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생활시설 소매점 970㎡ 허가받고...2200㎡ 증축 영업에도 침묵
이행강제금 부과가 전부...최근 5년 조치 전무...사실상 '봐주기'
이행강제금 부과액 "법인의 영업상 비밀" 이유로 비공개
제주도 정보공개심의회도 묻지마식 '기각'...도민 알권리 차단

제주도내 한 유명마트가 무단 증축한 불법 가설건축물을 통해 12년간 영업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온 행정당국이 최근에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제주시 관계부서는 해당 업체에 대해 사실상 유일한 행정처분인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도, 부과 금액 등 기본적인 정보마저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정보공개심의회까지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행정의 투명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특정 업체를 감싸는 '봐주기 행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시 연북로 소재 한 마트의 무단증축 불법 가설건축물 문제와 관련해 제주시의 소극적 행정을 국민신문고에 제기한 시민 A씨가, 논란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기본적인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았다고 6일 밝혔다.
그가 제주시에 처음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은 지난 6월 15일이다.
그는 △제주시청이 마트 부지 내 위반건축물을 최초 적발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업체에 부과한 이행강제금 부과액과 산정 근거, 납부 여부 △제주시청 건축과가 업체에 발송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1·2차 및 최종 시정명령서, 계고장,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고지서 등 행정처분 관련 공문 일체 △해당 업체가 제주시청에 제출한 의견진술서, 자진철거 계획서, 이의신청서 등 수신 문서 일체 △가장 최근에 시행된 시정명령 조치 공문과 향후 가중 부과, 행정대집행 검토와 관련한 내부 방침 문서 등에 대해 공개를 청구했다.
◇ 이행강제금 부과액은 "영업상 비밀"?...제주시, 공개 거부
그러나 제주시는 A씨에게 보낸 7월 11일자 회신을 통해 ‘부분 공개’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부분 공개’의 범위다. 제주시는 8월 10일 청구자 대면 방식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내용이 △이행강제금 부과 연도 및 납부 여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1·2차 시정명령서가 전부였다.
이행강제금 부과 연도와 납부 여부는 공개하되, 구체적인 부과 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고지서 역시 부과 금액이 기재돼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됐다. 가장 최근에 시행된 시정명령 조치 공문도 이행강제금 부과 금액이 적시돼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결국 '부과금액'이 비공개되면서 다른 청구 사항들도 연쇄적으로 비공개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 12년간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제주시 당국이 뒤늦게 논란이 커지는 사안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마저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독 해당 업체에 대해서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 마트의 위법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자체를 비공개로 하는 것은 도민의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과도한 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부과금은 행정처분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근거가 됨에도 전면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 사업장의 경우 위법 행위에 따른 과태료 부과액 등이 대부분 언론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행강제금 부과액을 비공개하는 사유다. 제주시는 회신을 통해 비공개 사유로 "법인·단체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을 적시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해당 법률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 국방·통일·외교 관계 등에 관한 정보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정보,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정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제주시가 제시한 근거는 이 조항의 제7호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제7호 규정에서는 이행강제금이 영업상·경영상 비밀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법은 '위법·부당한 사업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막연히 영업상 비밀에 해당된다고 판단될 때가 아니라, 공개해서는 안 될 명백하고도 타당한 현존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행강제금을 '경영상 비밀'의 범주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한 제주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제주도 정보공개심의회도 논란...묻지마식 '기각' 결정, 이유는?
문제는 제주시에 이어 제주특별자치도 정보공개심의회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A씨가 제주시의 비공개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제기한 이의신청에 대해 심의회는 별다른 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행강제금액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결정' 관련 이의신청 결정통지서에는 "제14차(2026. 7. 21.~7. 23.) 심의회 개최 결과 : 이의신청 기각"이라고만 적시돼 있다. '영업상 비밀'에 속하는 내용이어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는 제주시의 결정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제주시의 결정이 왜 타당하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없다.

이의신청 심의를 위해 정보공개심의회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심의를 진행한 점도 의문을 낳는다. 정식 회의를 개최한 것이 아니라 심의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서면 심사를 하는 방식으로 심의를 진행해 기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묻지마'식 결정이다.
정보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권리로서 적극적인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설령 공개를 제한하더라도 알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 취지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물론 제주도 정보공개심의회까지 사업자의 영업상 이익을 보호하는 데 무게를 두며 도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제주시 건축부서 관계자는 6일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은 제3자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마트 대표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정보공개법률에서 (비공개 정보대상으로 정한) 영업상 비밀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부과금액' 자체가 어떤 점에서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인지를 묻자,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 처분의 적정성 판단근거 될 부과금액, 비공개 이유 있나
이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 당사자인 A씨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행정당국이 어떤 처분을 했는지, 그 처분은 적정했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사안임에도 행정당국이 직접 나서 관련 정보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이행강제금 부과금액은 법인의 영업비밀이 아니다"며 "기업이 내부적으로 생성.관리하는 경영상 비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부과금액이 공개된다고 하여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음에도 비공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정보공개청구 답변 중) 공개를 하겠다고 밝힌 이행강제금 '부과 연도' 및 '납부여부'는 결국 부과금액과 직결된 정보"라며 "그럼에도 부과금액만을 분리하여 비공개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개의 공익이 비공개 이익보다 명백히 큼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근린생활시설 970㎡ 허가받고....2282㎡ 규모 무단증축
이런 가운데, 해당 마트는 12년간 무단 증축과 무단 용도변경을 통해 영업을 해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마트는 최초 근린생활시설(소매점)로 허가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소매점 허가 면적은 970㎡ 정도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건축법 시행령의 '용도별 건축물' 규정에서는 제1종 근린생활시설 소매점은 바닥면적의 합계가 1000㎡ 미만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1000㎡ 넘는 소매점을 운영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해당 마트에서는 2014년부터 기존 건축물과 연계해 무단 증축 등이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가 해당 마트의 무단 증축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은 2017년이다. 당시 본관 1층에 철파이프 구조의 창고 202㎡를 무단 증축한 데 이어 식품관 1층에도 철파이프 구조의 창고 391㎡를 불법 증축한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공간을 소매점으로 무단 용도변경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3개 건축물대장 기록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무단 증축 면적은 총 1429㎡, 무단 용도변경 면적은 852㎡로, 모두 합하면 2282㎡(약 690평) 규모에서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최초 970㎡ 규모로 허가받은 마트 영업장은 사실상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점포' 기준인 3000㎡를 초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수상한 행정당국...왜 해당 마트에만 유독 관대한 것일까
상황이 이러함에도 제주시의 대응은 그야말로 미온적이었다. 근린생활시설(소매점)로 허가받은 뒤 불법 가설건축물의 무단 증축과 무단 용도변경 등을 통해 12년간 '배짱 영업'을 이어왔음에도, 제주시는 2017년 8월 위법 사실을 적시하며 1차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이후 5년 동안 별다른 행정조치를 하지 않다가 2022년에 2차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이행강제금은 부과됐지만 그 금액은 비밀에 부쳐졌다. 더욱이 2차 부과 이후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불법 증축 건축물에 대한 철거나 원상복구 명령, 행정대집행 등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사업장의 불법 가설건축물에는 신속하게 행정조치가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행정당국은 왜 해당 마트에만 유독 관대한 것일까.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