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잠재우지 못한 '도시계획조례'...새롭게 제기된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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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잠재우지 못한 '도시계획조례'...새롭게 제기된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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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반발 속 제주도시계획조례 수정...의견수렴 토론회 개최
"200m 취락지구는?...포화된 하수관은?...지역 균형발전 역행"

원희룡 제주도정이 읍면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당초 입법예고안 보다 한층 완화시켜 제시했지만, 뿔난 민심을 온전히 잠재우진 못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7일 오후 3시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도시계획조례 개정 수정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지난 6월 지역주민들과 공인중개사회, 건설단체 등의 거센 항의로 공청회가 무산된 후 3개월 여만에 열린 것으로, 제주도의회가 수정안에 대한 도민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방침에 따라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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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개정 수정안 토론회'ⓒ헤드라인제주
일말의 우려와는 달리 토론회장에선 큰 충돌이 벌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조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의 문제점에 대해 낱낱이 파고들었고, 제주도 건설당국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영하 전 단국대 건축대학 석좌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회에는 장봉길 제주시 이장단협의회 상임부회장, 선은수 제주도건축사회 건축위원장, 고창덕 공인중개사협회 제주지부장, 신석하 제주국제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성호 제주관광대학교 디자인경영학과 교수, 이성용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 "조상 대대로 이어온 200m 이상 자연취락지구, 어쩌라고?"

읍면지역 주민들을 대표해 자리한 장봉길 제주시이장단협의회 상임부회장은 "읍면지역의 할아버지들은 이 조례의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있다. 언론에 내용이 나오고 나서야 전화가 오더라"며 도시계획조례 추진과정에 있어 의견 수렴 절차가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읍면지역 공공하수도 연결 의무화 부분을 문제삼았다. 제주도는 당초 읍면지역의 경우 공공하수관로 없이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조례상에 담았지만, 반발이 극심해지자 표고 200m미만지역, 연면적의 합계가 300㎡ 미만인 단독주택, 제1종 근린생활시설은 개인오수처리시설 설치시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장 부회장은 "200m 미만 지역에만 해당된다면 모르겠지만, 200m 고지 이상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촌락이 형성된 곳이 여러군데 있다. 그 분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300고지일지언정 예전부터 촌락이 구성돼 있는 취락지구인 경우 반경 1km나 500m 정도로 규정을 둬서 (개인오수처리시설 설치를) 허가해야 한다. 작은 마을, 권력이 없고 주민 수가 부족한 마을이라고 소외되어선 안된다. 한 마을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화합된 운영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부회장은 "세상이 변화하는 만큼 법이 따라가질 못한다. 변화하는 속도를 도에서 따라가야 하는데 그걸 따라가지 못하기 떄문에 오늘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ㅇ라며 "규제가 아닌 상호간의 믿음 속에서 도의적으로라도 할 수 있는 행위까지 이번 기회에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성용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도시계획조례는 녹지지역에 집중돼 있는데, 제주의 녹지지역이 개발수요가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지가가 낮았고, 도시의 일상생활을 하던 육지지역의 수요가 녹지나 특수한 목적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도시계획조례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제주지역내 자연발생적 마을이 해안지역에 있고 중산간 도로에도 있다. 도시관리계획에서 확인한 내용을 보면 360여개의 자연취락이 있다"며 "이번 도시계획조례를 통해 자연취락지구나 기존 취락지구 사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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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개정 수정안 토론회'ⓒ헤드라인제주
◇ "하수처리 용량 포화됐는데, 죄다 공공 하수관로 연결?"

선은수 제주도건축사회 건축위원장은 "도시계획조례의 취지는 모두 공감하지만, 기본적으로 절차와 시기가 적절한가. 정책을 생산하는 측과 정책을 적용받는 관계가 상호간의 신뢰야 약속이 전제돼야 제도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공공하수관 연결 근본적인 문제는 하수종말처리장의 문제"라며 "읍면지역 모든 건물에 공공하수도관을 연결시켰을 경우 하수처리장의 용량이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는 "실제로 제주도내 8개 처리장 중 4개 처리장은 이미 하루 기존 용량을 넘어서고 있고, 나머지 4개도 하루 처리용량의 80%에 육박하는 양이 처리되고 있다"며 "기존 하수처리량만 하더라도 벅찬 상황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로폭과 관련해서도 "건축법 도로폭과 도시계획조례 도로법 개념이 너무 과도하게 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당초 입법예고안에는 10~30호 규모의 단독.공동주택의 경우 8m도로, 30~50호 10m도로, 50호 이상은 12m 이상의 도로폭을 두도록 규정했는데, 이번 수정안에서는 10~50호 8m, 50호 이상 10m도로로 완화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선 위원장은 "50세대 이상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인 경우 앞 도로 기준을 적용했지만 49세대까지는 10m 이상 도로의 허용을 받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2차선 도로에라면 도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도로 앞 기준을 통일시킬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반론을 폈다.

