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덫'...그래도 죄를 물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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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덫'...그래도 죄를 물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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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강동균 '업무방해사건'의 쟁점과 '표현의 자유'
석연치 않은 연행과정 의혹..."항의표시인가, 공사방해인가?"

지난 8월24일,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의 구심점이었던 강동균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회장이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주민 김종환씨, 평화운동가 김동원씨도 함께 구속되었습니다.

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리고 18일 이 '업무방해사건'에 대한 마지막 결심공판이 열렸습니다. 강동균 회장은 "불법공사에 대한 항의는 죄가 될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는 당시 진행된 해군기지 공사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였습니다. 불법공사가 재개되려는 움직임을 보고 다가가서 항의한 것을 놓고 죄를 묻는다는 발상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변론을 맡은 강기탁 변호사도 같은 취지의 변론을 했습니다.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영역을 현저히 침해했다는게 변호인의 판단입니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당연히 허용되는 것이고, 그러한 해군기지 건설 반대의 입장에 있다고 해서 당연히 업무방해 행위에 나아갔을 것이라는 검찰의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변론의 핵심입니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 등에 담긴 의미를 통틀어 일명 '표현의 자유'로 제시됩니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명시된다고 해서 절대적 인정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필요한 경우 제한을 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정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37조의 규정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 역시 법률로써 하여야 하며, 제한에 따른 권리침해 정도는 최소한도로 그쳐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을 '과잉금지의 원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법률로써 제한을 하더라도 '명확성의 원칙'을 견지해야 합니다.

즉,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그 제한의 사유가 명확해야 하며, 권리침해 정도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논객인 일명 '미네르바'의 기소근거가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해 위헌이란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전기통신법 제47조 1항에 명시된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로 허위통신을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는 조항이 위헌결론이 내려진 것입니다.

여기서 결정적 쟁점이 됐던 것은 '공익'이란 용어입니다. '공익'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며,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헌재는 판단했습니다. 법 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으로 객관적 의미를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이 헌재의 결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강동균 회장의 업무방해혐의 기소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를 적용했지만, 과잉금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벗어나 표현의 자유를 현격히 침해했다는 논란이 그것입니다.

▲ 당시 연행과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3개월 전으로 되돌아가, 당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8월24일 오후 1시30분께 군용기를 타고 온 민간인들이 해군기지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이 때 해군기지 공사구역 내에서 크레인의 장비결합이 준비 중인 모습이 주민들에게 목격됐습니다.

강동균 회장 등이 현장으로 달려가 해군측에 무슨 공사를 재개하려고 하는지를 따졌습니다. 그 때, 어디에 있었는지 경찰들이 나타나서 업무방해혐의로 체포한다면서 곧바로 연행을 시도하면서 연행을 막으려는 주민들과 장시간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공사장 내부에 강정주민들이 달려올 것이란 것을 경찰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지금은 공권력이 언제나 해군기지 정문 앞 등을 지키고 서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평소에는 해군기지 사업장 내에 경찰이 주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강 회장이 체포되던 그 날은 웬일인지 미리 사복경찰 등 최소 30여명이 현장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불과 몇분도 없어 서귀포경찰서장이 직접 경찰력을 이끌고 현장에 나타나 일사천리로 연행작전을 개시했다고 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유도된 작전' 혹은 '준비된 덫'이란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과론적인 '업무방해행위'가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업무방해혐의로 엮어내기 위한 '작전의 그물망'에 걸려들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 '준비된 작전의 덫'인가?...업무방해죄의 '위력'은 있었나?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해군이 대규모 공권력 투입을 통해 해군기지 공사를 재개시키기 위한 치밀한 작전이 진행 중이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이 터지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법원은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핵심인사와 강정마을회 등에 대해 해군기지 공사장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공안회의도 긴급히 소집됐습니다. 핵심인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속속 연행됐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없던 9월2일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돼 해군기지 사업구역 내에 거대한 펜스와 철조망을 설치하고, 공사를 재개시켰습니다.

이 일련의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강동균 회장 연행은 다분히 사전 계획된 것이라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변호사가 최후 변론에서 한 말입니다.

"피고인 강동균은 크레인 궤도 위에 아주 잠깐 앉아 있다가 출동한 경찰관이 내려오라고 해서 내려온 다음 그 경찰관에게 크레인 조립 작업의 불법성을 항의하고 이를 확인시키기 위하여 서귀포시 소속 공무원에게 전화를 하였고 그 공무원이 설명을 위하여 현장으로 오겠다고 하여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사복 경찰관들이 달려들어 위 피고인을 체포하려 했던 것입니다."

검찰은 강동균 회장이 크레인 궤도 위에 올라가 항의한 시간이 30분이라고 주장했으나, 강 회장과 변호인측은 "길어야 5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사가 공소사실에서 업무방해죄를 입증하기 위해 강동균 회장 등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적시한 부분에 있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공소사실에서는 강 회장이 크레인 궤도 위에서 "이것은 불법 공사다. 이렇게 궤도를 조립하는 것은 공사를 위한 준비 작업이다."라고 소리치며 '위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소리친 내용만을 놓고 '위력'을 사용하며 업무방해죄를 물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변호사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그것이 피해자의 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은 불과 몇명도 되지 않았고, 해군측 사람은 많았는데, 위력을 행사할 목적이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대한 판단은 피해자인 해군측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제기됐습니다.

사실 업무방해죄의 경우 그 업무나 행위 수단의 폭이 매우 넓고 추상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습니다.

당시 해군과 경찰은 정말 강동균 회장이 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중히 죄를 묻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해군기지 반대'라는 외침을 차단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 의도가 무척이나 의심스럽습니다.

결론적으로 강동균 회장의 업무방해사건은 '유도된 작전'이었느냐 하는 점과, 업무방해혐의'의 구성요건에 맞는 '위력'의 행사여부가 쟁점입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논란과 연계해 전자는 과잉금지의 원칙, 후자는 '명확성의 원칙'을 판단하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최후 변론에서 "지난 4년간 정부와 국회 등에 수차례 의견을 개진했지만 아무런 대답없는 메아리로만 돌아왔다. 도대체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한 강동균 회장.

법원은 23일 예정된 1심 선고공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주목됩니다. <헤드라인제주>

결심공판, 강동균 회장과 변호인의 주장은?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헤드라인제주 DB>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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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반듯한 기사 2011-11-21 12:49:06 | 59.***.***.23
강동균 회장님은 무죄다. 당연한거다. 함정수사를 한 경찰,그것을 기획한 해군이 책임을 져야 하는 사건이다.
데스크논단 참 시원스럽게도 썼소이다.

판결 2011-11-20 22:49:38 | 211.***.***.130
항의한다고 죄가 된다면 ㅅ앞으로 선거도 하지말고 독재정치하시죠
군대와 경찰만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잖소
강동균 회장님은 무죄다

악법도 지켜야 2011-11-20 21:26:10 | 14.***.***.79
항의도 한 두번에 그쳐야지 맨날 정부일에 간섭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되기 땜에 어쩔수 없이 구속 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쇠도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우리 속담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인자무적" 어질고 온유하면 적이 없어 잡아 갈 일이 없다는 말이지요. 너무 방해를 하니 그런것 아닌가 하는 심정입니다. 국가평화를 위해 질 줄도 아는 미덕이 어쩌오리오.

중덕 지킴이 2011-11-20 19:59:50 | 59.***.***.103
명품 논단 잘 읽었습니다
경찰 해군의 치사한 작전갖고 유죄 내린다면 대한민국 사법은 희망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