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픈카 동승자 사망사고, 고의성 놓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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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픈카 동승자 사망사고, 고의성 놓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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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살인.음주운전 혐의 30대 재판
'안전벨트 안 맸네' 음성, "살인 증거" vs "주의 준 것"

제주에서 술을 마시고 오픈카를 몰다 사고를 내 조수석에 있던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에 대한 두번째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이 고의성 여부를 두고 대립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9일 살인 및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ㄱ씨(34)에 대한 두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ㄱ씨는 지난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오픈카에 피해자 ㄴ씨를 태워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ㄴ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ㄱ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0.118%로 나타났다.

이 사고로 치료를 받아온 ㄴ씨는 사고 후 약 9개월 뒤인 지난 2020년 8월 숨졌다.

경찰은 당초 음주운전 및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ㄱ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은 ㄱ씨가 ㄴ씨를 고의로 살해했다고 판단하고 과실치사 부분을 살인 혐의로 변경해 ㄱ씨를 기소했다.

이에 이번 재판에서는 '고의성' 부분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두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블랙박스에 녹음된 ㄱ씨의 '안전벨트 안 맸네'라는 발언에 대해 살인의 증거라고 판단한 반면, 변호인은 안전벨트를 매라는 주의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해당 교통사고를 조사한 제주경찰청,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와 검찰에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신문에서 제시된 내용을 보면, 교통사고를 처음 조사한 제주경찰청 교통조사계 직원 ㄴ씨는 당시 ㄱ씨가 몰았던 차량의 운행기록장치인 EDR에 담긴 정보를 추출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EDR에는 0.5초 간격으로 차량의 가속 유무, 가속페달을 밣은 기록, 브레이크 이상 유무, 엔진회전 수, 핸들조작 각도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ㄴ씨가 작성한 교통사고 EDR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5초전 ㄱ씨의 차량은 시속 86km였으며 이후 114km까지 속도가 증가했다가 사고 직전 92km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3초전 가속페달은 밣힌 상태였으며, 점점 감소하다 2초 전에는 가속페달이 전혀 밣히지 않은 것으로 기록됐다.

브레이크는 사고 0.5초전부터 작동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 측은 ㄴ씨에게 사고 발생 직전 가속페달에서 발을 때고 브레이크를 밟아 114km에서 92km까지 감속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물었다.

ㄴ씨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ㄱ씨의 차량 핸들은 사고 0.8초전 급하게 좌측으로 돌아갔으며, 0.3초전에는 더욱 심하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 측은 운전자가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하게 꺽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인지에 대해 묻자 ㄴ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에 대해 묻자 ㄴ씨는 "보고서에는 데이터만 기록될 뿐이지 운전자의 생각.의도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데이터를 보고 고의사고를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인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교통사고 조사요원 ㄷ씨는 지난해 7월 검찰에 제출한 사고 보고서와 관련해 이번 사고의 고의적인 부분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ㄷ씨에게 "ㄴ씨의 보고서에 따르면 첫번째로 충돌한 데이터상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서 0.5초전 브레이크가 작동했는데 종합적으로 판단해봤을 때 운전자가 사고를 회피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ㄷ씨는 "데이터를 가지고 조사했을 뿐, 운전자의 고의성, 심리 상태를 알 수 있진 않다"고 답했다.

세번째 증인인 국과수 직원 ㄹ씨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감정 결과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피해자의 상태를 알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가속해서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나타났다.

ㄹ씨는 사고 도로에 진입했을 때부터 충돌하는 상황까지의 블랙박스 영상 기록을 검토한 결과, 벨트 경고음이 들리고 ㄱ씨가 피해자에게 '벨트 안맸니'라고 질문했다고 밝혔다.

이후 피해자가 '응'이라고 대답한 직후에 가속한 상황으로 ㄱ씨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고의로 가속을 해 피해를 입혔다는 취지의 진술로 답변했다.

또한 '안전벨트 안맸니' 라는 말은 안전벨트를 매라고 피해자에게 얘기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에 ㄹ씨는 "그말을 하고 난 후 속도가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피해가 발생해 그런 뜻으로 해석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은 ㄹ씨에게 고의사고 여부를 평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었고 이에 ㄹ씨는 "판단은 재판부에서 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신문에 나선 검찰은 ㄹ씨에게 "차량이 급가속 된 것과 관련해 내리막길에 의한게 아니라 (운전자가)가속한 것이라고 판단했는가"라고 물었고, ㄹ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변호인은 이날 재판을 시작하며 "ㄱ씨와 피해자는 1년간 교제를 한 연인사이"라며 "사건 당일 피해자가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해 편의점에 가던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 언론 매체에서 ㄱ씨가 음주운전으로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것으로 보도돼 현재 잠도 잘 못자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 사건이 살인죄라는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가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말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데 방해될 수 있다"며 "증인과 모든 증거를 종합해 판단해서 유죄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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