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역사적 진화: 누적적 기능 확장과 복지국가의 도래
현대 국가는 복지국가로 대표된다. 복지국가는 기존 국가 형태를 새롭게 대체한 것이라기보다는, 근대국가가 시대적 위기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기능들이 층층이 쌓여온 결과물이다. 국방, 외교, 치안 유지와 같은 사회통제기능에 국한된 야경국가(18~19세기 초), 시민혁명 이후 공교육 제도를 통해 시민을 양성하고 선도한 교육국가(19세기), 경제적 자유방임의 파탄 속에서 시장 실패 교정, 거시경제 조율, 중장기 산업 계획과 공공 인프라 구축을 떠안은 계획국가(20세기 전반기),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마침내 복지국가가 전면화되었다.
앞선 세 가지 단계(치안·질서, 교육·행정 통제, 경제적 개입)의 골조가 고스란히 승계된 상태에서, 복지국가는 사회 구성원의 사회적 위험(노령, 실업, 질병, 양육) 전반을 제도적으로 책임지고, 사회‧경제적 권리를 보장하는 단계로 도약했다. 복지국가에서 국가의 전방위적 개입을 관통하는 핵심 원리는 ‘공익(일반이익)의 실현’으로, 모든 국가 사안은 공익의 관점에서 기획‧결정‧평가된다. 또한 사회 구성원의 일상은 각자도생의 원리가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연대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유기적인 공적 개입 체제를 통해 보장된다.
유럽의 지방분권 역사: 복지국가 확장기의 '구조적 전환'
이러한 거시적 국가 발전 경로 속에서, 유럽 선진국의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20세기 초의 소극적 자치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복지국가가 급격히 팽창하던 시기(1950~1970년대) 변화에 적응하고 정책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행된 사회 운영의 ‘구조적 혁신’이었다. 도로 정비나 위생 같은 국지적 사무를 넘어 보편적인 공공서비스(사회복지서비스 포함)의 구현을 위해 영세한 코뮌(기초정부)의 규모를 키워 스스로 기획·집행할 수 있는 행정적·재정적 역량을 갖추도록 전면 재편했다. 또한 중앙정부가 보육·노인 돌봄·보건의료 등 주민의 일상에 밀착된 서비스의 거시적‧법적 기준을 세우면, 전달은 재편된 지방정부가 전면적으로 담당하는 정책기능의 분담 체계가 확립되었다.
이처럼 지방분권‧자치는 별개의 행정개혁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누적 되어온 국가 기능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사회가 선택한 필수적인 통치·행정적 기제였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혁신을 최대치로 밀고 나가 가장 심도 있는 결과를 보여줬고. 복지국가의 양적·질적 성숙도는 곧 지방분권화의 성숙도와 정비례한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되었다.
지역화의 핵심 요소: 지방분권, 지방자치, 자생
이러한 지역 중심으로의 변화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졌고, 이를 ‘지역화’라고 명명할 수 있다. 이 ‘지역화’는 지방분권, 지방자치, 그리고 자생이라는 3대 요소로 좀 더 세밀하게 정리된다. 첫째, 지방분권은 국가의 사무, 재정, 인력, 그리고 정책기능이 지방정부로 이양되는 것을 뜻한다. 정책 영역별 관할권은 소득 보장과 같이 전국적 형평성이 요구되는 영역은 중앙, 보건의료처럼 일정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부문은 광역, 그리고 주민 일상과 직결된 주거·돌봄 등의 영역은 기초로 다층적으로 배분된다. 무엇보다도 정책 과정(분석·기획·결정·실행·평가) 전반에서, 중앙의 법률적·실질적 통제 배제와 함께, 실질적인 기획·결정권이 지방정부에 주어져 진정한 분권이 완성된다.
둘째, 지방자치는 분권화된 사무와 기능이 거주민의 적극적 참여 속에서 결정되고 운영됨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 선거로 구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유럽의 경험은 우리나라가 마주하고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먼저 기초정부의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어(우리나라 시군구의 평균 인구가 약 20만 명인 반면, 유럽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으로 제한적이다), 참여의 실효성에서 크게 앞선다. 또한 지방자치는 다양한 행정 참여 통로의 활성화로도 구현되는데, 특히 제3섹터(시민사회·사회적경제 조직)가 지역의 공익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자율성을 가지고 공적 사무를 담당한다. 우리나라도 민간위탁제도가 운용되지만, 현실은 지방행정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단순 하청시스템일 뿐이다.
