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10억씩 배분' 억울한 누명?...연일 '피해자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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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10억씩 배분' 억울한 누명?...연일 '피해자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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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추경예산 심사, 원희룡 지사 발언 일제히 성토
부적절한 관행 본질은 침묵...자기반성, 사과도 없어
19일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 ⓒ헤드라인제주
19일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 ⓒ헤드라인제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매해 예산안 편성 때마다 의원 1인당 10억원씩 배분해 온 사실을 공개한 것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연일 제주도를 향해 격정의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들통난 재량사업비에 다름 없는 변칙적 예산편성 관행과 관련해, 시종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듯한 항변만 이어나갈 뿐 부적절한 관행에 대한 본질적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어 도의회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19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2019년도 제3회 제주도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는 원 지사의 해당 발언과 전날(18일) 있었던 김현민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의 해명에 대한 입장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지난 16일 원 지사가 도의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통과에 따른 인사말을 통해 "2021년도 예산부터는 의원들에게 10억원씩 배분되던 예산을 도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데 대해 감사하다"고 발언데 따른 것이다.

첫 질의에 나선 자유한국당 김황국 의원은 "최근 원희룡 지사께서 본회의장에서 말씀하신 내용이 왜곡된 것 같기도 하다"면서 "어떤 취지였느냐.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발언하셨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지난해 모 언론사에서 재량사업비 10억원 퍼주기라는 내용으로 문제가 제기됐고, 방송에도 직접적으로 나오면서 많은 도민들이 재량사업비 성격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도민들이 잘못 알고 있어서 올바르게 알려줘야 할 것 아닌가' 하고 토론.협의를 거쳐서 내년부터는 (지역현안예산을 반영하지)않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원 지사가 '관행적'이라고 표현한 문구는 누가 작성했는지 물은 뒤, "불쾌했던 내용이 이 문구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인 취지는 공감하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내용으로, 재량사업비와 현안사업비는 종이한장 차이 같지만 현안사업은 주민들의 민원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것을 왜곡해 쌈짓돈 마냥(표현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정당하게 집행부에 요구해서 심의를 받고 편성하는게 현안사업비 아닌가"라면서 "이것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것(표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회를 무시하는 시각이 깔려있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민구 의원도 "지사가 이야기한 10억이라는 돈은, (예산안이)의회에 들어오기 전 편성하는 것 인데, 브리핑에서는 예결위와 합의를 봤다고 발언했다"면서 "예산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흐름을 아는 분들은, '예결위와 합의됐다는 것은, 편성된 이후 (의원들이)재량껏 편성한 것 아니냐'고 질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민들이 오해를 할까봐(개선했다)"는 김 실장의 답변에 정 의원은 "이런 발언 자체가 오해가 된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했다는건데, 10억이라는 것이 분명 예산편성 전에, 예산서가 의회 오기 전에 협의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그런데 예결위와 협의했다고 이야기를 하시니까, '그러면 예산서 들어온 이후 설정했다는 것 아니냐'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언론이 10억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해 한다 이걸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그래서 어제 정확하게 설명했다. 재량사업이 아니라 지역현안을 위한 사업"이라며 " 이것을 제도개선할 필요 있지 않느냐, 사실그대로 알리자는 큰 틀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9일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김현민 실장이 답변을 하고있다.. ⓒ헤드라인제주
19일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김현민 실장이 답변을 하고있다.. ⓒ헤드라인제주

그러자 정 의원은 "이것이 제도개선 사항인가. 시스템으로 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예결위와 협의했다는 문구 자체가 오해를 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실장이)오해라고 말씀하시는데, (의회가)오해가 아니다. 의회를 의도적으로 폄하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본다"면서 제주도정이 의회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성균 위원장은 "지역구 의원들이 최고의 의무, 1순위 의무가 지역 현안 해결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내용은 돈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집행부 예산은 한계가 있고 의원들 요구는 많다. 그래서 10억 내에서 하라는 것이(지역현안사업비)라는 말씀을 해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구민들은 의원들에게밖에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주민들에게 행정은 지금도 문턱이 높다"면서 "결국 의원들을 통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데, 예산은 한계가 있고, 주민들의 숙원.현안 해결을 위해 10억 이상은 안되니, 이 안에서만 해결하라는 것 아닌가"라며 이 내용을 공식적으로 말할 것을 요구했다.

좌남수 의원(민주당)은 "도지사의 공약을 관리하는데 7600억원이 투입된다"면서 "그런데 도의원들의 공약사업에 얼마나 쓰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좌 의원은 "한경면의 예를 들면, 수용로 건설에 약 30억원이 들어가는데, 예산은 매년 1억원이나 2억원 배정하다 올해 5억원 배정했다"면서 "앞으로 15억원이 더 들어가야 완성된다"며 제주도가 도의원들이 공약한 사업에 대해 예산을 적게 배정한다고 항의했다.

