거지요.
제주의 돌담과 오름,곶자왈,바다와 해녀, 등
지켜져야 할 제주의 삶이자 관광자원입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이 훼손되고 개성없는 도심이 되어버리면 누가 제주를 찾을까요?

하루방 2020-02-07 08:42:49 | 223.***.***.71
동감합니다.
제2공항은 결사적으로 막아내야 합니다. 난개발 여기에서 멈춰야 합니다.
아름다운 제주환경 잘 지켜서 자자손손 물려줘야 합니다. 관광객을 많이 받아 수익이 생기면 제주도민에게 도움이 되었나요? 아닙니다. 1도 돌아오지 않고 쓰레기만 치우고 환경만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제주가 제주답게 제주도민이 지켜냅시다~

선거만이 2020-02-06 16:25:56 | 211.***.***.7
제주 이 좁은 곳에서도 파벌이 있다. 제주 서부 민주당 도의원들이 중국인 노름판 개발할때 지역 경제 살린다고 찬성하였다. 제주시내 대형 중국 쇼핑 복합 노름판도 제주시 민주당 도의원이 찬성하였다.

그런데, 동부에 공항 만들면, 제주시 상권 죽고 서부 땅값 떨어진다고 하니, 제주시와 서부 도의원들이 제2공항 건설이 환경 파괴 한다고 하네. 참나. 제주시와 서부 도의원들이 얼마나 위선적인지..웃기는 놈들이다.

그런데, 왜 중국인 노름판 유치를 한다고 한라산 산허리를 잘라 먹었냐?

제주 총각 2020-02-06 16:06:50 | 58.***.***.207
정신 똑바로차리고 글을 쓰거라
지금제주는 귤값 폭락 땅값 하락 경제지지부진 다죽겟다고난리인데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하냐 헛소리하지말고 제주를떠나라 결혼좀하게

참나기가막혀 2020-02-06 14:20:12 | 211.***.***.216
이게 무슨 양쪽 눈을 가진 언론의 태도인가 무슨 한쪽 애기만 맨날 게재하고 있네
양쪽 주장을 공정히 실어야 될터인데 한심하네 무슨 주장이든 같이 게재해야 독자들이 판단하는데 도음이 될 터인데....
2공항 건설이 환경파괴가 되는 것처럼 잘 못 유도하고 있어요 천성산 터널 뚤고 나서 환경파괴 된 것이 있습니까 주민들이 무슨 고통을 겪었습니까 말해 봐유 도룡뇽이 잘 만 살고 있어유
오히려 2공항 잘 만들고 이를 통해 환경보존 대책 더 잘 세울 수 있어유 그게 예산이 있어야 환경보존 가능합니다 엣날에 못 먹고 못입고 못 배우고 못 살 때 대한민국 온 산이 왜그리 민둥산이었는지 벌써 배좀 부르다고 다 까먹어써어유 그래서 과거 불행한 역사 반복됩니다 동남아 아프리카 못 사는 나라 가보세유 환경이 어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