셋째, 자생은 주민의 일상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외부 자본이나 중앙정부에 예속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생산되고 충족되는 순환 생태계를 의미한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최종적으로 자생을 목표로 하여 작동해야 한다. 대표적 실천 모델이 바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이다. 유럽은 1970~80년대부터 대형 수용시설 중심의 복지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에서 지역 서비스를 받는 돌봄 정책을 전면 도입했다. 지역 주민이 지역 기반 사회연대적 경제조직을 통해 직접 돌봄 제공자로 고용되고, 지자체 예산과 주민의 사회적 보험료가 해당 사회연대적 경제조직의 급여와 운영비로 쓰이면서 '돌봄 일자리 창출 → 소득 증대 → 지역 내 소비 및 연대 강화'라는 자생적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지역화의 3대 요소는 유럽 선진복지국가의 역사적 경로에서도 실증된다. 스웨덴은 부모.이용자·노동자 중심의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복지 서비스의 민주적 자치를 실현했고, 독일은 '보충성의 원칙'에 바탕을 둔 복지 연대법인(종교·비영리 단체)을 통해 공적 복지 공급 체계를 다져왔다. 프랑스 역시 중앙정부 주도 체계의 경직성을 극복하고자 '사회적 연대경제' 법안을 통해 협동조합과 공공 부문을 혼합하는 거버넌스를 발전시켜 왔다. 이 경험들은 지방분권(실질적 권한이양), 지방자치·제3섹터(주민 참여와 공공성 연대), 자생(지역 내 순환 생태계)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지역화’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현실 : ‘형식적 분권과 실질적 중앙집권’이라는 기형적 구조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형식적으로는 2005년과 2020년 전후로 많은 사무와 재정이 지방으로 이양된 것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지방세 비율이나 세출 분권의 수준은 국제 비교를 했을 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다. 지방정부는 지역의 공익 실현을 설계하는 주체가 아니라, 중앙의 사업을 떠받치는 ‘관리적 하청 집행 단위’로 전락해 있는 ‘형식적 분권과 실질적 중앙집권’이 공존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지방 이양된 사무는 이론적 정의와 달리, 실제 운영 과정에서 여러 구조적 왜곡을 겪는다. 먼저 일부 사무는 권한이양이 아닌 '업무 떠넘기기(사무 배분)'에 그치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자치사무’로 편입되지만, 실상은 기획‧결정권이 없는 ‘위임사무의 성격을 띤 무니만 자치사무’인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지방자치법상 '자치사무'로 분류되어 이양된 업무라 할지라도, 법령과 지침을 통해 기획·결정권이 발동될 수 없는 사업이 많다.
국고보조금사업의 과대화도 문제이다. 사무의 지방이양과 무관하게, 중앙정부는 전국적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재정 효율화를 위해 국고보조금사업의 비중을 높여왔다. 이 사업은 매칭 펀드 방식이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예산 할당은 필수적이다. 현재 지방정부 예산의 절반 이상이 이 보조금 사업에 의해 잠식되고 있고, 결국 지방정부가 정작 자율적으로 써야 할 자체사업 공간은 좁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방예산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복지지출의 경우, 90% 이상이 중앙정부사업 매칭 예산에 쓰인다. 그뿐만 아니라, 주민소득세 등 지방세의 세목과 세율도 중앙의 강력한 통제하에 있어 세원을 스스로 설계하고 세율을 결정할 수 있는 '과세자주권'도 희미할 뿐이다.
제주가 ‘일상의 지역화’을 선도하는 지방정부가 되길...
21세기 '삶의 질' 향상이라는 화두는 중앙정부의 획일적 통제로는 달성될 수 없다. 사회 구성원의 일상과 밀접할수록 현실적인 대응책을 찾기 수월하기에, 현대 국가의 최신 버전인 복지국가는 이미 권한과 책임을 지역으로 넘겨왔다. 이제 우리나라도 단순한 경제 규모의 선진국을 넘어 실질적인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바로 '일상의 지역화'에 있고, 이제는 형식적 분권을 넘어 실질적인 권한이양(기획‧결정권의 이양)과 주민 참여, 그리고 자생적 생태계 구축을 향한 국가 대전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나마 이재명정부가 제시한 국정철학 속에서 지역 의제는 단순한 행정 구역 나누기가 아니라, 자치분권, 균형성장, 지역 주도 산업 혁신, 그리고 지역 기반의 돌봄·복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단순히 중앙정부의 권한을 나눠주는 수준을 넘어, 지방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재정, 산업(AI·벤처), 그리고 사람(복지·돌봄)을 지역 단위로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 의지의 명확한 정책적 구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제주의 민선 9기가 이재명정부의 밑그림 위에 ‘지역화’를 선도하는 길을 열어젖히길 기대해 본다. <이권능 /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 연구위원(지역개발 실장, 서울지부장)>
제주의 담론을 잇는 연재 '지역, 보다!'는...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은 지역의 문제를 현장에서 발견하고, 연구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며, 이를 정책과 실천으로 연결하는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지역, 보다!'는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의 필진이 참여하는 칼럼 코너로서 지역을 둘러싼 다양한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내고, 지역의 가능성과 미래를 탐색하는 공간입니다. 현장 경험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체, 사회보장, 경제, 일자리, 환경, 에너지, 문화, 정치참여 등 다양한 주제를 지역의 관점으로 다루면서 지역을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사회 변화를 모색하는 담론을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ㅡ 제주특별법 규정에 따라 제주도민에게
2공항" 주민투표"할 고유권한과 제주특별법' 제364조 제1항 환경여향 평가 권한이 있다...
국토부장관은 제주지사의 "주민투표 요구"시
이유대지 말고 응하라
❤️불응하면 제주도의회에서 아래사항을 "부동의" 투표로 응한다
ㅡ 추가로..제주도의회 동의절차로 의회투표 권한이 있다
2공항은,, 제주특별법' 제364조 제1항규정에 따라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 충돌 .법정보호종 , 숨골,오름,동굴,적법성여부등
ㅡ 개별항목을 검증후,,
ㅡ도의원 투표로 결정할분,,
도의원 45석(민주34.국힘 8.조국1.진보1,무1)
ㅡ제주특별법에 따라,,반대 23석 이상이면.
도의회 부동의로 2공항 백지화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