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의 아픔, 수눌어 보듬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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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주의 아픔, 수눌어 보듬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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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현 / 성산읍 수산1리 청년회장
오창현· / 성산읍 수산1리 청년회장 ⓒ헤드라인제주
오창현 / 성산읍 수산1리 청년회장 ⓒ헤드라인제주

저는 수산1리 청년회장직을 맡고 있는 오창현이라고 합니다. 수산1리에서 나고 자라 제주시에서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수산1리는 저의 꿈이 있는 고향입니다. 수산초등학교가 통폐합 위기에 놓여있을 때 마을 사람들은 마음을 모아 수산초등학교를 지켜냈습니다. 그 당시 마을분들의 단합과 열정은 정말 아름답고 슬기로웠습니다. 이런 마을 선후배들과 같이 산다는 것이 저에게는 즐거움이자 행복입니다.

2015년 11월 10일 국토교통부의 일방적 제2공항 발표,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뉴스를 통해 제2공항이 우리 마을 턱밑에 위치하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제2공항이 완성되면 수산1리는 활주로의 북쪽 끝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후 저는 왜라는 물음표를 달고 지켜봤습니다. 왜 이래야 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다음 날부터 제주도청 등 많은 곳에 현수막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환영한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무섭고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분들은 총회를 열어 제2공항 반대대책위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마을 반대대책위는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피해자인 우리 마을은 배제되었습니다

제2공항 추진으로 비롯된 피해의 당사자인 우리 마을은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었습니다. 발표 당시 우리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왜 우리 마을과 피해 당사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느냐고.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청의 대답은 땅값 폭등과 투기 우려 때문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얘기하던 정부와 ‘도민과 함께하자’던 제주도정에 피해지역 마을 사람보다 땅값 폭등과 개발업자들의 이익이 더 중요한지 묻고 싶습니다.

며칠 전 제주도와 도의회는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합의문을 읽으면서 저는 분노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이익의 기회이며 누군가에게는 개발의 대상이자 부동산 투기가 전부인 곳일 겁니다. 그러나 저와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자, 후손들이 살아갈 땅인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합의를 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합의문에 피해지역 주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라진 마을 수근동을 아십니까?

제주공항 북쪽에 위치한 레포츠 공원을 아십니까? 옛 지명은 수근동이었습니다. 7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작은 해안 마을이 있었던 곳입니다. 소음 피해로 수근동 주민들이 떠나자 그 자리에 조성된 것이 레포츠 공원입니다. 지금 수근동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화살표가 지시하는 곳은 레포츠 공원 앞 바다 한복판입니다. 수근동이라는 지명은 바다 한가운데 표시됩니다. 수근동은 지도에서마저 길을 잃은 마을입니다.

수산1리 마을은 제2공항 예정지 북쪽에 위치합니다. 제2공항이 건설되고 비행기가 날기 시작하면 우리 마을도 분진과 소음에 병들어갈 것입니다. 수근동처럼 수산1리도 사라지고 지도에서 길을 잃게 됩니다.

저는 제주도를 사랑하고 제주도민을 믿습니다

저는 제주도민을 믿습니다. 우리 마을을 사랑하는 것처럼 제주도를 사랑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제주도는 수눌음 정신이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수눌음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웃이 아프거나 힘들 때 보듬어 안고 기쁠 때도 함께 기뻐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우리 선조들이 발명한 지혜라고요. 올 연말과 내년 초에 걸쳐 제2공항 의견수렴을 위한 여론조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제2공항 반대를 외쳐주십시오.

우리 마을을 지켜주십시오. 그리고 제주의 아픔을 보듬고 안아주십시오. <오창현·성산읍 수산1리 청년회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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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합니다 2020-12-24 15:39:42 | 59.***.***.157
이분의 심정은 이해 합니다. 어쩜 이런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었다고 봐야 겠지요. 춤분히 공감합니다. 앞으로 제2공항이 추진되면서 충분한 위로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분의 이유로 제2공항이 좌절되어서는 안됩니다, 묻고 싶습니다. 1.우리가 지금 잘 사용 하는 일주도로를 낼때 그땅에 살던 원주민들에게 뭐라하며 토지를 수용했을까요? 제주도민의 큰이익을 위해 희생하라 하셨잔아요.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며. 그분들은 고통스럽지 않았을까요? 입장은 같은 겁니다. 제주2공항도 똑 같습니다. 2. 우리가 희생을 숭고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의를 위해 자신의 욕심을 버릴때 아닐까요? 제주2공항은 대의를 위해 만들어져야 합니다.

뉴기어 2020-12-24 03:19:51 | 223.***.***.67
젊은제주청년님 ᆢ거시석으로보시지말고
대관소찰하세요
제주의미래를위해진정한결정을 하세요
반대위한엉터리명분만 생각지마시고ᆢ

도민의뜻 2020-12-23 23:57:57 | 121.***.***.5
제주도민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결과 반대면 당연 제주공항은 철회 돼야 한다. 성산을 별도로 한다면 수용지 주민비율이 적으니 투기꾼들만의 찬성이고 이는 제주도 전체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공항후보지라 성산을 별도로 보려 한다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수용지 주민분들만을 별도로 하는게 타당하다. 제주도는 하나의 자치구단위이며 공항은 제주 전체가 영향권이기에 도민전체의 결과로 결정지어 져야 한다. 국토부도 대통령님도 따르겠다고 한 전체 도민의 뜻을 어기고 강행 하다간 크나 큰 책임과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성산 2020-12-23 19:38:48 | 223.***.***.107
농사일 그만하고 좋은환경 에 문화혜택 받으면서
일자리 창출되면 다른일 하면서 살고싶다 ~
제주 제2공항 적극 찬성한다.

제주도민 2020-12-23 19:28:15 | 223.***.***.107
제주 제2공항 완공하면 많은변화와 일자리 창출되어
제주을 떠난 젊은이들 이 다시제주로 돌아 올것입니다.
균형발전 이루어서 살기좋은 제주만들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