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박물관 '판 깨기'?...도의회 진짜 속내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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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박물관 '판 깨기'?...도의회 진짜 속내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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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평화박물관 매입예산의 '이해못할' 삭감명분
선심성 증액예산 필요했나?...아니면, 박물관측 지원사격?

툭하면 일본 매각 추진으로 많은 논란을 사게 했던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제주가마오름 일제동굴진지와 제주전쟁역사박물관(이하 '평화박물관')의 매각문제와 관련해, 이번에는 제주도의회가 딴지를 걸고 나섰다.
 
제주도와 문화재청, 박물관측 3자간의 합의 하에 진행되던 매입절차가 난항에 빠진 문제에 대해 돌연 제주도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하며 매입예산을 삭감해 버린 것이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는 14일 제주도의 제1회 추경예산안 계수조정을 갖고 세출예산에서 총 19억2000만원을 삭감했다.

삭감 예산 중 14억원은 제주도가 평화박물관을 매입하기 위해 편성한 사업비여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7월 중 제주도가 매입하는 필요한 금액 22억5300만원 중 8억5300만원만 남겨놓고 싹둑 잘라냈기 때문이다.

◇ 박물관 매입대금 돌연 삭감한 도의회 해명은?

이번 예산삭감은 상당히 의외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내내 일본 매각 파문을 불러왔고, 결국 제주도와 문화재청이 나서 매입하는 것으로 해 어렵게 결론이 난 사안인데 이번 매입대금 삭감은 전체적인 판을 깰 소지가 크다.

도의회는 왜 갑자기 매입대금까지 삭감하며 제주도당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일까.

문화관광위가 표면적으로 삭감 이유로 제시한 점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박물관측이 감정가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며 매각 거부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의 매입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됐다는 이유다.

나중에 '불용 예산'이 될 것을 우려해 감액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하나는, 설령 14억원을 삭감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상황이 정 급하면 예비비라도 끌어쓸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전액 편성은 굳이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 '증액예산' 만들기 위해?..."내가 해야 로맨스?"

그러나 이러한 감액명분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산 삭감 소식이 전해지자, 도의회 주변에서는 여러 측면의 의구심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증액 예산'을 만들기 위해 손을 댔다는 것과, 일부 의원들이 평화박물관측 논리에 '지원사격'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냐는 시각 등이 그것이다.

단순한 전자의 차원일 가능성도 물론 있다.

문화관광위가 이번 추경안 심사를 하면서 숱한 '예산 부탁'을 받았을 것이고,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제출한 항목의 예산 중 일부를 삭감해야 증액 편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매입비 14억원을 포함해 삭감한 총 19억원의 예산 중 예비비로 편성한 돈은 2억49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6억여원에 이르는 돈은 대부분 민간경상보조금 등에 증액 편성했다.

전자의 상황만 따진다면, 도의회는 크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마디로 '내가 해야 로맨스'라는 식의 선심성 떡반 나누기에 다름없다.

사업의 진척도가 약해 '불용 처리'가 될 것이 우려됐다면, 그 돈을 퍼주기로 소진시켜 버릴 것이 아니라, 예비비로 묶어 뒀다가 나중에 쓰도록 했어야 옳았다.

원칙과 기준을 저버리는 도의회의 이런 예산심사 관행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것이라 하더라도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비판하고 견제하겠다는 도의원들이 정작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온갖 핑계와 변명 등을 하며 너무나 관대한 모습이 한심스럽게 다가온다.

◇ 박물관 매입에 '이상한 분위기' 감지...왜?

'의원님 마음대로'인 예산심사 문제와 더불어, 이번 사안을 바라보며 더욱 심각하게 느끼는 점은 평화박물관 매입에 딴지를 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지난 13일 추경안 심사 때 '이상한' 분위기는 감지됐다.

평화박물관의 매입사업과 관련해서는 이미 종전 임시회에서도 보고를 받았고, 또 최초 3자간 합의내용에서부터 숱한 언론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의원들 모두가 공히 인지하고 있었던 사안이다.

그러나 추경안 심사 때 일부 의원들의 행한 발언은 마치 박물관측을 지원해주기 위한 여론반전 의도로 오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박물관측의 주장 내지 논리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왜 이번 매입절차 난항의 본질은 외면한채, '매매계약대금'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켰던 것일까.

이번 매각대금의 파문의 귀책사유는 당연히 박물관측에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금융채무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 툭하면 일본에 매각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면서 제주도와 문화재청으로 하여금 매입하도록 압박을 가해왔던 것이 박물관측이다.

