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씩 배분' 재량사업비 부활, 그들만의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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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씩 배분' 재량사업비 부활, 그들만의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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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17년부터 슬그머니 지원...사실상 '예산 농단'
道 "10억씩 사실이나, 재량사업비 아냐"...의회, 본질은 '침묵'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매해 예산안 편성 때마다 의원 1인당 10억원씩 배분해 온 사실을 공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예산은 과거 사라졌던 '재량사업비' 성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량사업비는 예산편성 및 집행의 절차 및 투명성에 문제가 있고, 지역사회에서 많은 폐해로 나타남에 따라 지난 2012년 감사원의 권고로 대부분 지자체에서 폐지했던 예산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공식적으로는 '재량사업비'는 물론 '의원 지원예산'이 전혀 없는 것처럼 밝혀왔다.  

민선 6기 도정 출범 첫해인 2014년 말 제주도의회 계수조정안의 증액부분에 대해 부동의를 하면서 사상 초유의 예산파동이 있었는데, 당시 갈등 시작은 예산편성과정에서 원희룡 지사가 의회에서 요구한 '의원 예산'을 거부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원 지사는 이후에도 '예산 혁신'을 기조로 편성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지난 16일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제주 제2공항 특별위원회 예산 2억원에 대해 '부동의'를 하면서 '의원님 1인당 10억원씩 배분' 사실을 공개했다.

원 지사의 발언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의원님들께 10억 원씩 배분해왔던 예산을 2021년도 예산부터 도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의원들에게 10억원씩 사업비를 배분해 왔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발언은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제주도와 도의회가 도민들 몰래 예산을 농단해온 '그들만의 비밀'이 들통난 것이다.

도의회 입장에서는 '숨기고 싶은 일'이 드러난 것이고, 제주도에서는 한편에서는 예산편성의 원칙과 기준을 얘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편법'을 저질러 왔음을 시인한 셈이 됐다.

특히, 2015년 예산 파동이 마무리된 후 불과 1년 여만에 제주도가 '의원 예산'을 편성해 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행정의 신뢰성에 큰 의문을 주고 있다.

43개 읍.면.동에서 올라오는 1년 주민참여예산제의 총액이 200억원에 불과한데, 도의회에는 연간 400억원이 넘는 돈을 '묻지마'식으로 배분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도민에 대한 기만이자, '적폐 답습' 내지 '예산 농단'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와 도의회는 모든 논란의 초점을 원 지사의 '발언 배경'으로 맞추면서, 도민을 무시한 '본질 축소' 의도라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실제 18일 개회한 올해 마지막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는 의원들이 저마다 크게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도정을 강력히 비판했으나, 결론은 원 지사 발언의 '부적절함'이었다.

오전에 열린 의회운영위원회에서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10억원씩 썼느냐", "원 지사 발언이 의원들로 하여금 심한 모욕감을 갖게 한다", "원 지사 발언은 상당히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발언", "도민들에게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그 발언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도 마찬가지였다. "10억원은 의원들의 공약사업과 지역현안사업을 위한 예산인데 쌈짓돈 처럼 표현했다", "의회를 망신주기 위한 전략적 발언" 등의 목소리가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원 지사에게 공식적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원 지사의 발언 진위 및 배경을 놓고 많은 목소리를 쏟아냈지만, 예산편성 과정의 '10억원 배분'의 본질적 부분은 '침묵'했다.

'10억 배분'을 도의회 스스로 먼저 없애겠다는 입장도 나오지 않았고, 원칙과 기준을 갖고 철저한 심의를 해야 할 도의회가 '10억 배분'이라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데 대한 대도민 사과도 없어, 자기변명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주도는 이날 도의회에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김현민 기획조정실장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내용은 '도민'이 아니라 '의원님'을 향한 해명이었다. 

김 실장은 "도지사의 발언과 관련한 오해가 있음에 대해 도를 대신해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도의회에 사과입장을 전했다.

그는 "2020년 예산편성과정에서 (10억원 배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소통해 왔고, 그 결과 투명성과 절차성을 확보하는데 함께 해주시겠다는 도의회 예결위와 협의가 있었다"며 "그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표현을 도민 여러분께 알리고자 했던 것이 이번 도지사 발언의 진의였다"고 밝혔다.

즉, 2021년부터는 '10억 배분'을 받지 않겠다고 합의한 도의회에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원 지사가 발언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2017년부터 지역현안 해결하기 위해 10억씩 드렸다"면서도, '10억 배분'은 재량사업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배석한 강만관 예산담당관은 "재량사업비라고 하면 풀성격의 예산을 편성해서 거기서 빼서 쓸 수 있는 것을 말한다"면서 "지역현안사업비는 사업별로 신청해 타당성 심사를 거쳐 편성한다. 그것과는 확실히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업별로 신청한다고 하나, 원 지사가 '관행적으로 10억원씩 배분'이라고 분명히 밝힌 점 등을 감안하면 정상적으로 편성되는 예산과는 차원이 다른 소위 '의원님 예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소중한 도민의 혈세를 '선심성 사업'에 소진시킬 수 있는 합법적 루트를 만들어준 셈이다.

사실상 10억원 한도 내에서는 사업계획 제출 등의 절차를 거치면 사용할 수 있는 '재량사업비'의 변형된 형태의 예산인 것이다.

더욱이 제주도는 '예산안 파동' 이후 2017년부터 변칙적 예산 배분을 해 왔음에도 그런 사실조차 철저히 숨겨왔다는 점에서 도민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예산편성의 원칙과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린 이번 일과 관련해, 제주도정이나 도의회 어디에서도 도민에 대한 진솔한 사과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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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2019-12-19 00:52:16 | 175.***.***.177
도청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는 짓이 똑같고 3김시대나 원 시대나 다를바 하나없는 구시대 잔재뿐이고
의회도 민주당 집권해도 자한당과 다를바 없구나
도지사나 도의원들이나 혈세낭비 주범들

구린내 작당 2019-12-18 20:09:00 | 119.***.***.41
제주도는 도지사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엮어진 상위 1%만이 부와 권력을 쥐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이번 10억원 의원님 예산도 다 이 범위 안에 드는 1%의 힘이죠....알 사람은 다 알고 있으니 제발 도민들 앞에서 뭐라도 된 양 목에 기브스하고 뻣뻣하게 다니지 말기를. 축산악위보다 더 역겨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