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며 제주4.3을 왜곡하는 발언으로 1심에서 1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은 태영호 전 국회의원이 항소심 재판에서 북의 개입을 입증한다며 북한에서 출판된 서적 등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서적은 197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에 들어 출판된 것으로, 북한의 체제 선전물에 불과해 제주4.3과 관련한 내용을 학술적·법적으로 검증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4일 <헤드라인제주> 취재를 종합하면 태영호측은 4.3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북한에서 발간됐다는 문서 및 그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증거로 제출한 목록을 보면 △2000년 북한 백과사전출판사가 발간한 '조선대백과사전'의 20권 제주도인민봉기' △1979~1980년대 발간된 김일성 저작집 2~5권 △김달삼의 '제주도인민유격대 투쟁보고서' △소련군 장군 레베데프 비망록 △제주도 인민들의 4.3무장투쟁사 △2002년 북한 조선중앙TV 제작 영상자료 등이다.
태영호측은 이 증거들이 '4·3이 남로당 제주도당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라 남로당 중앙당의 상급 조직 명령에 의해 움직였다는 사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사실상 대부분 북한이 독제정권 유지를 위해 만든 자료들로, 이를 '객관적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해외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며 북한 사회의 모순에 회의감이 들어 탈북다는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가 스스로 논리적 모순을 드러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4.3당시 남로당 제주도당 관계자였던 김봉현과 김민주가 일본으로 망명해 작성한 '제주도 인민들의 4·3무장투쟁사'의 경우 남로당 제주도당이 4.3이 발발한 이후 중앙당과의 연대를 시도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는 반대로 '김일성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태영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근거라고 볼 수 있다.
태영호는 이 증거들을 제출하며 자신이 1980년대 북한 대학에서 공부하며 제주 4·3을 포함한 '남조선 공산화 혁명투쟁사'를 이수했고, 북한 조선중앙TV가 제작한 방송 영상을 보며 4·3이 김일성의 공적이라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태영호가 전당대회 등 공개적 정치 행사에서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것은 희생자들을 '김일성 지령을 따른 폭도'로 낙인찍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지법은 오는 12월 7일 이 사건 변론 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태영호는 지난 2023년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제주를 찾아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발생했다는 색깔론을 제기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비슷한 발언을 쏟아냈고, 제주4.3유족들은 2023년6월 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은 소송 청구 2년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태 전 의원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