그래서 지난해 12월말 3자간 협의를 통해 매각합의를 하게 된 것이다. 매입대금은 공인감정기관의 감정평가를 통해 산출한 금액인 59억1500만원.

이중 그동안 평화박물관에 지원됐던 국비와 도비 등 9억3400만원을 환수조치하면서 이를 차감하면 최종 지불액은 49억8000만원으로 결정됐다.

문화재청이 가마오름 일제진지동굴 및 지상토지, 소장자료에 대한 값으로 27억3600만원을, 제주도가 평화박물관 건물 및 부대시설(상영관 등), 토지에 대한 값으로 22억4800만원을 각각 부담키로 하고, 3단계로 나눠 지불하기로 이미 합의된 상황이다.

당시 최대 쟁점은 박물관측이 실제 경영자인 관장을 비롯해 그의 아내, 아들 등 가족을 포함한 6명에 대한 고용승계를 요구한 문제였다.

그러나 돈이 없어 박물관을 매각하는 것인데, 경영난을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할 경영주인 관장을 포함한 가족들이 그대로 고용승계될 경우 막대한 공적자금만 퍼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많았다.

따라서 근로자 3명만 고용승계키로 하고, 경영에 책임이 있는 관장과 가족은 배척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합의 속에 이미 문화재청은 27억여원을 들여 매입을 완료했다. 남은 것은 제주도의 매입분이나 최근 박물관측이 감정평가금액의 낮음을 문제삼아 매각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일이 이상하게 꼬여버린 것이다.

당연히 현재 난항에 빠지게 된 귀책사유는 박물관측에 있는 것이다. 감정평가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최초 지난해 12월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

이미 문화재청으로부터 27억여원을 받아 매각한 후에, 제주도 지분에 대해서만 매각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다.

◇ 본질 벗어난, '양보' '계약서' '매입포기' 발언 잇따랐던 이유는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도의회가 제주도에 촉구할 수 있는 액션은 두가지다.

하나는 이번 추경에 예산을 정상적으로 편성해 합의내용에 따라 예정된 기일에 매매계약을 추진하도록 박물관측을 압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재청의 매입대금을 반환하도록 해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의회는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박물관측에 유리한 내용을 여론화시키려는 이해못할 일들을 하고 있다.

추경안 심사에서 입법정책관실로 하여금 '매매계약 체결됐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검토' 자료를 만들어 내밀었다.

이 자료는 모 의원이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용은 3자간 합의 사항 및 공문서 시행 사항 등 전체적인 부분을 망라해 종합검토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매매계약서'라는 실제적 존재여부를 중심으로 해 검토된 자료였다.

한정된 범주에서 검토가 되었기에 결과도 당연히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이는 제주도의 자체 법률검토 결과와 정반대의 내용이다.

제주도 법률검토에서는 3자간 합의된 사항, 그동안의 공문서 회신, 실제 문화재청의 매입완료 등 전반적 상황을 감안하면 비록 계약금과 매매계약서는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계약은 체결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상임위 심사에서 이 자료의 내용은 여러 의원들에 의해 은근히 강조되었다. 계약금이 지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왜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았느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예산을 올린 것은 법률위반"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합의한대로 그대로 진행하면 될 것인데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여기까지는 '말의 성찬'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중요한 소장자료와 동굴진지를 이미 매입했기 때문에 제주도가 굳이 매입할 필요가 있겠나"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는 박물관측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소장자료 값 등의 명목으로 27억원을 받고, 박물관도 현행 그대로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꿩 먹고, 알 먹고'의 이득을 주자는 얘기에 다름없다.

박물관측 '지원사격'이라는 오해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예정대로 매입에 응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나가고, 만약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법적대응까지 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제주도당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도의회의 발언들에 크게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연말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데도 '불용 처리'를 우려하며 예산을 삭감한 것이나,  '계약서' 법률적 검토 문제를 전면에 부상시키며 양보를 운운한 도의회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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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 2013-06-15 09:33:11 | 175.***.***.69
양보할것은 양보해라 발언한 의원
문화재청이 중요자료 매입했으니 굳이 제주도가 매입할 필요있나라고 한 의원 이름 밝혀야

급실망 2013-06-14 20:45:13 | 59.***.***.201
박물관 주주의 소속정당 보면 어떤 의원들의 발언인지 말 안해도 알겠네
공적자금 갖고 퍼주고 하면서 무신 감시와 견제라고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