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제주해군기지 해명, '사실 왜곡'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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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제주해군기지 해명, '사실 왜곡'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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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설계변경 불가 지시의혹에 대한 '해명되지 않는 해명'
보고서 채택후 시뮬레이션 정말인가?...왜 지방정부도 이를 믿지 않을까?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된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한 '15만톤 크루즈 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 회의록 내용 중 '설계변경 불가' 내지는 '데이터 조작지시' 정황이 담긴 발언내용 파문과 관련해 국무총리실의 해명이 오히려 또다른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일과 12일 연이어 해명자료를 냈지만, 무조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론보도가 잘못됐다면 왜 잘못됐는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풀어서 설명해야 하나 '우겨대기' 수준이다.

이번 논란은 국회와 정부, 제주도가 추천한 인사 6명으로 구성된 '15만톤 크루즈 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가 지난 1월26일부터 4차례에 걸쳐 가졌던 회의 내용이 담긴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 회의록에서 나타난 내용들..."설계변경 수반하지 않게 결론 내라?"

2009년 제주도와 국방부, 국토해양부간에 체결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기본협약서'에 명시된 내용인 '15만톤 크루즈 선박 2척의 동시접안' 및 안전한 입출항이 가능한지에 대한 기술검증을 하는 것이 위원회 구성의 당초 목적이었다.

당시 제주도에서는 자체 TF팀을 통해 확인한 결과 현재의 설계대로라면 동시접안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입출항에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아래 기술검증을 강력히 요청해 국회 권유로 구성된 것이다.

그런데 회의록 내용을 살펴보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술검증이 이뤄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2월14일에 열린 4차 회의에서는 보고서 채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위원회를 구성한 가장 큰 이유는 계속해서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인 해군기지 건설이 자꾸 지연되기 때문에 그것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신속한 건설을 시작하자는 것이 대전제 아닙니까?"

"잠깐만요. 전제가 틀린 것이, 제주도가 이 항만을 제대로 해서 위험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잖아요. 정책이라든지, 정치적인 부분이 들어가 버리면...우리는 의견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정부는 한번 더 시뮬레이션을 하는게 부담스럽긴 하겠죠. 정부가 그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고 바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그런 데이터를 우리보고 만들어달라고 그러는데, 제가 봤을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전제조건은 공사가 계속 진행되는 전제에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설계변경이 일어나지 않는 방법에서 기술적 대안을 찾아주세요. 그래야지요."

"지금 저 같은 경우는 사실 '내부 크기 변경하지 않는 조건에서 기술위원회 활동을 하세요.'라면 여기 안 왔습니다."
 
한쪽 위원들은 신속한 제주해군기지 공사의 진행을 대전제라고 내세우고 있고, 다른 한쪽 위원들은 순수한 차원의 기술검증을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 나온다. 설계변경은 불가라는 전제를 내세우는 위원도 있고, 그런 전제라면 위원회 참여를 안했을 것이라며 개탄하는 위원도 있다.

위원들간에 오간 이들 발언들만 놓고 볼 때, 정부가 비공식적인 경로로 설계변경을 수반하지 않도록 하는 전제 하에서 혹은 시뮬레이션을 건너뛰려는 등의 보고서 채택을 요구한 것으로 짐작된다.

기술검증의 차원의 논쟁이 아니라, 뭔가 정치적인 부분을 갖고 위원들간 신경전을 벌였던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회의록 중간중간에는 이 회의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을 하기 보다는 정부와 해군의 '입맛대로' 요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상당부분 눈에 띈다.

최초 기술검증위가 구성될 당시 총리실이 갑작스럽게 기술검증 전문가도 아닌 대학교수를 위원장으로 내정시켰던 것도 이러한 정치적 결론을 유도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는데, 이번 회의록을 통해 이러한 의혹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2월 기술검증위가 내놓은 검토보고서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은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이다.

◇ 총리실 해명..."사실 아니다"..."보고서 건의 따라 시뮬레이션 실시"

문제는 이에대한 총리실의 해명.

총리실은 이 문제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자 11일 황급히 첫 해명자료를 냈다.

정부에서 자료조작을 요구했다는 의구심과 관련해서는 "사실이 아니라", "그건 제주도 위원 발언이었다"는 식의 해명을 했다. 그러나 이 해명도 설득력은 약해 보인다.

실제 해당 위원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면  즉석에서 이에대해 "그렇지 않다"고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있다가 뒤늦게서야 사실이 아니다 라는 식의 변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측 위원들이 애초 왜 15만톤급으로 하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개인적 소견'으로 일축했다.

총리실의 이날 해명의 결론은 △기술검증위원회는 민간위원들이 어떠한 제약없이 자유롭게 논의해 결론을 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구조로 운영됐다 △정부도 기술검증위 운영과정에 어떠한 자료조작 요구나 개입을 한 사실이 없다, 이 두가지로 요약된다.

◇ 보고서 따라 시뮬레이션 정말인가?...왜 지방정부도 이를 믿지 않을까?

