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어플 "야 무사 따라 햄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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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어플 "야 무사 따라 햄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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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옥의 사는 이야기] (15) 휴대폰에서 고양이 어플 만난 할머니

요즘 난 남편에게 잘 나간다는 핸드폰을 선물 받고 난 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다.

핸드폰을 쓰면 쓸수록 놀라운 기능이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래서 인지 핸드폰에 푹~ 빠져 산다. 그 중 내가 제일 푹 빠져 사는 페이스북(Facebook)은 소셜 네트워크 웹사이트로 친구등록을 하면 서로에게 글을 쓰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여기에 등록 된 내 친구들은 주로 같이 근무했던 직장 동료를 포함해, 주변 지인과 탤런트, 가수, 미국인, 인도인, 일본인 친구들도 있다. 그 중 연애인과 직접 대화하고 안부를 묻는 다는 차체가 너무나 신기했고 연애인을 특별하게만 생각했던 나에게 “아~ 직업만 다를 뿐,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끔 했다.

하지만 황당한 일도 있었다.

“난 당신 말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어요” 라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Faddilatul Hasnah이란 친구인데 너무나 이상하다는 이모콘과 함께 쪽지가 날아왔다. 난 '왜 그러지'하는 마음에 글을 확인했는데 내가 보낸 문장에 실수가 있었던 것이다.

난 분명, 배려를 한다고 변역기를 통해 인도네시아어로,
“잘 지내시죠^^ 당신과 대화를 하면 늘 성격이 밝다는 느낌이 들어요.”
(^^BagaimanaAndauntuk  erbicaradenganAndadanyangselalumembuatsayamerasakepribadiancerah.)
라고 보냈다.

그러나 번역 된 인도네시아어를 다시 번역을 하며 보니, '^^ 제품은 어떻게 하는 거니'라고 번역이 되는 거였다.

나는 글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번역기를 통해 번역을 반복과 반복을 하며 사과에 글을 만들어 답장했다.
 
그 친구는 오해를 풀었고 마찬가지로 자기도 번역기를 통해 한국어로 답장을 보내고 있고 한국에 김치에 관심이 많다는 답장이 왔다. 난 지금도 답장을 보 낼 때면 한번 실수를 한 탓에 심여를 기울여 답장을 쓰고 있다.

소일거리로 대나무 꼬지를 만들고 계시는 할머니. <헤드라인제주>

오늘은 시댁에서 김장을 하는 날이라 김장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할머니 집에 들렸다. 할머니는 불도 켜지 않으시곤 그냥 누워 계셨다.

나는 수선을 떨며 “할머니~ 집이 너무 춥수다~ 온풍기 틀어야쿠다”

할머니 왈~ “난 이불 소곱에 이시 난 하나도 안 춥다~ 춥글랑 따뜻한 선풍기 키라~”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 동무가 생겼다며 좋아하셨다.

“ 할머니! 율무차 다 드셔수광~ 갔다드리져.”

“ 아니여 하영 남았쪄~ 그 비싼거 벌써 다 먹으면 되느냐!~”

“ 하나도 안 비싸마씨~ 하영 드십써~”

“ 나 일하는 사람들 와도 그거 애끼잰 안 먹어서~ 그 사람들까지 먹으면 6개나 어서져 부난. 경허난 그 사람들 가문 나만 타 먹엄시메~”

할머니가 말하는 일하는 사람은 요양보호사다. 할머니는 작년에 화장실 가시다 미끄러져 골반 골절을 입었다. 지금은 엉덩이로만 이동하신다. 소일거리로 대나무꼬지를 만들며 용돈을 벌기도 하신다.

할머니는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3등급 판정을 받아 요양보호서비스를 받고 계신다. 요즘은 사람이 바뀌면서 인수인계 한다고 요양보호사가 2명이 온다.

“ 할머니 집에 또 율무차 한 봉지 들어와수다. 일요일에 오면서 드리쿠다~”

“ 누가 경 율무차 갖다 줨시니?~”

“ 아는 사람들이 놀러 오면서 가지고 와 마씸~” 나는 할머니가 율무차나 다른 것이 떨어 질 때쯤이면 늘 집에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할머니가 돈이 없으신 건 아니지만 할머니 이불 밑에 흰 봉투를 꺼내 돈을 주실 때마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래서 심부름을 할 때면 가격을 절반으로 말씀을 드리거나 집에 있는 것처럼 갔다드리곤 한다.

할머니와 한참을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다가 전에도 할머니가 너무나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생각나 핸드폰에 말 따라 하는 고양이 어플을 켜 드렸다. 할머니는 또 한번 배꼽을 잡고 웃으신다.

