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교복 장려 조례안' 제정 추진, 신중론 제기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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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교복 장려 조례안' 제정 추진, 신중론 제기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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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교복' 2년만에 '한복교복 장려' 조례 의원 발의, 왜?
한복문화 확산 취지 공감 불구, 왜 꼭 조례로 제도화?
교육공론화 '편안한 교복' 결정 퇴색...학생 선택권 위축 우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제주도내 중.고등학생의 교복선택에 있어 '한복교복'을 적극 장려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론화의 결과를 존중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게 핵심이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26일 개회하는 제398회 임시회 기간 중 오는 31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한복교복 장려 및 지원 조례안'을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다.

이 조례안 발의는 더불어민주당 강철남 의원을 대표로 해 강성의, 박호형, 강민숙, 김용범, 문종태, 김경미, 이상봉, 김태석, 김장영, 김창식, 부공남 의원 등 12명의 서명으로 이뤄졌다.

조례안은 "한복교복을 장려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학생이 한복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함양하고 친밀도를 높이고, 한복이 지닌 아름다움과 고유성을 알게 하여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요 조항을 보면, 제3조에서는 "제주도교육감은 한복교복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교육감 책무'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제4조는 '한복교복 시범학교 지정' 관련 조항으로, 교육감은 한복교복을 장려하기 위해 한복교복 시범학교를 지정.운영할 수 있고, 이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명문화했다.
 
또 교육감은 한복교복을 장려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고(제6조), 한복교복 세미나.강연회.전시회.공연.디자인공모 등을 할 수 있다로고 한 규정(제7조)도 두고 있다.

제5조에서는 "학교의 장은 교복을 한복교복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학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복교복으로 변경할 경우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각 조항 대부분 강제성을 갖지 않는 '임의 규정' 형식으로 명시돼 있고, 제5조의 '의견수렴' 조항이 있어 선언적.권고적 수준의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신중론 제기되는 이유는?

그러나 비록 임의규정이라고 하더라도 '한복교복 장려'가 조례라는 규제 수단을 통해 제도화되고 있는데다, 교육감의 책무 및 한복교복 시범학교 지정 명문 등은 교육청으로 하여금 사실상 '한복교복'에 대한 선택을 압박하는 근거가 될 수밖에 없어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게 표출되고 있다.

특히 이 조례와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무상교복 시대에 있어 도내 중.고등학생의 교복 선택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9년 9월 도민 공론화를 통해 '편안한 교복'으로 결정된 바 있는데, 이번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이 정책결정은 퇴색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편안한 교복'은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의 제1호 의제로 '중.고등학생 교복 개선' 문제가 상정돼 많은 논의끝에 2019년 8월 권고안이 채택됐고, 그해 9월 이석문 교육감이 전격 수용하면서 결정됐다.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중.고교생, 학부모, 교사, 도민들의 의견수렴 및 논의를 통해 교복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채택된 권고안을 보면, 하복은 계절적 특수성을 감안해 우수한 신축성과 통풍성, 비침이 없는 시원한 소재를 활용한, 생활형 반팔T셔츠, 반바지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동복의 경우 계절적 특수성을 감안해 활동성과 보온성을 우선 고려한 편한 자켓, 후드티, T셔츠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복교복도 '편안한 교복' 범주에 포함될 수 있지만, 장려해야 할 대상으로 특정화하는 것은 공론의 결정의 취지와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자칫 공론화 결정이 2년만에 무위로 끝날 개연성을 갖게 한다. 

신중론이 제기되는 두번째 이유는, 이번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학생들의 선택권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2019년 공론화위의 권고사항에서는 "중.고등학생 교복 개선 '편안한 교복'을 위한 학교 공론화를 실시할 때 학생의견 반영 비율은 50% 이상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교복개선 문제는 기성세대의 시각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우선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조례안은 비록 임의규정으로 '한복교복 장려'를 명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감 책무 및 시범학교 지정까지 명시하면서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고모씨(여)는 "우리의 전통의복인 한복을 전승.계승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한복에 대한 익숙함 내지 친밀감을 주자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학생교복 문제는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편안한 교복' 정책기조 속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감이나 교육청에서 학교 구성원들에게 한복을 장려하고 나선다면, 설령 자율 선택권을 주어지더라도 선택권은 침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 내부 일각에서도 조례의 시급성이나 타당성을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한 공무원은 "학생인권조례까지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복교복 장려 조례는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규제 조례로 인식될 개연성이 크다"면서 "또한 왜 학생들에게만 '한복교복'을 강요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한 한복 장려의 취지라면 한복교복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공직사회에서도 한복을 장려하고, 심지어 도의원분들도 한복을 권장해야 맞는것 아니냐"면서 "학생 교복만을 대상으로 '한복' 장려를 조례로 정하는 것은 다분히 선택권의 제약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굳이 조례로 정하지 않더라도, 현행 '편안한 교복' 정책 하에서 한복 장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도의회 "한복교복 선택하면 행정적.재정적 지원 근거 마련위한 조례"

이에 대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강철남 의원은 25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조례는 기존 교복조례에 더해 구성원들이 합의해서 한복 또는 개량한복 교복을 선택한다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라며 "선택의 자율성을 줘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문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도록 임의규정으로 마련했다면 교육감 책무나 시범학교 지정 등의 규정을 포함하며 왜 굳이 조례를 제정하려고 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시범학교 지정 절차를 보면, 일반적으로 공모를 해서 관심있는 학교들이 신청을 하면 지정한다. 교육감이 강제로 (시범할교를)지정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면서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만 지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강 의원은 이어 "이 조례는 우리 것을 지키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한복을 통해 우리것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권고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후, "도의원의 철학을 강제할 수는 없다. 구성원이 합의하지 않으면 당연히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공남 교육위원장은 "이 조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고, 제기되는 우려와 걱정에 대해서도 잘 듣고 있다"면서 "의회 내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고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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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리기 2021-08-27 18:57:45 | 39.***.***.148
도의원 들이 조례발의 실적에 눈이 멀어 부실 검톻의 전형적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