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불꽃쇼는 말장난 불과...생태.환경 가치 제대로 담아내야"

많은 논란이 일었던 제주들불축제가 콘텐츠를 전면 개선해 2년 만에 새롭게 개최될 예정이나, 시민사회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제주시가 지난 13일 확정해 발표한 축제 계획안은 기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는 폐지하고, 불 대신 빛과 조명을 활용해 불을 형상화하는 미디어아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생태 축제'의 내용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숙의형 정책개발 원탁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제시한 '생태, 환경, 도민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축제'와도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불놓기를 하지 않는 대신 대량의 화약이 투입되는 '불꽃쇼'가 펼쳐지고, 주요 프로그램이 미디어아트와 일반 공연으로 채워져 있어 다른 축제와의 차별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주녹색당은 14일 논평을 내고 "2025년 축제에서 제주시가 도민 참여단의 의견을 반영해 논쟁이 된 불 놓기를 폐지하겠다고 결정한 지점은 적극 환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올해 축제에 대해 여전히 우려가 깊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불꽃쇼는 올해에도 폐지되지 않았는데, 이제껏 불 놓기 문제에 가려져 있었을 뿐, 불꽃쇼 역시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하지 않"면서 "대기 오염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에 대한 문제 제기도 꾸준히 이어져 ‘생태, 환경, 도민 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라는 권고안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제주시장은 친환경 불꽃 등을 언급했지만 친환경 불꽃 축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이전 축제에서 핵심 콘텐츠였던 불 놓기가 화려한 미디어 아트로 대체되었지만 이 안에 ‘생태, 환경, 도민 참여의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미디어 아트는 이미 대부분의 지자체 축제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형식인데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특성상 일부 업체에 이익이 집중된다"고 꼬집었다.
"도민들이 직접 기획하며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녹색당은 "숙의형 정책 개발에서 의견을 내 준 이들은 내실 있는 생태 축제를 바랐다"면서 "불놓기는 사라졌지만, 오름에서 화약을 터뜨려 불꽃 축제를 하고 다른 축제에서 다 하는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축제 형태는 ‘생태, 환경, 도민 참여의 가치’를 채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했다.
이어 "이는 기존에 문제가 되던 형식을 일부 바꿔서 해결되지 않는다"며 "들불 축제는 제주만의 고유한 생태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주시는 핵심 콘텐츠에 집착해 방향을 잃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녹색당은 "제주시는 제주의 문화와 생태를 담은 생태 축제를 기획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2025 제주들불축제'를 오는 3월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우리, 희망을 피우다'로 정해졌다. 제주 목축문화와 방애를 상징하는 '불'을 테마로 한 축제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으나, 축제의 콘텐츠는 전면 달라진다.
우선 존치 여부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졌던 '오름 불놓기'는 폐지한다. 대신 빛과 조명 등으로 새별오름을 수놓아 불을 형상화하는 미디어아트 방식으로 펼쳐진다.
세부 일정을 보면, 첫째 날은 삼성혈에서 희망불씨 채화를 시작으로, 희망기원제, 각종 경연대회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축제의 흥을 올린다. 저녁 시간대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희망불 안치 퍼포먼스와 함께 ‘희망, 틔우다’를 주제로 한 공연이 진행된다.
둘째 날에는 기존의 오름 불놓기 대신, ‘희망, 오르다’를 주제로 세계적인 음악가 양방언을 포함한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함께 미디어파사드, 빛, 조명, 불꽃 등으로 디지털 연출기술을 활용한 불놓기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셋째 날에는 '희망, 잇다’를 주제로 청소년가요제, 새희망 묘목 나눠주기 등이 진행되고, 들불큰장(특산물 할인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축제 기간에는 새별오름 등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오름 등반객을 위해 자연의 소리와 함께하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선보이고, 저녁시간에는 '썬셋트래킹’, ‘나이트트래킹’ 등이 진행된다.
실제 불이 사용되는 '달집 태우기'는 규모를 크게 해 이틀간 진행된다. 횃불대행진도 첫째 날과 둘째 날 이틀 연속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제주도의회 예산안 심의에서도 많은 논란이 됐던 대량의 화약을 투입해 이뤄지는 '불꽃쇼'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로 꼽히는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부터 개최돼 왔다. 제주 최대의 노동력이던 말과 소의 건강한 양축을 위해 방목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늦겨울에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와 새해 첫 정월대보름 액막이와 소원기원 의례를 관광·문화적 측면에서 재현한 축제다
그러나 지난해 오름 불놓기 폐지가 결정되면서 축제는 중대 위기를 맞았다. 오름 불놓기 페지는 지난 2023년 3월 개최된 들불축제가 국가적 산불위기로 인해 '불'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각종 공연 및 줄다리기, 듬돌들기 등과 같은 경연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불'이 빠진 '반쪽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의미를 강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불' 없는 들불축제가 작년이 처음이 아니라 종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데 있다. 2022년에도 육지부 산불 재난상황으로 인해 들불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1997년 처음 축제가 시작된 후 산불위험과 강풍, 코로나19 등으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사례는 8차례에 이른다. 이중 3번은 '불' 없는 축제로 진행됐다.
여기에 제주도가 추진하는 기후 변화시대 탄소없는 섬 정책과 맞지 않은 축제라는 점도 존폐 논란을 달아오르게 했다.
결국 제주시는 지난 2023년 숙의형 원탁회의 결과를 반영해 오름 불놓기를 폐지하는 한편, 2024년 축제를 전면 취소하고 '불' 없는 축제 재설계를 진행해 왔는데, 올해 2년 만에 새롭게 개선된 축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