할머니가 핸드폰에서 만난 고양이 어플.<헤드라인제주>


“할머니 이거 눌러 보십써”

“아이고~ 고냉이 우유 먹엄쪄”

“할머니 말하면 고양이가 따라서 말해마씸~”

“고냉이 뭐햄시니?~” 할머니는 말을 따라하는 고양이를 보고 너무나 즐거워하신다.

“야~ 무사 따라햄시니?~” “요거 보라~” 할머니는 휴대폰에서 눈을 못 떼신다.

전에 인간극장 프로그램에서 손녀가 100세 된 할머니에서 지금과 똑같은 말하는 고양이 어플을 켜 드렸더니 할머니가 너무나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 할머니에게 해 드리면 어떨까 싶어 해 드렸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할머니는 한참을 가지고 노시더니 이젠 텔레비전을 보시겠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한 채널만 보신다. 그래서 인지 프로그램시간을 정확하게 꿰차고 계셨다.

“ 금옥아~ 오늘도 저 할망 나와서 뭐 먹엄쪄~ 맨날 저 할망만 나와서 먹으멘.”

나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할머니는 프로그램 시작 전 매일 똑같이 나오는 사진을 보시곤 말씀을 하신다. 한참을 보시더니 “이제 이거 끝나켜잉~” 할머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MC가 마무리 인사를 했다. 나는 할머니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빨리 가라~ 신랑 밥 해주라~” 할머니는 대뜸 시간을 보시더니 가라고 하신다.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6시가 넘어갔다. 할머니 집에 있음 할머니 말씀이 너무나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는 할머니께 인사를 하곤 밖으로 나왔다.

나는 문득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내가 할머니처럼 90세 나이가 되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마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말하는 로봇을 조정하는 할머니가 되어 있지 않을까? '푸하하...' <헤드라인제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박금옥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박금옥 객원필진은...

   
박금옥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박금옥사회복지사는 고등학교 때 평소 집근처에 있는 성 이시돌재단양로원에서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실 때마다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레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다 대학전공도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되고 아예 직업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외길을 걸은 지 어느덧 8년째다. 

그 동안 그녀는 제주에서 뿐 아니라 서울, 부산, 경주 등에서 아동, 노인 장애인을 두루 다 경험을 하였고 제주도에 다시 내려 오면서 노인시설에 근무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중증의 어른신들을 모시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서귀포 남원읍 위미에덴요양원에서 3년을 근무한 바 있다.

그곳에 근무하면서 그 곳에 요양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써왔다. 그러다 2009년 4월에 결혼을 하면서 요양원일을 잠시 멈췄다.

더 멋진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자격증 도전을 계속 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관련 공부를 더 하여 사회복지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함께 도움이 되는 세상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올리고 있는 '달콤한 신혼기'의 그녀를 통해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편집자 주>

<박금옥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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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2011-01-24 18:56:49 | 121.***.***.77
누나 글읽으면서 잠시 쉬는 타임~ ㅋㅋ
잘 읽었어요 ㅋㅋ 잼나네요 ㅋㅋ

여기.. 2011-01-19 14:25:52 | 220.***.***.76
잘 읽고 갑니다. 글을 보면 공감대가 생겨서 읽게 되는거 같아요.

깡충 2011-01-09 17:50:48 | 210.***.***.195
페이스북을 통해 보게 됐어요. 재미있는데요. 박금옥님 올해도 깡충깡충 뛰어 나니시길..

별 다섯 2011-01-05 18:34:02 | 121.***.***.114
언제 읽어도 글이 즐거움을 줍니다. 딱딱한 행정뉴스만 보다가 이런 글의 재미가 더하네요 재미있게 잘 읽고 있어요. 많이 올리세요.

방가워요 2011-01-05 13:00:45 | 125.***.***.177
저도 페이스북을 하면서 그런 경험이 있답니다. 저도 이 글을 보며 얼마나 웃였는지.. 제 경험이 생각나는군요.

대박 2011-01-03 18:34:54 | 121.***.***.119
백수세요??왜~~~ 어떤 직장을 구하길래..

2011-01-02 20:36:46 | 220.***.***.3
박금옥님,,,사진이 너무 예쁘시네요.
결혼 하셨다면서 혹시 처녀쩍 사진 쓰는 거 아닌감?

스마일 2011-01-02 17:06:40 | 119.***.***.224
삶의 진솔하게 묻어있는 글을 항상 잘 읽고 있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