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청 '다혼디배움학교' 축소방침에 교사.학부모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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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육청 '다혼디배움학교' 축소방침에 교사.학부모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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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만료 24개교 재지정 절차, 일방적 중단...이유 밝혀야"
제주교육청 "성과.한계 분석 중...중단이란 표현 쓴 적 없어"
최근 새로운 자율학교 수립 연구용역 착수..."혼란만 가중" 비판
ⓒ헤드라인제주
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다혼디배움학교 지속을 바라는 제주교육단체'가 5일 오전 10시 제주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다혼디배움학교 재지정 중단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제주형 자율학교의 한 유형으로 학생의 창의력과 협동성을 기르는 것을 교육의 핵심 가치로 하는 '다혼디배움학교'의 운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교사와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함께 새로운 제주형 자율학교를 수립하려는 연구용역이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다혼디배움학교 지속을 바라는 제주교육단체'는 5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다혼디배움학교 재지정 중단 정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혼디배움학교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교육과정 운영 특례가 주어진 제주형 자율학교다. 민주적 학교 문화를 바탕으로 배려와 협력의 생활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공교육 혁신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단순히 교과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토의, 토론, 학생중심수업, 학생의 삶과 연계한 수업, 학생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수업의 변화를 만들어 왔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마을교육과정을 만들어내는 학교들도 생겨나면서, 학교가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데도 힘쓰고 있다.

이석문 전임 교육감의 핵심 정책이기도 했으며,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초등학교 39개교, 중학교 13개교, 고등학교 3개교, 총 55개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반발은 다혼디배움학교 운영 기간이 만료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재지정 절차에 나서야 할 시기인데, 제주교육청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이들 단체는 사실상 다혼디배움학교 운영을 축소하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도교육청이 새로운 유형의 제주형 자율학교를 만들기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제주형자율학교 유형은 다혼디배움학교(55개교), 건강생태학교(2개교), IB학교(8개교) 등 3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가 더 추가되면 총 4개 유형의 제주형자율학교가 운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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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혼디배움학교 지속을 바라는 제주교육단체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이들 단체는 "현재 도교육청은 다혼디배움학교 운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학교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다혼디배움학교에 대한 재지정 절차도 어떤 설명이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다혼디배움학교 55개교 중 올해로 지정이 만기돼 재지정을 받아야 하는 4년차, 6년차, 8년차 학교는 24개교"라며 "만일 올해 인사내신서 작성 기간 전에 재지정을 받지 못하게 되면 그 학교에 대한 인사특례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많은 학교에서 학교 운영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부장교사들과 교사들의 대거 이동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학교의 지속성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11월, 12월은 한 해의 교육활동을 성찰하며 내년 교육과정 운영 방향을 수립하는 중요한 시기고, 교사들도 인사전보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시기"라며 "하지만 재지정 중단으로 인사에 대한 예측 불가, 학교형태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로 학교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알려진 바로는 제주도교육청은 기간 만기 다혼디배움학교 재지정은 중단하고, 12월에 마무리되는 제주형자율학교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내년 1, 2월 중에 새로운 자율학교 지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학교의 혼란과 문제만 야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다혼디배움학교 절대다수의 교사들이 다혼디배움학교 재지정을 요구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과 10월 1일 이틀간 올해 내로 기간이 만료되는 다혼디배움학교 교사 약 500여 명을 대상으로 전교조제주지부, 제주교사노조, 새로운학교제주네트워크, 제주실천교사모임 공동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1.3%의 교사들이 다혼디배움학교 재지정 중단 방침을 반대했다.

또 85.77%의 교사들은 내년에도 다혼디배움학교의 철학과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자율학교의 한 형태로 존속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교사의 75.5%는 제주도교육청의 다혼디배움학교 재지정 중단 정책은 학교 구성원들과 소통없이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김광수 교육감은 지난달 제주도학부모회장연합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자율학교 종류를 다양하게 하겠다고 했다"며 "다혼디배움학교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교육감이 밝힌 대로 다혼디배움학교가 제주형자율학교의 한 형태로 유지하고 철학과 성과를 이어나가며 제주교육의 한 축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올해 다혼디배움학교 재지정 절차를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다혼디배움학교의 지속 여부는 학교공동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주도교육청은 학교현장에 일언반구의 설명이나 안내 없이 다혼디배움학교 재지정 중단을 추진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헤드라인제주
올해 3월 제주교육청이 발표한 '다혼디배움학교 성과분석 연구용역'<자료=제주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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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제주교육청이 발표한 '다혼디배움학교 성과분석 연구용역'<자료=제주교육청>

이번 반발에 대해 제주도교육청은 "중단이라는 표현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성과와 한계를 분석해 앞으로의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과정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에 진행하고 있는 연구용역은 제주형 자율학교 전반에 대한 성과를 분석하고 타시도 혁신학교와 비교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주 내로 다혼디배움학교 선생님, 교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예정돼 있다"며 "재지정 관련으로 인사에 혼란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쓰겠다"고 했다.

다만 '다혼디배움학교의 운영을 축소하려는 계획이 아닌가'라는 물음에는 "성과를 분석한 후 고민할 문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한편, 지난 3월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다혼디배움학교 성과분석 연구용역'에 따르면, '다혼디배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는 매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다혼디배움학교 학생 수는 지난 2015년 5569명에서 2021년 6877명으로 23.5% 증가했고, 중학교 학생 수는 4053명에서 4135명으로 2.0% 늘은 것으로 분석됐다.

학생 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 구성원의 평가도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양적연구를 기반으로 한 2020년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은 학교 교육활동 및 운영 만족도, 학교 교육과정 편성 운영의 성과, 지역사회 교육 운영 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질적연구를 기반으로 한 2021년 연구용역 결과에서는, 모두를 환대하는 민주적 학교문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한 공동 성장, 다혼디배움학교만의 창의적 교육과정,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생활공동체의 형성을 다혼디배움학교의 주요 성과로 분석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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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2022-10-05 19:01:36 | 118.***.***.49
제주형 자율학교 (다혼디 배움학교) 재지정을 적극 응원합니다!!

육지에서도 묻고, 찾아오는 학교문화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지 못한다면 제주도 교육의 앞날이 심히 걱정되는 바 이겠죠.

한 학년에 한 반 밖에 없던 학생들이 이제 두 세,반이 되고 있다네요.
너무나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있는 읍, 면 지역의 학생들의 표정들까지도 꼭 읽어주시고, 빠른 결정 내려주셔서 혼란 없이 교육현장이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혼디배움학교 화이팅~!

학부모 2022-10-05 16:43:18 | 39.***.***.12
제주형자율학교 잘 하고 있는데 왜 재지정 안한다는건지. 교육청 꼼수쓰지 맙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