이어 "(공약을)도에서 관리하면 30억원 들여서 2~3년만에 완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도의원들의 공약을 관리해주지 않으니 매년 예산삭감 전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민주당 현길호 의원도 "행정과 의회간 신뢰가 무너지는 것 같다"면서 "내용 진위여부 전에, 표현의 방식과 문구를 놓고 의회와 도민사회가 발칵 뒤집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절차도 마찬가지"라면서 "(예결위 회의에서)의회와 도가 전체적으로 논의할 내용이라고 말했는데, 회의 내내 자리에 있지 않다 보니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합의하고 발표하는)이런 상황 발생한 것이 당혹스럽다"고 피력했다.

현 의원은 "예산은 집행부가 편성할때 지역현안 우선순위 메기고 적재적소에 알맞는 정도가 배정되도록 노력한다"면서 "지역에서 당장 필요한 사업 이야기 하고, 의회와 집행부의 역할과 권한은 다르지만, 편성 과정에서 지역현안을 발굴하고 이걸 편성하는게 의회와 도의 역할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사님이 발언할때, 그리고 실장님이 해명할때, 이렇게 해왔으니 '앞으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의.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붙어야 하는데 그 내용이 없다"면서 "예결특위 통해 될게 아니라 도와 의회 전체 논의가 필요하다. 예결위와 합의라른 부분이 아니라 협의가 진행됐고, 추후 현안 해결하고 주민 바람 반영하기 위해 도와 의회가 협의하겠다게 맞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홍명환 의원은(민주당) "의회가 의회 차원에서 의정활동 하면서 행정이 바라보지 못하는 부분 등 삭감해 증액하고 동의 받지 않나"라면서 "그런데 잘못 알려져서 쌈짓돈으로 오해되고 있는데, 이호조시스템(예산시스템)에 입력돼 사전에 검토하고, 이 단계에서 들어가지 못한 것은 반영하지 않기로 됐다"며 지역현안사업비가 절차를 거쳐 반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주민참여예산같이, (지역현안사업비)의회에 총액 5%나 1% 이런식으로 행정이 바라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자율성을 줘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또 "읍면동에서 시설비가 삭감되면 지역구 의원을 통해 증액하는데, 이번엔 이런것도 반영 안되지 않았다"면서 "(제주도가 반영하지 않는)기준이 구체적이지 못해서 내년 이런부분을 개선하자고 이야기 됐는데, (지사의)발표가 이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철남 의원도 "저는 시스템.협의.재량사업비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면서 "(지사의 발표가)서로 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부족했다. 개인사에서도 할말 안할말 구분해야 하는데, 술자리도 아니고, 사석도 아니고 생중계되는 공식 석상에서 아주 민감한 이야기를 그냥 해 버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이런 부분에서 충격 받았고, 엄청나게 부끄러웠다. 어디 나가서 다니지 못할 정도"라면서 "지역사회 어떻게 파급될지 고민하고 이야기 해야 하는데 이런 최소한의 이야기도 없이(발표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신뢰 회복할 것인가. 양 기관이 아니라 도민의 신뢰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면서 "무너진 신뢰, 서로간 예의 부족 이런데 더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날 도의회에서는 원 지사 발언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비판을 가했지만 한결같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취지의 주장만 이어나갈 뿐, 도민의 소중한 혈세를 배분식으로 편성해 온 부적절한 관행에 대한 성찰이나 개선 약속 등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2017년 예산안 때부터 제주도의원 전체 의원에 대해 의원사업비 명목으로 1인당 10억원씩 배분해온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많은 폐해가 있었던 재량사업비는 2012년 감사원 권고로 대부분 지자체에서 폐지됐으나, '예산 혁신'을 모토로 해 도의회와 극한 대립을 보여 온 원희룡 도정이 2017년부터 비밀리에 '의원님 예산'을 별도 편성해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이 예산은 사업별로 사전 신청해 편성되기 때문에 재량사업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 지사가 '관행적으로 10억원씩 배분'이라고 밝혔고 총액 개념으로 10억원을 보장해 주고 사업계획 제출 등의 절차를 거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던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재량사업비'의 변형된 형태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도가 도민의 소중한 혈세를 '선심성 사업'에 소진시킬 수 있는 합법적 루트를 만들어준 것이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제주도정이나, 이를 엄격히 심사해야 할 심의권을 쥔 도의회 모두 한통속으로 '예산 농단'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이나 도의회 모두 이번 '10억씩 예산 배분'에 대해 도민에 대한 사과도 없이 자기 변명에 급급하면서 도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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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19-12-19 14:50:27 | 175.***.***.177
맞는 말이다 도의회조차 석고대죄하라
도의회가 먼저 요구 하고 못살게 구니 이 사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