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과 ‘건축학개론’! 화면과 공연 콜라보로 애잔함을    
상태바
‘로마의 휴일’과 ‘건축학개론’! 화면과 공연 콜라보로 애잔함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공주교대 지휘전공 석사과정)

독특한 공연 기획작품이 10월 18일 제주도 문예회관에서 열렸다. “올레 시네마 in 제주”라는 프로그램이다. 설명하려면 길고 어렵다. 현장에서 보면 바로 알게 되는, 머리나 가슴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 체세포로 순간 인지하게 되는 작품이다. 오늘 기고문에서 다양한 콜라보형식의 공연을 최대한 쉽게 소감표현하고 싶다.  
  
필자도 ‘로마의 휴일’과 ‘건축학개론’을 영화로 본적이 없어서, 처음엔 어리둥절 했다. 무대 구성을 보고 진기함이 더 컸다고 할까? 오케스트라가 있고, 성악가들이 나온다. 영화장면이 나오고, 나레이션이 나온다. 갑자기 아도르노(Adorno)라는 철학자가 걱정하는 “순수예술이 문화산업과 만났을 때, 그 예술성이 흐려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그 우려의 공기가 저에게 엄습했다. 그 기우는 금방 사라졌다. 훌륭한 음악적 요소 위에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의 화면을 통해 서민세계의 사랑을 존대해주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와 코믹한 장면들을 보면서 “재미있다”“몰입할 수 있겠다”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석에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직접 앉아준 것이 순수성을 지키는 데에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소박하게 개인적 생각을 해보았다.      

관객들을 예우해주는 분위기를 연출해줘서 자존감 뿡뿡하는 계기가 되었다. 출연진들은 엄격한 최고의 드레스 코드를 연출해주었다. 성악가들도 글로벌한 장면을 충분히, 맘껏 표출해주었다. 팜플렛 케리어 소개장에도 있듯이, 한 분 한 분이 가히 세계적이었다. 당연히 “음, 흐뭇하당!”이라는 느낌을 가지면서 메모할 수 있었다. 서두부분에서는 강정아 감독이 앤 공주와 스타일이 많이 닮아있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호호호
  
강정아 감독은 순수예술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제주에 펼쳐주었다. 앤공주의 로마에서의 사랑이야기, 서울과 제주에서의 첫사랑으로 흐느껴야햐는 ‘건축학 개론’의 애틋함을 제주시 문예회관으로 끌어와 주었다. 윌리엄스(Williams)가 칭찬하는 “대중속으로 예술을 끌어들여, 일상적 삶, 의사소통의 매개, 과거 경험과 의미를 새로이 소환하고 추억과 사랑의 마음이 다시 살아나게 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Horkheimer) 두 선생님이 이런 공연을 보신다면, 이제는 순수예술의 대중화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충분히 하실 듯하다.    

스페셜 게스트로 배우 이제훈 씨가 직접 오셨다. 예술감독으로는 강정아 소프라노 선생님이 담당해주셨다. 지휘는 소프라노 조수미 전속지휘자 활동을 하시는 최영선 지휘자님이 담당해주셨다. 음악감독은 서울대 이지수 교수님, 연출은 김형석 선생님이 해주셨다. 오케스트라석에는 제주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앉았다. 박수갈채와 칭찬을 많이 받은 소프라노 이한나, 바리톤 지존 박상돈, 그 외에 최고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데에 일조를 하셨던 소프라노 서혜림, 고지연, 테너 송영규, 바리톤 고세빈 선생님이 같이 하셨다. 음악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다양한 언어와 선율을 선물로 주셔서 지금도 행복하다. 감사합니다. 
  
생각나는 장면과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싶다.
로마시내에서의 ‘베스파’라는 오토바이 드라이버와 추격전이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베스파를 타고 로마에서의 휴일을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다. 지금도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에게 베스파는 세컨 바이크로 보관하고 싶게하는 차종이라고 한다. 저가 느낀 것은 ‘로마의 휴일’속의 이러한 장면이 추억 속에 있어서,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 베스파를 보유하고 싶어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연 중 김효근 작곡의 ‘첫사랑’이라는 우리나라 가곡이 나올 때 “와, 이렇게 한국 K-아트팝 가곡이 ‘로마의 휴일’과도 어울리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즐겁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였다. 슬쩍 우리나라의 최근 가곡들의 훌륭함과 경쟁력을 생각게 해주었다. 우리나라의 음악이 세계의 영화음악을 제패할 날도 멀지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미 우리나라의 작곡과 편곡 실력은 가히 세계적이지 않을까?  
  