이 해명도 미덥지 못하지만, 자료 말미에는 한가지 이해못할 점을 덧붙여졌다. "정부는 기술검증위원회 위원 모두가 합의한 건의 내용에 따라 15만톤 크루즈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2012년 2월말 국무총리실 발송      제주특별자치도 의견서

1. 민항(크루즈항)과 군항(해군기지)이 공존하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위해 노력하시는 귀 기관의 발전을 기원합니다.2. 15만톤급 크루즈선이 이용가능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사업은 2008년 9월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해군기지에서 민․군복합항으로 공식적인 정부 정책 변경이 이뤄진 사안입니다.
이러한 사항은 2009년 4월 국방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지사 3자간에 체결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에 관한 기본협약서에도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3. 그러나, 15만톤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면서 제주도는 자체적으로 ‘민․군복합항 민항시설 검증 T/F’를 구성․운영하였고, 그 결과 ‘현재 설계대로 공사가 되었을 경우 15만톤급 크루즈선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4.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국회예결특위 제주해군기지사업 조사소위에서 권고한 대로 국무총리실이 주관이 되어 지난 1월 26일 국무총리실에서 ‘15만톤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를 구성하였고, 4차례의 회의를 거쳐 2월 14일 ’기술검증 결과보고서’가 채택되었습니다.5. 기술검증 결과보고서 채택 이후, 최근 국방부가 실시하여 총리실을 통하여 제주도에 전달된 ‘선박조종시뮬레이션 연구용역’의 핵심적인 내용에 대하여 제주도와 국회 추천으로 참여했던 검증위원 및 제주도 민항시설 검증 T/F 참여 전문가들이 결정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 내용은 제주도의 공식 입장임을 확인하며, 그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적시하여 송부하오니 정부 정책으로 반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 래 -가. 선박시뮬레이션 실시시기 및 결과 도출시기(2011.12~2012.2)와 검증위원회의 최종보고서 채택날짜(2012. 2. 14) 등을 비교 검토한 결과, 현재 총리실에서 제시한 시뮬레이션 자료는 검증위원회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의 자료이므로 검증위원회의 최종결과가 반영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음.나. 선박 시뮬레이션 수행 시에는 자료의 객관성과 정확성, 조종자의 주관적 능력, 판단 등이 중요한데, 해군이 실시한 현재의 시뮬레이션은 해군 측의 일방적 자료로써 시뮬레이션의 특성상 결과만으로는 전문가조차도 조종자의 주관적 판단 적정성 및 그 자료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파악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결과만을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다. 따라서 15만톤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과 관련하여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시뮬레이션이 수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제주도와 해군이 함께 노력하여 각각 동수로 추천한 전문가들이 항만설계변경 및 선박 시뮬레이션 전반에 걸쳐 참여가 이뤄져야 함.6.아울러 2월 2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행정자치위원회)에서 기술검증보고서와 관련하여 채택한 결의문을 첨부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부분은 '사실왜곡' 논란으로 이어졌다. 시간적인 측면이나, 당시 정황을 살펴볼 때, 기술검증위 위원들이 합의 건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검증위의 보고서는 지난 2월14일 채택됐다. 총리실이 말하는 국방부의 2차 시뮬레이션 결과자료는 2월23일 제출됐다. 보고서가 채택된지 불과 9일만에 시뮬레이션 결과가 제출됐다는 것이다.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더욱이 국방부 시뮬레이션은 기술검증위가 구성되기도 한참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실시 중에 있었다. 즉, 기술검증위의 결과를 바탕으로 해 과업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국방부 자체적인 지시에 의해 이미 수행됐던 시뮬레이션이었다.

2월14일 열린 기술검증위 4차 회의에서 한 위원이 "오늘 오전에 해양대학교에서 시뮬레이션을 쭉 발표할 때 현실적으로 우리가 아까 이야기 했었습니다만..."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보고서가 채택되기 전에 이미 시뮬레이션 과정을 참관하고 온 위원까지 있었다.

바로 이 때문에 총리실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총리실은 12일 두번째 해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이 결과보고서의 건의에 따른 선박시뮬레이션을 실시하였으며, 총리실은 이에 근거해서 해명한 것입니다. 따라서 기술검증위원회 건의에 따라 실시한 시뮬레이션은 '검증위원 모두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 실시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방부 시뮬레이션 시행시기와 기술검증위 검토보고서 채택시기와 엇갈리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이 시뮬레이션 결과물은 보고서 건의에 따라 실시한 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총리실의 이 해명은 오히려 더 큰 의구심만 갖게 할 뿐, 명쾌한 이해를 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말 제주특별자치도가 총리실에 보낸 의견서는 총리실의 이러한 주장과 대치되고 있다.

"선박시뮬레이션 실시시기 및 결과 도출시기(2011.12~2012.2)와 검증위원회의 최종보고서 채택날짜(2012. 2. 14) 등을 비교 검토한 결과, 현재 총리실에서 제시한 시뮬레이션 자료는 검증위원회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의 자료이므로 검증위원회의 최종결과가 반영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음."

한마디로 국방부 시뮬레이션 결과물은 기술검증위 보고서의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별도의 시뮬레이션을 실시해야 함을 어필하고 있다.

지방정부까지 총리실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데, 무조건 "믿어달라"는 두번의 해명자료는 참으로 어줍기만 하다. 차라리 떳떳하게 "설계변경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싶었다"고 털어놓는게 낫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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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되네 2012-10-13 20:46:19 | 220.***.***.155
제주도청의 의견서가 압권이군. 총리실은 제주도청도 안믿는것을 국민들에게 믿어야 한다며 억지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