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3수형인 재심 통해 해결' 운운 파장...시민사회 반발.규탄
상태바
정부 '4.3수형인 재심 통해 해결' 운운 파장...시민사회 반발.규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4개 전국 기관.단체, "정부 '재심 운운'은 국가책임 방기"
"특별법 개정취지 망각...대통령 약속 명예회복 거부 다름없어"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21대 국회 개원에 즈음해 다시 발의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4.3수형인 명예회복 조치에 대해  '딴지'를 걸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4.3단체와 전국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공공기관도 정부의 '몰지각'을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 교육청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정의당 제주도당, 전국 시민사회단체 및 4.3단체 등 124개 기관.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제주4·3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은 15일 4.3특별법 개정안 국회 심사에 즈음한 입장문을 통해 "재심을 통해서 4.3수형인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국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자 4.3특별법 개정의 취지를 망각하는 태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는 최근 공개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 정부가 4·3특별법의 핵심적인 개정 조항 중 하나인 4·3 수형인 명예회복 조치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데 따른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수형인 명예회복과 관련해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면서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으로 4·3 수형인 명예회복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공권력의 폭압에 의해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3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 조항 신설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행안부의 이러한 입장은 4.3수형인 문제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것이어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전국행동은 입장문을 통해 "재심을 통해 문제해결 하면 된다는 행정안전부의 논리는 논리적 비약이자,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4·3특별법 개정의 취지를 망각하는 태도"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실제 4·3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로 인한 사법부의 권한 침해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이미 지난 4·3 생존희생자들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은 당시 사법적 절차이던 군사재판 절차 자체의 부당성이 핵심적 사유인데, 검토보고서에도 밝히고 있듯이 당시 재판서 공판조서 등의 소송기록이 발견되지 않는 등 법률이 정한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군법회의의 부당성을 바로잡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논리적으로도 재심을 통해 4·3 생존 희생자들은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은 반면 행방불명되거나 옥고 등으로 사망한 나머지 2500여명의 4·3 수형인의 경우 개별적으로 알아서 다시 사법적 절차를 통해서 명예회복을 하라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행동은 "실제 4·3 수형인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나 직계 유족이 존재하는 않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으로, 동일 사건에 유죄와 무죄로 나눠진다면 이것이야 말로 공평무사하지 못한 사법적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역시 4·3 70주년 국가추념일 첫 방문한 곳이 4·3 행방불명인 묘역이었다"면서 "72주년에 다시 찾은 4·3 추념식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4·3 수형인 문제를 거론하며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치유해 가는 정의의 길’이라는 발언으로 해결 의지를 밝혔는데, 그러나 이를 정부 부처가 사법부를 빙자해 반대하는 태도는 4·3의 올바른 명예회복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배.보상문제 등의 쟁점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결단으로 해결돼야 함을 주장했다.

전국행동은 "'지연된 정의’가 되어 버린 4·3희생자·유족에 대한 배·보상 문제는 국회 차원의 입법적 결단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행정안전부 기본 입장처럼 제주4·3사건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소위 ‘과거사 배·보상 특별법’ 제정 시행을 통해 해결하려는 취지를 무시할 수 없지만 오히려 4·3특별법 개정을 통해서 그 모범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과거사 전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 시행된 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제정됐다는 점에서도 이번 4·3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배·보상에 대한 준거를 세우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핵심적인 내용들은 법안 심사과정에서 후퇴해서는 안된다"며 "개정안에 반영된 희생자 유족의 치유를 위한 4·3트라우마센터 설치,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등은 반드시 입법적으로 반영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역시 72주년 4·3 추념식에서 국회에서 트라우마센터가 입법화된다면 국가트라우마센터로의 승격을 약속한 만큼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행동은 "2년이라는 기간이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4·3 희생자·유족 신고처 설치와 4·3 당시 행방불명인과 그 유족간의 신분 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특례 규정 등 역시 이번 4·3특별법 개정의 중요 내용이라는 점에서 국회의 전향적인 판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4·3특별법 개정은 시대의 당위만이 아니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4·3특별법이 제정된 후 20년 만에 다시 전면 개정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조문 하나 하나가 역사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또 "무엇보다 지속적인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들을 담은 4·3특별법이라는 점에서 4·3을 직접 경험한 마지막 세대에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행동은 "4·3 문제 해결을 수없이 약속한 문재인 정부, 여·야가 함께 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하고 여·야가 21대 총선 공약으로 4·3 특별법 개정을 내세운 만큼 여·야할 것 없이 초당적으로 힘을 합쳐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3특별법 개정을 놓고 다시 진보와 보수, 이념으로 편가르기를 하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며 "파괴된 인간의 존엄을 다시 회복하는 일인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 행동과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제주4.3범국민위원회도 15일 입장문을 내고 행안부에 유감의 뜻과 함께 입장 철회를 요구했다. 

범국민위는 "2019년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공소 자체가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으며, 2018년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4·3 당시 군사재판에 대해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이번 행안부의 입장은 논리적으로 잘못됐음을 강조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15일 제주4.3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오영훈 의원을 대표로 130여명의 서명으로 발의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은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배.보상 및 4.3당시 행해진 불법군법회의의 무효화 조치 등이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개정법률안은 전체적으로 △제주4.3사건의 '정의' 개정 △추가 진상조사 및 국회보고 △희생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보상 △사법당국에 의해 이미 공소기각이 이뤄지고 있는 불법군법회의에 대한 무효화조치 및 범죄기록 삭제 △호적정리 간소화 등 7개의 장 41개의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