둘째 막이 시작될 무렵, 이제훈의 등장은 조명이 없는 상황에서, 실루엣의 움직임만으로도 엄청난 환호를 만들어내었다. 저는 속으로 “진정들 하시죠.”라는 늙은이의 그림자 속삭임을 입속에서 뇌까리고 있었다. 배우를 잘 몰랐고, 영화도 나중에야 알았기 때문에, 제주에서의 그 이제훈 배우의 파괴력이 그렇게 큰지 모를 수 밖에. 죄송합니다. 호호호 
  
‘승민’이 얇게 잠이 든 ‘서연’에게 짧은 키스를 시도할 때, 그 아름답고 긴장된 순간에 우리의 김형관 플륫티스트가 꾀꼬리 선율로 방해한다. 이 또한 잔인한 의도가 엿보였다. 호호호 호호호 “기획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은 시간예술이라 이 최고의 장면을 다시 재생해서 보여줄 수도 없고 아쉽다. 슬쩍 이런 기획이 제주에서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도 스포일하고, 고급 음악도 같이 즐기고!
  
‘승민’이 ‘서연’과 아파하면서 멀리하고자 할 때, “이제 그만 꺼져줄래?”라는 소리에 문예회관 곳곳에서 “흑흑흑!!~~” 흐느낌이 들렸다. 저는 개인적으로“극이 잔인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래서 이제훈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었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저도 학문적 ‘건축학’은 ‘공학’이 아니라 ‘인문학’적 요소가 많은 학문이라고 피력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번에 ‘건축학개론’을 보고는 건축학개론이라는 수업을 매개로 만들어진 사랑의 인문학도 느낄 수 있었지만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부모님을 생각하고, 떠난 ‘승민’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건축이 주는 사랑의 인문학도 느낄 수 있었다. 건축학도들에게 응원한다. 영화도 보시고, 집도 인문학적으로 지어주시길!! 그래서 건축의 K-한류를!!! ~~~~ 발로 걷어차는 박스 속에 수업시간에 만들었던 모델의 모습이 아른 거린다.  
  
지휘자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사랑이라늠 마음의 단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의 선율에서는 지휘자의 손과 팔의 모습도 포용적이고 따뜻하며, 원형의 그림을 부드럽게 그려낸다는 것을. 저는 고개를 숙여 메모를 할 때,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너무 뚜렷하게 잘 들렸다. 역시 음악감상과 눈은 서로 친하지 않은가하는 저만의 생각을 하면서... 호호호 그러다 고개를 들 때면 지휘자의 따뜻한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석의 지휘자는 외롭겠다. 입장과 퇴장 등 관객에게 노출할 일이 거의 없어서 말입니다.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최영선 지휘자님.
  
구구절절 쓸 이야기가 더 많으나 이만 마치기로 한다. 문화예술의 소비는 소득이나 표의 가격보다는 시간과 그 상품과 관련된 교육받은 내용에 비례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처럼 영화와 담을 쌓았다고 대학시절‘미개인’(barbarian)이라는 핀잔을 받던 사람에게도 이번 기획은 훌륭했다. 다시 이런 장르를 소비하고 싶게 해주었다. 관람을 끝내고, 나오다가 문예회관 기획파트 선생님을 만났다. “오늘 공연이 문예회관 기획작품 중 최고다!”라고 칭찬해드렸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고성돈 2025-10-21 21:03:41 | 117.***.***.8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아주 대단했어요. 표를 구하지못해서 보지 못한 친구들 후배들 매우 아쉬워하기도 했지요. 다음 기회에 또 톡톡튀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멋진 무대 만들어주길 기대해요.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멋진 공연봤다고 기억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