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거미의 땅', 여성에게 전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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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거미의 땅', 여성에게 전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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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송재상 /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23일부터 26일까지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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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장소는 서귀포성당으로 결정됐다. 23일 개막공연에 이어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동빈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이 상영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진다. 이후 성당 지하에서는 개막 리셉션이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여질 10개국 34편의 작품은 대극장인 강정마을회관과 소극장인 강정마을 평화센터, 야간 야외상영장인 강정천, 야간 실내상영장인 삼거리식당 등 강정마을 곳곳에서 상영된다.

각 작품 영화상영은 '기수갈고둥, 돌가시나무, 층층고랭이, 연산호군락, 구럼비' 등 모두 5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이번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에 즈음해 출품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헤드라인제주>

(2) 2세션 : 돌가시나무(여성에게 전쟁이란)-'거미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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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의 땅. <사진=강정국제평화영화제 조직위>
한국전쟁이 끝나고 남한에는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했다. 미군이 주둔하는 곳은 어디나 기지촌이 들어섰다.

이것은 남한 전체가 기지촌이나 다름없었다는 이야기다.

기지촌으로 흘러들어온 외화는 남한의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로 불렸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경멸의 대상이었다.

기지촌을 통해 부를 축적한 이들과 그것을 눈감고 허용한 정부가 아닌, 기지촌의 여성들이 숨길 수 없음에도 숨겨야 하는 치부가 되어버렸다. 정당한 대가는커녕 오로지 상처만이 그들의 몫이었다.

“개미처럼 일하고 거미처럼 사라져”간 그들에 대한 기억은 철거 예정인 옛 미군 기지와 쇠락한 기지촌에서 소문처럼 떠돌 뿐이다.

김동령, 박경태 감독의 영화 <거미의 땅>은 희미해져가는 이 기억들을 다시 불러들인다. 박묘연, 박인순, 안성자, 세 명의 기지촌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서다. 이들의 증언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스물여섯 명의 아이를 낙태한 뒤에 버려진 아이 바비를 살려서 길러낸 박묘연의 경우는 인터뷰를 통해, 미군과 결혼해 두 딸을 낳고 미국으로 건너가지만 결국 아이들을 남겨두고 한국으로 돌아온 박인순은 편지의 형식을 빌어서, 기지촌에서 혼혈로 태어나 스트립 댄서로 일하고 몽키 하우스에 감금되었던 안성자는 극적인 재현의 방식으로 각자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의 화자를 단순히 세 명의 등장인물 또는 감독이라고 할 수 없다. 감독은 이 이야기들에 내레이션과 극적 구성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그것은 등장인물들을 카메라 앞의 조작 가능한 대상, 구경거리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화자의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서다. 감독이 직조한 영화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기지촌이 남긴 그들의 상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송재상 /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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