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옥의 사는 이야기] '초보 농부' 농약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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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옥의 사는 이야기] '초보 농부' 농약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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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하지만 덥지도 않고 농약하기는 좋은 날이다.

키가 큰 남자가 길이가 짧은 노란 우비바지를 입고 창고에서 나왔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웃겨서 킥킥 대고 있는 반면, 어머니는 이런 남편을 보고는 '이뻐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한 말씀하신다.

“ 에구~ 우리 새끼! 노란색도 막 잘 어울린다잉~”그 말을 듣고 있는 신랑도 흐뭇해 한다.

사실 우린 결혼 전 농약 줄은 잡아 봤지만 직접 농약을 치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비장한 각오로 두 손에 줄을 잡고 감귤 나뭇잎에 달려있는 응애를 향해 마구 쏘았다.

“이거 보라~~ 겅 하는거 아니여게~”시 아버지와 어머니는 애타게 우리를 멈추게 했다. 베테랑(?)인 부모님이 보시기에는 우리 모습이 많이 웃겼던 모양이시다. 아버지의 시범이 끝나고 난 뒤 남편은 아주 조심스럽게 농약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 와~ 오빠 이거 진짜 이쁘다! 이것 봐~” 감귤 꽃 밑에 열매가 조그마하게 달려 있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줄을 잡고 농약을 치는 신랑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수다를 떨었다.

얼굴에 묻은 농약을 닦으면서 하늘을 올려 다 보니 제비들이 낮게 비행을 하고 있었다. 신랑이 농약을 분사하면 하늘로 날아가던 제비들이 비행을 하다 벌레들을 물고 갔다. 눈앞에서 그 모습을 보니 너무나 신기했다.

“오빠~ 저것 봐~ 제비들이 벌레 물고 간다. 완전 신기해~ ”농약을 살포한다고 정신없는 신랑은 말없이 웃어 준다. 저 옥상에서 아버지는 걱정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보고 있으셨다. 난 또 남편을 향해 장난을 쳤다. “동무! 지금 밭 주인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으니 더 열심히 하라우~ 알간!”남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봤다.

어느 정도 했을까? 남편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금옥아~ 이것 봐! 풀 치워봐~ ” 남편이 가리키는 손가락 쪽으로 향해 풀을 치워보니 놀랍게도 11개의 꿩알이 있었다. 어미꿩은 아마도 농약을 피해 다른 쪽으로 달아난 것 같다. 과수원 나무 밑에는 잔디가 식재돼 있어서인지 여기 저기 꿩알이 많았다. 나는 꿩알에 농약이 스며들까 하는 마음에 그 앞에 지켜 앉아 농약 치는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 막 다른 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저 멀리서 꿩들이 수신을 하듯이 시끄럽게 소리를 냈다.

나는 꿩알을 지켜냈다는 뿌듯함으로 남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내 눈에 또 하나 들어온 것이 있었다.

나무 사이로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먹이 낚시질을 하기위해 투명하고 가는 실을 우물 정자 모양으로 길게 쳐놓았는데 바로 그때 초파리 한 마리랑 왕 파리 한 마리가 걸렸다.
 
이때 작은 거미는 살기위해 날개짓하는 초파리쪽으로 가더니 입에서 품어져 나오는 실을 감기 시작했다. 난 너무나 신기해서 계속 관찰하게 되었다. TV나 책에 있는 사진을 통해서는 많이 봤지만 실제로는 처음이라 혼자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워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거미를 보는 사이 남편은 농약을 거의 마무리 하고 있었다. 신나서 여기저기 뛰어 다니는 나와 반대로 농약을 친다고 얼굴이 파김치가 돼버린 남편이 이제야 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과수원에서 이렇게 많은 동· 식물, 곤충을 세심하게 관찰을 하고 나니 정말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길을 갈 때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 나였지만 앞으로는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남편~ 처음으로 농약해서 힘들었죠~!! 다음 주는 명월에 가서 마늘 작업하고 오게요~ 푸하하 ♡" <헤드라인제주>

*이 글의 저작권은 박금옥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박금옥 객원필진은....

   
▲ 박금옥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박금옥 생활복지사는 고등학교 때 평소에 집 근처에 있는 성 이시돌재단 양로원에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실 때마다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레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다 대학전공도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되고 아예 직업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외길을 걸은 지 어느덧 7년째다.

그 동안 그녀는 아동, 노인, 장애인을 두루 다 경험하던 중 노인시설에서도 근무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중증의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에덴실비노인요양원에서 3년넘게 근무한 바 있다.

그곳에 근무하면서 그곳에 요양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써왔다. 그러다, 2009년 그는 결혼을 하면서 요양원 일을 잠시 멈췄다.

더 멋진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요즘 '간호조무사' 공부를 하고 있다. 더많은 소외계층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

"함께 도움이 되는 세상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올리고 있는 '달콤한 신혼기'의 그녀를 통해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편집자 주>

<박금옥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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