특히 그는 "녹지지역의 확산은 현재로서는 불가피한데, 그 부분에 대해 억제를 해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규모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이 정책이 나온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반대로, 수평적 확산을 억제하려면 내부 도심지역, 상업지역의 용량을 확대해야 한다. 외부 억제를 내부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이 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피력했다.

신석하 제주국제대 교수도 "주거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도심지역은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환경을 중재할 지역은 환경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정책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 형평성 문제 제기..."읍면-동지역 불균형 가속화"

고창덕 공인중개사협회 제주지부장은 먼저 표고 200m 미만 지역의 개인오수처리시설을 허용한다는 수정안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꺼냈다.

고 지부장은 "200m 이상에 있는 마을이 동쪽으로는 송당.교래.대흘.선흘.와흘, 서쪽으로는 유수암.소길.어음.납읍, 서귀포 남원 수망리 등 어마어마한 자연취락마을이 있다"며 "지 지역에서는 앞으로 건축허가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형평성 문제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m 미만 지역의 개인오수처리시설을 허용하면서도 제1종 근린생활시설인 휴게음식점 설치는 제한한다는 예외규정과 관련해서도 "일반음식점과는 달리 휴게음식점 소규모다. 사업주체가 대부분 영세 서민인데, 그럼에도 휴게음식점을 이번 조치에서 제한하는 것은 영세상인을 규제하겠다는 모순된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고 지부장은 도시계획조례로 인해 읍면지역과 동지역간 불균형이 가속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주도로와 중산간도로 제외한 읍면지역 대부분의 도로는 3~4m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동지역으로 건축행위가 집중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읍면지역의 활성화를 얘기하면서, 어떻게 보면 지역균형 발전에 완전히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지부장은 "이번 조례는 읍면지역 거주자 재산권 침해와 대자본을 위한 토지공급에 불과하다. 읍면지역인 토지 소유자 무시하는 처사"라며 "지역경제를 고려함은 물론 귀농귀촌 유입인구 증가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호 제주관광대 교수는 "전세계 도시계획 중 가장 이슈가 되는게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기존 대규모 개발이 많은 문제점 양산하고 있는데, 현 자원을 후손들에게 물려준다는 측면에서 조례는 전체적으로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개인 재산권과 관련돼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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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개정 수정안 토론회'ⓒ헤드라인제주
◇ 제주도 "건의사항 재검토...200고지 취락지구 문제 심각하게 고민"

지정토론이 끝나고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도 조례의 각론에 대한 의문점이 집중 제기됐다.

한 시민은 공청회 과정을 마을단위부터 시작해 읍면지역 전체적인 공론화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제라도 폭 넓은 공론화 절차를 거칠 것을 요청했다.

또 다른 시민은 결국 자연녹지와 계획관리지역의 공동주택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취지의 조례라면 꼭 도로폭 등의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닌 현실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고운봉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은 "국장으로서 제가 바로 결정할 수는 없지만, 오늘 제시된 의견에 대해 하나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과 검토를 거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 국장은 "200고지 이하 조상 대대로 삶의 터전을 갖고 있는 곳,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은 가슴 깊이 새겨듣겠다. 중산간 200고지 이상 기존 취락지역에 대한 실소유자의 개인오수처리시설 문제는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다시 한번 검토를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수처리장의 수용 능력을 키우라는 제언에 대해서도 "옳은 지적으로 받아들인다. 그 부분 역시 간과하고 있지 않다"며 "충분한 대책을 마련중이고 상하수도본부 차운에서 별도로 도민들에게 알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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