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여성 항일운동가 이경선 선생, 건국훈장 애족장 서훈
상태바
제주 출신 여성 항일운동가 이경선 선생, 건국훈장 애족장 서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보훈처, 26일 이경선 선생 건국훈장 애족장 서훈식 개최
동맹휴업, 여성노동자 생존권 투쟁 등 항일운동으로 5차례 체포, 옥고
26일 국가보훈처 경기북부지청에서 열린 제주출신 항일운동가 이경선 선생에 대한 건국훈장 애족장 서훈식. 故 이경선 애국지사의 동생 이경암씨(사진 오른쪽)이 대신 전수받고 있다. <사진=고진숙 작가>

지난 7월 26일 오후, 국가보훈처 경기북부지청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제주 출신 항일운동가인 이경선 선성에 대한 건국훈장 애족장 서훈식이 열린 것이다.

이경선은 1914년에 제주도의 가파도에서 이도일과 김응주의 딸로 태어났다. 이도일은 일제강점기 시절 산남지역(제주도 남부지역)의 유통업을 바꿔놨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탁월한 사업수단을 가졌고, 대정지역에서 산업을 통해 일제자본과 맞서서 지역경제를 지켜내려고 했다. 가파도의 신유의숙, 대정보통학교, 대정중학교, 대정 유치원을 설립하는데 앞장섰고, 신유의숙 ,대정중학교에서 초대 교장을 대정유치원에서 초대원장을 역임하는 등 교육발전에도 앞장섰으며, 많은 항일운동가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경선은 대정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유학하여 동덕여고보에 재학하던 중에 동맹휴업을 이끌었고, 항일독서회활동을 하다가 악명 높은 종로경찰서에 두 번이나 연행조사를 받았다. 학교를 졸업한 후 조선직물주식회사 인견공장에 노동자로 취업하여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을 이끌다가 1934년에 체포되어 1년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석방이후 일본으로 유학하여 고베에 있는 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1941년에 효고현 경찰에에 체포당했다가 풀려나온 뒤 고베약학전문학교에 진학하였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치안유지법위반으로 체포되어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고, 긴 옥살이를 겪었다.

이경선 선생에 대한 훈장증. <사진=고진숙 작가>

해방이후 서울에서 열린 조선부녀총동맹 결성식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속에 입장하여 선전부를 맡았는데, 이때의 인연으로 박순천은 제주에 오면 이경선부터 찾았다고 한다.

1947년에 이도일이 대정중학교 초대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이경선도 고향으로 돌아와 대정중학교 교사로서 물리화학을 담당하였다.

이경선 선생에 수여된 훈장. <사진=고진숙 작가>
이경선 선생에 수여된 훈장. <사진=고진숙 작가>

많은 대정지역 사람들이 이경선을 훌륭한 연설가로 기억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들의 권익향상에 대한 강연에는 동네 부녀자들은 물론이고 남성들도 대거 참석하여 수많은 인파를 몰고다녔다고 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독립적인 기질의 그녀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항일운동에만 전념, 일경에 무려 5번 체포되고 3년간의 투옥생활을 겪었지만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해방 후 제주는 그녀가 헌신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1947년 3.1절 발포사건으로 시작된 제주 4.3의 회오리 속에서 묻지마연행을 당했고, 일본으로 밀항하여 약국을 경영하며 생계를 이었으나 제주에는 돌아오지 못하였다.

지난 3월 1일 3.1절 기념식에서 이경선은 쓸쓸한 독립훈장 애족장을 서훈 받았다. 보훈처에서 자체 발굴하여 서훈한 것이다. 다행히 서훈소식을 그녀의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 이경암이 알게 되었고, 국가보훈처 경기북부지청에서 서훈식을 열어 주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경선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고진숙 작가>


*고진숙 작가는 제주 출신으로, 역사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지난해 제주4.3 72주년에 즈음해 펴낸 '청소년을 위한 제주 4.3'을 비롯해, '이순신을 만든 사람들', '우리 근대사의 작은 불꽃들', '역사를 담은 토기', '역사를 담은 도자기', '문익점과 정천익', '새로운 세상을 꿈꾼 조선의 실학자들' 등이 있다. 이번 여성항일운동가 이경선 선생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취재해 왔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전연의 2021-07-28 12:50:41 | 59.***.***.137
이 기사를 통하여 제주인 독립운동가 이경선 선생님을 알게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훌륭하고 멋찐 소식 감사합니다~.^^

이정숙 2021-07-28 11:00:41 | 59.***.***.92
훌륭하고 감사한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