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관리체계는 극히 허술...전담직원 수년간 비위에도 '깜깜'
재발방지 대책도 서귀포시 5년전부터 하던 것 '따라하기'

제주시청 소속의 한 공무원이 수년에 걸쳐 수억원의 쓰레기 종량제봉투 판매대금을 지속적으로 횡령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의 종량제봉투 판매 수입은 연간 130억원 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백억원대의 돈이 오가는 중요한 사업임에도, 판매 물량 및 수입 관리체계는 극히 허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담 직원 한명이 판매대금을 빼돌리는 비위가 장기간에 걸쳐 행해졌으나, 공직 내부에서는 교차적 체크가 전혀되지 않는 '깜깜이 행정'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30일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시의 쓰레기 종량제봉투는 한해 보통 1700만매에서 1800만매가 판매된다. 연간 판매수입은 125억에서 130억원 규모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27억5925만원(1934만3675매) △2022년 130억3078만원(1832만1315매) △2023년 125억8025만원(1775만645매) △2024년 127억9570만원(1851만2290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66억7331만원(968만7990매)을 기록 중이다.
이는 서귀포시의 판매수입액의 4배 가량 되는 금액이다.
서귀포시는 △2023년 42억5200만원(597만3000매) △2024년 142억4000만원(613만7000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20억6900만원(295만1000매)을 기록했다.
작년 기준으로 제주시의 판매대금을 봉투 유형별로 보면, 가연성 종량제봉투 판매대금이 124억4152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특수용 봉투는 3억5417만원이었다.
중요한 것은 결제방법으로, 제주시에서는 온라인 카드결제 및 계좌이체 방식이 없다는 점이다. 작년 기준으로 73억8249만원은 현장에서 카드결제를, 나머지 54억1320만원은 고지서 발부를 통한 현금 결제로 이뤄졌다.
바로 이 현금결제에서 횡령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 판매대금 횡령사실이 적발된 ㄱ씨(공무직)는 제주시청에서 2018년부터 종량제봉투 판매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그는 현금 결제를 한 판매업소에 실제 주문한 봉투를 배달하고 현금을 받았음에도 전산상으로는 '주문 취소'를 한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9일 종량제봉투를 현금으로 구입한 편의점에서 해당 부서에 영수증(매도전표) 재발급 요청을 한 것이 담당직원의 비위가 드러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부서에서는 영수증 재발급 요청을 하자, 판매내역을 확인했는데 전산상에는 판매가 되지 않고 '주문 취소' 처리가 된 점을 발견했다. 주문 취소가 됐으면 종량제봉투가 해당 편의점에 배달이 되지 않아야 함에도 배송이 된 문제를 확인한 것이다.
제주시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이뤄진 '주문 취소' 건수에 대한 사실 확인 결과 횡령액은 무려 6억여원에 달했다. 아직 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2018~2020년)까지 추가적 조사가 이뤄진다면 횡령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 왜 7년간 담당자 바뀌지 않았을까...재고물량 확인 한번이라도 했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주시의 관리체계상 허술함의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연간 1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세입 재원을 다루는 업무임에도, 제주시의 경우 직원 1명이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으며 판매수입 및 재고관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돈을 받고 봉투를 배송했음에도 주문취소가 이뤄졌다면, 부서 내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최소한의 체크만 했더라도 금방 인지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횡령액이 6억원 상당에 이른다면, 종량제봉투 재고물량과도 큰 차이가 나타날 수 밖에 없으나 재고물량에 대한 확인이 이뤄졌는지조차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판매대금과 재고물량을 월별로 확인만 잘했더라도 이번 처럼 장기간 비위가 지속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ㄱ씨가 7년간 단 한번 순환 발령이 이뤄짐이 없이 동일한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온 이유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는 교차적 체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결정적 문제로 지적된다. 만약 순환 발령이 이뤄졌다면 인계인수 과정에서 재고물량의 차이가 확인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점은 내부 감독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자, 명백한 실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김완근 제주시장이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종량제봉투 대금 수납과 관련한 내부 감독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이를 사전에 바로잡지 못한 명백한 실수가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관리체계가 극도로 허술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 재발방지 대책, 서귀포시 '따라하기'?...단 천만원에 해결될 온라인결제시스템을...
이러한 가운데, 제주시와 제주도정이 내놓은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서도 말들이 많다. 발표된 내용들이 이미 서귀포시에서 하는 내용들인데다, 얼마되지 않는 예산으로도 충분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내용임에도 방기해 온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제주시에서 제시한 대책은 △현금 취급 업무 전수조사 정례화 △현금 업무 담당자 의무 순환제 도입 △종량제 봉투 구매 시 현금 수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선결제 시스템 도입이다
현금 결제를 전면 폐지하고 신용카드와 계좌이체만 허용하도록 함으로써, 결제의 투명성을 높이고 담당자의 현금 취급을 원천 차단한다는 내용이다.
제주도에서는 △현금 취급 차단 △디지털 관리 시스템 구축 △순환근무제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종량제봉투의 입고․출고 현황을 기록하는 수불부를 매일 작성하고, 월 1회 정기 재고 확인도 실시한다.
디지털 관리시스템 구축은 온라인상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기존 전화 주문 방식을 온라인 주문․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업비 1000만원을 확보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연간 130억원 규모의 세수 사업을 하면서, 단돈 1000만원이면 구축할 수 있는 온라인 결제시스템을 지금까지 하지 않았음을 역설적으로 고백한 셈이다. '사후약방문'식 늑장대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부분 때문이다.
그런데 서귀포시에서는 온라인 결제시스템은 구축되지 않았으나, 이미 4~5년 전부터 '현금 결제'를 없앤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결제 대신 신용카드와 가상계좌를 통한 자동이체만 허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고 파악도 월 1회 정기적 확인뿐만 아니라, 거의 매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금 업무 담당자의 순환 근무제도 서귀포시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현금결제를 없앤 것은 4~5년 됐다"면서 "대신 신용카드와, 고지서(가상계좌)를 통한 자동이체를 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고 파악은 매일 상시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담직원과 관련해서는, "서귀포시에서 판매대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은 아직 2년이 되지 않았는데, 이 일이 선호업무가 아니다보니 한 직원이 장기적으로 있지 않고 주기적으로 교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하기'식 대책, 도정은 '온라인 결제시스템' 도입을 약속했지만 늑장대책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 직무감독자 엄중문책?...제대로 책임 물을 수 있을까
한편, 김완근 시장이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해당 직원과, 직무 감독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수사를 받고 있는 ㄱ씨의 근무기간이 2018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인데, 그동안 소속 팀장.과장.국장이 수차례 교체되고, 퇴직자가 많아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직무 감독자'를 언제부터 적용할 것이고, 어느 지위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